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은 구인난, 치과위생사는 구직난 ‘왜?’

2017.10.30 17:47:37 제751호

[기획연재] 구인구직,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⑤

치과계 구인구직난 해결에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진행하고 있는 기획연재, 그 다섯 번째 주제는 바로 치과위생사 구인구직난이다. 구인난을 호소하는 원장들이 제1순위로 꼽는 치과의 필수인력 치과위생사. 그러나 치과위생사들은 고연차가 될수록 장기근속도, 재취업도 어려워진다며 구직난을 호소하고 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는 치과계, 그 원인과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편집자주>


보이지 않는 벽, 좁혀지지 않는 거리 ‘여전’



치과위생사 7만5,883명 중 3만4,014명만 현업 종사

치과위생사 정년은 출산 전까지? 유휴인력 문제 심각


2017년 2/4분기 기준, 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치과위생사는 총 7만5,883명. 이 가운데 45%에 불과한 3만4,014명만 치과위생사로 활동하고 있다. 치과의원 종사자는 2만8,088명, 치과병원 종사자는 3,366명으로 집계됐고, 병원급 기관을 포함한다면 활동하고 있는 치과위생사의 절대다수가 임상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최근 10년 사이 30개 대학에서 치위생(학)과를 신설해 82개 대학이 됐고, 입학정원도 3,430명에서 5,024명으로 늘어난 상태임에도 구인난은 계속되고 있다. “치위협 2015년 면허신고 접수 결과, 현재 미활동하고 있다고 신고한 2,958명의 치과위생사 중 1,094명이 출산과 육아로 인한 미취업이었다. 2,958명의 미활동자 중 81.7%에 달하는 2,417명이 3년 내 복귀할 의사가 있지만, 한번 현장을 떠나면 두려움으로 인해 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도 있었다.


문제는 결국 현장에서 자취를 감춰버리는 유휴인력이 많다는 점에 집중된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회장 문경숙·이하 치위협)는 “2014년 ‘보건의료 국가면허의 활용실태 및 고용구조 분석(임동진)’에 따르면 치과위생사의 평균 근속연수는 3.9년으로 간호사 5.9년, 방사선사 6.5년, 물리치료사 4.1년, 영양사 5.0년에 비해 매우 짧고, 치과위생사는 치과질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서비스직으로 40~50대에 조기은퇴가 당연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치과의료기관의 고용불안은 치과위생사가 취업하는 기관이 대부분 일차의료기관으로 보직(직급)제도가 체계화 돼있지 않고, 치과위생사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출산 및 육아휴직 등의 복지제도의 불안정화, 저임금 등은 근무만족과 직업에 대한 자긍심 저하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논문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근무기간과 높은 이직률을 보이는 치과위생사. 지난해 발표된 ‘기혼 여성 치과위생사의 경력단절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경진 석사학위논문/남서울대학교 대학원)’ 논문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치과위생사의 수명은 ‘짧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경력이 많으면 취직이 어렵다’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보아 고연차의 사회적 편견으로 취업 지속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치과위생사의 정년을 ‘출산 전까지’라고 생각하는 기혼 여성 치과위생사의 경력단절 의사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경력단절 경험 이유로 ‘출산-육아’가 가장 높게(73.2%) 나타난 것으로 보아 경력단절 여성의 주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치과위생사의 정년을 40대까지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42.7%였다”면서 “임상이탈의 가능성이 많은 20~30대 치과위생사의 취업 지속을 위해 활용 가능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치과위생사 초봉 갈수록 높아져 ‘부담’  vs 저연차만 선호하는 원장들 ‘서운’


그렇다면 현장에서 접하는 치과위생사 구인구직난의 원인은 무엇일까.


서울의 A원장은 “언젠가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 연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 수준이 갈수록 높아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의원급이 대부분인 개원가 현실에서 인건비 비중을 무작정 높일 수도 없는 상황. 더욱이 치과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요즘은 더 그렇다. 또한 치과위생사의 경우 매년 일정부분 임금인상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초임이 높게 책정되면서 치과에서 감당할 수 있는 상한선에 다다르는 시점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고연차에 대한 부담도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B원장은 “1~3년차 치과위생사가 가장 선호도가 높긴 하지만 고연차, 기혼 치과위생사를 구분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6개월이 넘도록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는 현실에서 오래 함께 일할 수 있다면 고연차든 기혼 치과위생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히려 “책임감이 강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있어 고연차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함께 일하는 스탭들이 나이 많은 후배를 맞이하는 걸 꺼려해 눈치를 보는 실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치과위생사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어떤 치과로 이직하는 게 좋을까요?”란 질문이 오가는 치과위생사 커뮤니티에서는 “30대 중반만 돼도 나이와 경력이 많다는 얘기를 듣는다”, “구인난이라고 하지만 고연차들은 설 자리가 없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치과위생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수명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5년차 이상이면 고연차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1~5년차가 황금기라고 하던데 육아로 쉬고 난 후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직을 하더라도 저년차들과 세대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문제다”는 의견도 볼 수 있다. 몸값 높은 치과위생사들로 생각했지만 그들에게도 치과는 쉽지 않은 직장이다.


1년 근무하고 실업수당 받으며 여행 간다고? vs 우리도 YOLO 원하는 평범한 20대


“우리 치과만큼 직원들에 대한 대우가 좋은 치과가 있을까 싶다”고 말한 C원장도 요즘은 이직하는 스탭들 때문에 고민이다. 주변 치과 대비 급여수준도 높고, 주5일 근무에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것 같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요즘 치과 원장들의 고민은 “힘들게 구한 스탭이 1년, 2년만에 관두고 또 관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두면서도 실업급여 요건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는 것. “솔직히 구인난이 이렇게 심각한 치과계에서 실업급여 조건에 맞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구인광고를 하고 몇 달만에 이력서가 들어와, 면접을 보기 위해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원장도 있다.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서류제출용으로 이력서를 내는 세태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실업급여는 직장을 잃고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자발적으로 이직하거나 중대한 귀책사유로 해고된 경우는 수급자격에서 제한된다. 이직사유를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 등은 부정수급으로 처벌받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대함에 있어서도 원장들의 좀더 유연한 사고, 이해가 필요하다는 스탭들의 의견도 있다. “치과위생사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 요즘 젊은 세대, 사회전반의 분위기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여유로운 삶을 희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YOLO’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치과의 경우 일반 회사와 달리 주말, 야간근무가 많고 장기 휴가를 계획하기 힘든 단점이 있는 것이 사실. 치과 스탭의 문제가 아니라 20~30대 젊은 세대의 전반적인 요구도에 비춰볼 때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직사유는 보이지 않는 벽만 높이고 있다.


덴탈위키 김소언 대표는 “최근 스탭들이 꼽는 구직의 제1 조건은 급여에서 복지로 선회하는 추세”라면서 “높은 급여에 힘든 치과보다는 급여를 적게 받더라도 주5일이나 휴가를 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다음호에는 치과위생사 구인구직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본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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