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혼돈의 시대

2021.09.02 10:29:10 제934호

조영진 논설위원 / 대전광역시치과의사회장

의문의 시작은 지난해 11월 중순 YESDEX에서 개최된 지부장연석회의에서 발생한 협회장과의 논쟁이었다. 필자는 당시 협회장에게 올해부터 의무사항이 되는 개원가의 비급여 진료비 신고를 막기 위해 협회가 나서 가처분 신청이라도 취해 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 

 

그 다음의 혼란은 설 명절 선물로 배송되었던 생물 붕장어 사건이었다. 붕장어의 납품단가를 둘러싸고 집행부 이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다는 말에 더 이상의 분란의 여지가 생기지 않기를 희망하는 마음에 별일 아니라는 식의 의견을 지부장 단톡방에 올리기도 했으나, 투서가 잇따르는 등 임원진 내부의 파열음으로 결국 총무이사가 사퇴하고, 회원들의 분노마저 사게 되었다. 

 

취임 첫해였던 2020년 정기대의원총회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지부장만 참석했던 비대면 총회로 치러졌기에, 올해 대의원총회는 당연히 대면 총회이겠거니 했는데 협회 임원진이나 의장단은 또 비대면 총회를 원하는 듯 복지부에 개최 가부를 묻는 공문을 보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2년 연속 비대면 총회는 곤란하다는 지부장들의 의견일치로 코엑스 회의실을 나누어서 4월 24일에 대면 총회로 개최되었는데, 오전의 지부장 회의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 사무국 노조와의 단체협약’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그 문건의 일부 내용(장기근속 직원에 대한 과도한 포상금 지급과 안식 휴가 부여, 직원 본인의 대학원 진학 시 등록금 지원, 직원 자녀의 대학 진학 시 학자금 보조와 15년 이상 근속 후 퇴직 시 금 2냥 증정 등)이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한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정상화 방안’에 부합하지도 않고, 회원들의 정서나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기에, 대의원총회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 70년 역사상 초유의 예산안 부결이라는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결국 협회장은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진다며 사퇴와 번복을 오가다 사퇴해버려 우리 협회는 예산안 부결에 이어 협회장 사퇴라는 두 번째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되었다. 협회장의 사퇴 후 선출직 부회장들의 동반사퇴를 예상했지만, 부회장들이 사퇴를 거부해 이번에는 협회장 선출방법을 놓고 감독 기관인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기도 했다. 협회 고문 변호사들에게 받은 자문내용을 놓고 회장 한 명만 뽑을 것인가 아니면 회장과 선출직 부회장 3명을 같이 뽑을 것인가에 대해 지부장 회의에서는 정말 허심탄회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회장의 선출방식을 대의원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하자는 선거관리위원장과 이사회의 의견으로 지부장들은 소송을 피하기 위한 차선의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협회장 보선과정에서도 일부 현직 임원의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신임 협회장이 선출된 이후 일부 이사진은 사의를 표명했으나, 다른 이사진과 선출직 임원들은 열심히 회무에 임하겠다고 해 회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결국, 신임 협회장은 대의원들의 요구로 소집된 9월 4일의 이번 회기 두 번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2021 회계연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 승인안과 사퇴 종용에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는 31대 집행부 임원들에 대한 불신임의 건과 32대 집행부 임원 선출의 건을 대의원 발의로 상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임기의 대의원들은 무척이나 회의 복(福)(?)이 많은 듯하다. 임기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벌써 3번의 비대면 총회와 한 번의 대면 총회에 참석해야 하니 말이다. 이번 임시대의원총회에서도 대의원들이 회원들의 정서에 부합하는 양심 있는 결정을 내려 혼돈 상태에 빠진 우리 협회를 정상화시켜 줄 것을 기대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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