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대의원총회는 민심의 척도다

2021.04.29 14:02:30 제917호

이재용 편집인

지난 24일 열린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각 지부와 분회가 선출한 대의원들은 치협의 2021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부결했다. 그날 참석했던 대의원 167명 중 83.2%인 139명은 사업계획 및 예산안 부결이 고난의 결정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뉴스에서나 보아왔던 치협의 ‘셧다운’을 결정한 것이다.

 

치협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 중 하나가 치협의 첫 ‘노사 단체협약’에 따른 추가 소요예산이 총회에 상정된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심지어 총회를 나흘 남기고 개최된 치협 정기이사회와 총회 직전까지 대다수 임원 및 지부장들은 단체협약 체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반면 노조는 자신들의 총회에서 단체협약안에 대해 공유했다고 알려져 대다수 대의원의 황당한 심정이 이해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집행부는 총회 상정 예산안에 대해 예상되는 질문이나 대의원들의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답변과 사전설명을 준비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심지어 예산안 부결 이후 관리비 등 매월 고정적으로 지출해야만 하는 통상 경비에 대해서라도 총회의 승인을 구했어야 했지만, 집행부에서 별다른 언급이 없어 결국 5월부터는 원칙적으로 사업이나 지출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당해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은 조만간 개최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새롭게 승인받아야 정상적인 업무개시가 가능해 치협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개원의 비율이 95%에 달하는 치과계 특성상 지부나 분회 등 회무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또, ‘치협이나 지부가 이제까지 왜 그래왔을까’와 같은 내부 사정을 접할 수 있는 인원은 그 안에서도 일부에 불과하다. 이처럼 돌아가는 사정을 조금이나마 안다는 대의원들이 1년에 1~2차례 모여 본인이 소속된 지부나 분회 회원들을 대의해 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선거철 일반 회원들이 포플리즘적인 이슈에 대해 호불호에 따라 개인적으로 내리는 판단과 지부나 분회를 대표하는 대의원들의 공공적인 결정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접근법에서부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총회에서는 새로운 변화도 눈에 띄었다. 매해 회비를 직접 걷는 지부나 분회 임원들은 학회 등에 비해 취약한 지부의 보수교육 수행 권한을 강화하여 회비납부율을 높이고자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였다. 보조인력 문제에 있어 당장 공급이 가능한 간호조무사들이 의과로 가지 않고 치과취업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주문하였고, 외부회계감사에 있어서도 몇몇 지부와 치과의사신협 등이 시행하고 있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대해 요구하였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집행부에 선거 때의 속 시원함이 아닌 답답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에 더해 대의원총회 대면 개최를 놓고 복지부 등의 자제 요청을 언급하며 비대면 개최를 검토하다가, 결국 네 개의 강의실에서 분리 개최하고, 외부 인사 초청 등을 자제한 것은 참석하는 대의원들의 건강과 방역지침 준수라는 측면에서 이해는 가지만 다음날 치러진 의협 대의원총회는 치협 대면 총회 자제를 언급했다던 보건복지부의 장관 외 국회의원 10여명 이상이 참석하고 100여명 이상의 인원이 회의장을 가득 메운 것을 보고 우리 치협의 위상에 대해 심각한 회의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일보 후퇴는 일보 전진을 위한 값진 가르침일 수 있다. 참으로 힘든 고난의 상황이지만, 결국 지금은 치협이 바로 서도록 다같이 힘을 모아 이겨내야 한다. 이번 총회는 우리 치과계를 대표하는 집행부와 대의원, 그리고 지부와의 접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준 계기가 될 것이다. 대의원총회의 결정은 민심의 정확한 척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대의원과 일반 회원은 분리될 수 없고, 대의원에게 외면당하면 일반 회원들에게는 더더욱 설득이 어렵다.

 

우리 치과계의 발전과 위상 강화를 위해 집행부를 중심으로 소통을 강화하여 나아갈 때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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