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어린이 놀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21.11.19 12:52:19 제944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41)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이다. 당연히 어린이를 위한 시설이다. 그럼 여기서 어린이란 그 아파트 주민인 어린이만을 지칭하는 것인가?

 

얼마 전 인천 어느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파트 주민회장이 다른 아파트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논다는 이유로 도둑으로 몰고 경찰서에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이 현실인 우리 사회가 안타깝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우리 사회는 어처구니없는 것을 넘어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가 이미 윤리와 도덕이 무너진 것을 알았지만 이번 사건은 또 다른 전환점을 시사하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이번 사건은 어른이 스스로 어른다움을 포기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서 어른이 사라지면서 초래될 세상은 한마디로 암담하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어른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사건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아이다움이 사라졌다. 80년대 초반, 담배 피우는 청소년을 훈계하던 어른들을 법이 단순히 쌍방과실로 처리하면서 아이다움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무능한 법이 윤리를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에서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다. 어린이들이 어린이 놀이터에서 노는데 아파트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치 놀이공원에서 돈 안 내고 이용하는 것처럼 남의 시설물을 불법으로 이용했다고 도둑으로 신고했다면 그 사회는 미래가 없다. 그런 일을 겪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는 잿빛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지 어른들이 연륜과 경륜으로 묵묵히 어른다움을 유지하여 사회균형을 이루고 그 소속된 사회의 버팀목으로 작용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우리 사회 역시 어른들이 말없이 사회를 지탱해 왔건만 이와 같은 사회통념을 깨는 일이 벌어졌다. 잘못된 행위가 사회적으로 일반화되면 그 사회가 위험해진다. 만약 아파트 주민 아이들에게만 놀이터를 이용하게 만든다면 그런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내 것과 네 것만 있고 공유의 개념이 없는 괴물로 자라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요즘 세태에서 많은 괴물들을 보고 있다. 헤어지자는 연인을 폭행치사하고, 이혼하자는 아내를 대검으로 살해하고, 길러준 할머니를 잔소리한다고 살해하고, 여행 가방에 넣어 아동을 학대치사를 시키고, 계부가 중학생 딸과 친구를 성폭행하였건만 법원은 불구속하여 상처받은 아이들은 동반 자살하는 등으로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사건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다. 사람이 인성을 지니지 않으면 동물적 요소만 남아 짐승과 다르지 않은 괴물이 된다.

 

인간의 본성을 성선설과 성악설로 나누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 결론은 같다. 교육을 통해 선한 요소를 함양하고 악해질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교육은 세 가지가 있었다. 집에서 부모가 담당하는 밥상머리 교육, 선생님의 학교 교육, 동내 또래들과의 놀이에서 배우는 집단교육 즉, 사회교육이었다. 그런데 2000년에 들어오면서 이 세 가지 교육이 모두 파괴되었다. 핵가족으로 밥상머리 교육은 사라졌고, 입시 일변도 교육으로 학교 교육이 붕괴되었고, 친구 놀이는 학원이 약탈하였다.

 

교육이 무너지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이 최근에 보이는 사건들이다. 그나마 그동안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어른들이 지닌 공동 어른의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어른인데’라는 생각이 사회의 안전장치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이 위험한 것은 어른이 어른다움을 상실한 것과 그나마 근근이 겨우 유지되던 동네 또래 놀이문화를 완전히 파괴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고 겪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10년 뒤엔 아수라판이 될 것은 당연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주민회장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기사다. 명제는 ‘어린이 놀이터는 누구 것인가?’가 아니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이다.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가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처럼 되어버린다면 그 아파트 주민 어린이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어른다움을 잃고 단순한 생물학적 노인이 된다면, 참 위험한 일이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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