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의 과도한 묶음 판매 행위도 리베이트 쌍벌제 처벌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의 인정기준을 강화하고, 지원금 관리의 투명성이 더욱 제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난 1일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이하 국민권익위) 공개토론회에서 다뤄졌다.
이날 ‘의료분야 리베이트 관행 개선’을 위한 공개토론회는 국민권익위 박은정 위원장 등 관계자를 비롯해 시민단체, 의료단체, 제약사 및 의료기기업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문석구 과장(국민권익위 사회제도과)은 의료분야 리베이트 관련 주요 문제점을 짚어주고, 그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주제발표에서는 의료기자재 등의 묶음판매(1+1), 보상판매 등 패키지 상품구성 판매행위도 리베이트 처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석구 과장은 “의료법상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 제공범위를 초과하는 묶음 판매나 보상판매 등 과도한 물품 및 구매 행위는 의료인에게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판매행위로 간주돼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23조 3항에 따르면 의약품 및 의료기기 판매와 관련 의료인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금전, 물품, 편익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거래금액의 최대 1.8%의 비용할인만 허용하고 있다.
이에 문석구 과장은 “의료기자재 구매조건으로 제공하는 유·무상 물품, 추가할인 등 서비스 제공 내역에 대한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주제발표에서는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지원금 관리 투명성 제고 및 인정기준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문석구 과장에 따르면 국내학술대회 규모를 국제학술대회로 확대 실시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에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인정기준을 정부지원 인정기준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지원 인정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기준은 △해당 회의에 5개국 이상의 외국인이 참가 △회의 참가자가 300명 이상, 그 중 외국인이 100명 이상일 것 △3일 이상 진행되는 회의 등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료계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패널 토론자로 참가한 의협 조현호 의무이사는 “단순히 해외 참가자 수로 접근하는 방식이라면 현재 국내 개최 국제학술대회 중 인정을 받을 학회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의학의 국제적인 성장 및 발전을 고려한다면, 인정 기준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이날 토론회 주제발표에서는 리베이트 관행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의료인단체의 자율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 및 장치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문석구 과장은 “의료인단체의 역할 강화를 통한 리베이트 관행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자율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의약품 및 의료기기단체 회원사에 대한 자율정화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공개토론 후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방안을 확정, 이번 달 내로 안건을 상정, 개선방안 권고 및 사후관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