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의료인 면허관리, 자율 정화와 의료윤리 실천 계기로 삼아야

2015.12.04 12:19:43 제662호

서울시치과의사회 조영탁 법제이사

무더기로 C형 간염 집단발병 사태를 빚은 다나의원으로 인해 의료인 면허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원장이 뇌병변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수전증을 앓으면서 진료를 하다가 사고를 낸 만큼 의사면허 갱신제도를 통해 국가 차원에서 면허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이유로 의료인 면허 관리방안에 대해 곧바로 발표했다. 첫째, 보수교육 이수 여부 매년 점검, 보수교육 출결 관리 강화이다. 둘째, 복지부에 ‘보수교육평가단’을 구성해 보수교육 내용 및 관리방안 감독 강화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의료인 단체 등이 참여한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며, 보수교육 내실화를 위한 사후관리 강화방안, 면허신고 시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 점검 근거 마련,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없는 건강상태 판단 기준 및 증빙 방안 마련 등을 논의한다고 했다.

 

다나의원 사태는 물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극히 일부 문제로 인하여 의료인 면허에 대해 의심하고 비난하는 것에는 자괴감마저 든다. 이처럼 의료인이 국민에게 전문직(profession)으로서 신뢰를 잃으면, 사회는 의료인과 맺은 사회계약의 선을 넘어 타율로 다스리려고 한다. 전문직이 스스로 자율정화(self-regulation)하는 기능을 상실하거나 부실하게 한다면 사회는 법과 규칙 등을 만들어 규제하려고 한다.

 

의료인은 면허(License)에 의해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전문직이다. 면허는 일반적으로 금지된 행위를 특정한 경우에 허가하거나, 특정한 권리를 설정하는 것으로, 공공기관이 일정한 업무를 수행할 지식, 기술, 기능, 경험 등이 있다고 인정하는 자격(Certification)과는 차이가 있다. 의료인은 면허에 의해 사회가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하는 의료행위를 특정 권위에 일일이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유로운 판단에 위임받은 것이다.

 

사회가 의료인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의료인이 가진 지식과 기술이 신뢰할 만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의료인이 사용하는 지식과 기술이 ‘명시적이고 합리적이며 이타적인 가치’와 강력하게 결합해 있을 경우에 국한한다. 그러므로 사회는 의료인이 엄격한 직업윤리를 갖추고 자율적으로 전문지식과 술기를 유지하도록 노력하며, 높은 전문 직업성(professionalism)을 갖출 것을 당연히 요구한다. 그러기에 자율정화는 전문 직업인의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타율에 의해 의료인의 면허관리를 당할지도 모르는 수모 앞에서 우리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외국의 경우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전문 직업인의 자율성과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는 강력한 자율징계이고, 다른 하나는 윤리교육의 강화이다.

 

우리나라 의료법에 의하면 의사나 치과의사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직역단체가 자체적으로 징계할 방법은 거의 없다. 2011년 개정된 의료법에 각 중앙단체의 징계요청이 있을 때 1년 이하의 면허정지를 할 수 있게 하였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조항이다. 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어 경고를 해봐야 이로 인한 불이익은 거의 없어 사실상 자체 징계가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제도상 허점 때문에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반인은 자체 징계를 하지 않는 의료인 단체를 제 식구만 감싸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보게 되고, 이는 의료인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왔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 등 선진국은 민간 공공기구인 전문직 단체에서 자율적으로 면허관리를 하고 있다. 미국은 주 정부 산하에 의사면허국(Board of state)이라는 독립기구가 있어, 면허 시험과 부여 및 갱신, 징계 등 의사 자격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주관한다. 영국은 민간면허관리 법정기구인 GMC(General Medical Council)가 의사의 진료행위가 다른 환자에게 위해를 미치거나, 의사의 기본적 지식과 술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형사처벌 대상이거나, 정신·신체검사를 거부한 경우 공공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진료를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인의 면허에 관한 사안과 공정한 징계를 담당할 ‘의료인 면허국’ 같은 중립적인 독립기구가 필요하다. 의료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나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는 징계를 통한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 징계는 벌금, 사회봉사, 윤리 및 보수교육 명령, 면허정지, 면허취소까지 다양하며, 징계의 한 종류로 부과되는 윤리교육은 교통법규를 위반했을 때 교통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일정 시간 강의료를 내고 받아야만 한다.

 

외국과 같이 의료인 직역단체는 의료인 조합의 역할을 맡아 회원의 권익과 신분을 보호하는 데 충실하고, 별개의 독립적인 면허관리 기구를 만들어 전문 직업성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직무윤리를 바탕으로 전문직 스스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의료윤리 교육의 강화이다. 전문직으로서 의료인에게 윤리성이 강조되는 것은 자신의 건강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의사에게 거의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사 관계의 속성에 의한다. 환자의 신체를 다루기에 의료인은 다른 어느 면허보다도 높은 직업윤리가 필요하다.

 

세계의학교육연맹(World Federation of Medical Education)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전문 직업성 평생교육(continues professional development)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윤리와 직업윤리를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보수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인터넷과 기관지 등에 이름이 공고되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벌금도 부과되며, 면허재등록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외국의 경우 의료인 직역단체에서는 다양한 윤리강좌를 개설해 진료하면서 꼭 지켜야 할 전문직 직업윤리와 의료윤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명예와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마땅히 의료윤리를 익히고 실천해야만 한다. 이제라도 윤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노력이 모든 치과의사에게 시급히 필요하다.

기자 ys@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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