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치과의사들의 비급여 의료영리화 정책 반대 의미

2021.10.14 13:18:38 제939호

이재용 편집인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박태근 회장은 후보자 시절이었던 6월 10일 출마 기자회견 당일 “비급여진료 비용 공개 협회가 적극 대응하라”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며, 3만 치과의사 회원에게 비급여 진료비 심평원 제출 거부운동을 제안했다. 당시 “1만 8,000여 신고 의무기관 중 50%만 거부운동에 동참해도 과태료 등의 처분을 막을 수 있다”며 “과태료 처분 시 단체행정소송을 추진하고, 의협, 한의협과 함께 개정안 전면무효화를 위한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치협 보궐선거 직후 비급여 진료비용 자료 제출 비율은 이를 반영이나 하듯 7월 21일 치과 38.6%, 의원 63.1%, 한의원 73.7%이었고 같은 달 28일에는 의원 70%, 한의원 80%에 비해 치과는 4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 13일 기준으로도 63.0%로 의원 82.2%, 한의원 89.1%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협회장 취임 이후인 8월 11일 박태근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진료비용 공개정책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당선 직후 수일간 보건복지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난 후에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서 비급여 자료 제출을 전격 수용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이사회가 제대로 구성이 되지 않아 의결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같은 입장 변화에 많은 치과인이 당황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최종 제출율은 의원이 95.2%로 최저이고, 치과는 95.3%로 두 번째였다.

 

8월 11일 박태근 회장의 발표 이전까지 50% 넘는 회원들은 자료 제출을 유보하며 협회의 방침을 기다렸다. 이는 치과계의 1,428일간의 릴레이 1인 시위의 역사에서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지난 10여년간 치과계는 일부 저수가 불법 네트워크 치과병원과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초창기 사태의 내막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대다수 국민은 ‘치과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폄훼했다. 이후 저수가 덤핑 불법 네트워크 치과병원이 국민에게 입히는 폐해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입법기관인 국회도 이러한 국민 정서를 받아들여 의료영리화 방지를 위한 ‘1인1개소법’이 통과됐다.

 

일부 저수가 덤핑 불법네트워크 치과병원과의 전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4년 헌법재판소에는 ‘1인1개소법’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제청이 제기됐다. 당시 여러 논란이 있었으나 2015년 10월 치협 김세영 고문을 비롯한 여러 치과의사가 앞장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릴레이 1인 시위는 1,429일간의 대장정을 거치며 치과의사들을 단합시켰고, 국민에게 치과의사들의 진실된 마음을 전하는 통로였다. 1인1개소법 사수를 위한 치과의사들의 염원은 정부부처와 국회, 헌법재판소에 치협을 포함한 여러 유관단체의 법률의견서와 치과의사와 국민이 연명한 서명서로 전달됐다.

 

지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동네 병의원들의 비급여 진료비를 단순 비교할 수 있다.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한 의료의 수준과 내용은 무시당했고 정부가 고부가서비스업인 헬스케어 산업 전체를 단지 민간 실손보험업계의 이익을 위해 저수가로 유도하여 무너뜨리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또 다시 치과계는 의료영리화와 전쟁을 재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일 1인1개소법사수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치과의사들의 정의로운 목소리는 다시 한번 강조되었다. 이 자리에서 김세영 고문은 “처음부터 전쟁에서 승리할 줄 알고 시작하지 않았다.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싸웠고, 10년이 지나서야 결실이 나타난 아주 지난한 싸움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수년간 문재인케어 즉 ‘비급여의 급여화’가 추진되어 실손보험으로 보장됐던 항목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막대한 이익을 얻은 민간 실손보험사들의 또 다른 이익보전을 위한 정부의 비급여 관리대책이 계속 강행될 경우 저수가 기업형 병원만이 살아남아 급속한 의료영리화가 추진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한 마땅한 대책마저 없는 상황에 그나마 원가에 못 미치는 건강보험 진료를 비급여 진료로 메꾸며 버텨온 의료계의 싹을 자르는 것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정책 반대’는 ‘치과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치과의사 마음 속의 또 다른 정의’이기에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때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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