
첫 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졌다. 협회안이 없으니 이에 대한 찬성도 반대도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날 공청회는 서로의 입장만 확인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는 지난 17일 치과의사회관 5층 강당에서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및 법령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치협은 이날 공청회에서 지난달 12일 긴급 소집된 지부장협의회 때와 마찬가지로 2013년 1월 마련된 로드맵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로드맵이 치협의 안은 아니라고 또 다시 선을 그었다. “공청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면, 다시 한 번 개선안을 만들어 회원의 뜻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지만, 공청회에 모인 200여 회원들을 이해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패널발표 후 이어진 종합토론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이하 건치)가 주장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전제로 한 소수정예 강화와 소수정예의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반대의견으로 양분화됐다. 이 과정에서 패널간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패널과 청중이 설왕설래를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청중은 마치 자신이 패널인양 질문도 없이 자신의 입장을 알리기 일쑤였으며, 청중의 질문을 끊고 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패널도 있었다.
이번 공청회를 지켜본 한 개원의는 “어느 때보다 치과계의 합의가 중요한 이때, 오늘 같이 최소한의 예의도 지켜지지 않는 공청회를 보며 많은 실망을 했다”며 “회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개원의는 “회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며 “이에 대한 각 직역의 양보와 이해를 구하는 일은 향후 치과계의 몫”이라고 말했다.
기조발표 : “시간 없다! 서둘러 내부 합의 도출하자”
공청회는 김철환 학술이사의 치과전문의제 로드맵 발표로 시작됐다. 로드맵은 △전속지도전문의 △기수련자 △미수련자 △치과대학 재학생 등 모든 구성원에게 경과조치를 부여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때 시험응시 시작 시기와 응시기회 수를 제한,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시기에 치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치협은 이 기간을 7년으로 보고 있다.
설명 과정에서 김철환 학술이사는 “졸업생의 약 34%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현 상황을 감안했을 때, 오는 2022년이 되면 4,300여명의 전문의가 배출되게 된다”며 “그 때가 되면 손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철환 학술이사는 그 전초전으로 내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전속지도전문의 역할 수행자에 대한 특례’를 꼽았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의 특례 연장은 없다고 못 박은 상황. 김철환 학술이사는 “한의계의 전례로 미뤄봤을 때, 보건복지부는 전속지도전문의에게 영구적인 전문의 자격을 줄 것”이라며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치과계의 내부 합의 없이 이대로 전속지도전문의에게 전문의 자격을 주게 된다면, 기수련자와 미수련자에게는 전문의시험 응시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패널발표 : 주어진 시간은 7분, 입장차만 확인
이어진 패널 발표는 치과전문의제에 대한 각 계의 의견을 전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대한치의학회 권긍록 총무이사는 “로드맵과 같이 한 날 한 시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게 왜 합리적인지 모르겠다. 이왕이면 준비된 곳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하자”며 “전속지도전문의, 기수련자, 미련수자에게 순차적으로 전문의 자격 및 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자”고 주장했다.
(가칭)대한통합치과학회 김기덕 회장은 신설과목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AGD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김 회장은 “맹목적인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본인이 원하지 않는 과를 지원한다거나, 일반의 졸업 후 치과의원에서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임상실력을 익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수련과정을 거치지 못한 60%에게 본인이 필요로 하는 수련교육 시스템을 제시해줘야 한다. AGD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와 치과대학생 단체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의견을 전했다. 먼저 전국치과전공의협의회는 신설전문과목 생성에 대해 85.77%가 반대 입장을, 기존 수련자에게 경과조치를 부여하는 것에는 62.82%가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전국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생연합은 신설전문과목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적 의견이 공존하지만, 전면 개방 시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의대의 가정의학과 같은 형식이 아닌 1차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과목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또한 기수련자의 경과조치는 전면 개방 시 과반수이상이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 심동욱 학술이사는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법률적으로 뒷받침되는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 타진 △제도 시행에 대한 미수련 개원의의 상실감과 위기감에 대한 이해 △선택에 따른 일반 개원가의 피해 최소화를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심동욱 학술이사는 “개인적으로 잘 준비된 11번째 전문과목을 전제로 한, 경과조치 확대안을 조심스럽게 조건부 찬성한다”고 밝혔다.

미수련 개원의를 대표해 참석한 조영탁 회원은 77조 3항 위헌 판결로 궁지에 몰린 일반의의 입장을 대변했다. 조 회원은 “경과규정은 기수련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치과전문의제가 시행되지 않았을 때 수련과정을 선택하지 않았던, 그리고 전문의가 8%만 배출될지 알고 수련과정을 선택하지 않았던 일반의에게도 해당된다”면서 “임상통합치과 외에 신설전문과목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임플란트 △심미 △근관 △노인치과 등 4~5개 전문과목을 추가로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김용진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전제로 한 소수정예 강화를 강조했다. 김용진 회장은 “일반의가 진료하는 치과의원을 1차로 하고, 전문의가 진료하는 치과를 2차 의료기관으로 해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이때 2차 의료기관에는 그에 따른 수가를 보장해줘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만 확립된다면 소수정예도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협, 보다 주도적으로 정국 지배해야
치협은 협회안도 정확히 내지 못한 상태에서 각기 입장이 다른 패널을 모아놓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 아닌, 각 직역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때문에 그간 각 직역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했을 치협의 방향설정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기준을 바탕으로 회원들을 설득하고, 중지를 모아가는 것이 치과계 내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