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기애

2021.12.02 13:15:16 제945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42)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얼마 전 26세 여자가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하던 중에 폭행을 당하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CCTV 영상에서 연인관계보다는 마치 강도가 폭행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들어 데이트 폭력이 증가하고, 폭력성은 도를 넘어 스토킹, 감금, 살인에 이르렀다. 연인뿐만 아니라 이혼을 하려던 부부간에도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 왜 사랑한다던 사람을 폭행하고 죽이는 지경에 이를까? 연인 간에 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일까?

 

심리학에서 폭행과 공격성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다. 동물의 공격성은 우선 생존을 위해 발달하고 진화돼왔다. 동물은 식량을 위한 사냥과 방어를 위한 싸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반면 인간은 문명이 발달하며 동물적 사냥과 싸움이 사라졌지만, 아기들도 화가 나면 무는 것을 보면 아직도 진화 DNA 속에는 남아있다.

 

통상 폭행 이전에 분노와 공포가 선행한다. 그러나 분노와 공포는 인격이나 수행이나 성향에 따라서 조절 가능하여 반드시 폭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싸움이 있고, 고양이가 쥐를 괴롭히는 유희적이고 가학적인 괴롭히기가 있다. 한 단계 더 발달하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같은 연쇄살인범들이 있다.

 

수컷의 폭력성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부상당하거나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수컷과 싸울 목적으로 강화되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강한 수컷이 모든 암컷을 지배하고 약한 수컷은 포기하거나 무리를 떠나야만 다른 암컷을 만날 수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수컷의 폭력 대상은 다른 수컷이라서 암컷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인간은 조금 다르다. 강한 수컷과 약한 수컷이 법이라는 강압적 규칙 속에서 혼재돼있기 때문에 서로 겨루어볼 싸움이 인정되지 않는다. 돈이나 권력이 객관적인 판단요인이지만, 내재된 동물적인 요인과는 다르다. 내면에서 얼마든지 사회적 요인과 다르게 동물적 요인이 작동될 수 있다.

 

약한 수컷은 본능적으로 강한 수컷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스스로 약한 수컷은 암컷이 강한 수컷에게 이동하거나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구속하고 저지하기 위해 폭력을 행한다. 폭력의 대상이 강한 수컷은 다른 수컷인 반면 약한 수컷은 암컷이다. 다른 수컷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암컷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한다. 강한 수컷은 언제든지 다른 암컷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암컷에 대해 집착하지 않지만 약한 수컷은 경쟁에서 질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암컷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또 다른 점은 동물에서 암컷은 종족 번식이 목적이기 때문에 암컷의 기량이 수컷을 뛰어넘은 경우가 적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평가와 객관적인 요인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고 높이 평가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적으로 잘난 아내와 무능한 남편이 만났을 때, 약한 수컷이 암컷을 지배하려는 동물적 성향을 보여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적으로 폭력은 생존을 위한 자기애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동물 간에는 사랑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이타성으로 인해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존재한다. 남녀 간 사랑에 있어서 이타적이라면 사랑이고 아니라면 자기애이다. 이타성은 상대방이 무엇을 해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고, 잘 안되었을 때 안타깝고 안쓰럽지만 분노하거나 폭력을 행할 수 없다. 분노가 생긴 것은 이타성이 아닌 이기성이 강한 것이고, 폭력을 행사하면 완전한 동물적 자기애다.

 

아무리 사소한 폭력이라도 행하는 순간 포장이 벗겨지며 약한 수컷의 모습이 드러난다. 약한 수컷은 감출 수는 있으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폭력도 인정하면 안 된다. 처음 시작된 사소한 폭력이 인정되는 순간부터 폭력은 합리화되고 약한 수컷은 가중되는 두려움에 점점 더 강한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영어 속담이 가지고 있는 의미다.

 

여성은 아무리 사소해도 첫 번째 폭력을 절대로 인정하면 안 된다. 약한 수컷의 전형적 시작이고 점점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자기애는 다르다. 사랑으로 포장된 자기애와 구분해야 한다. 사랑에는 폭력이 없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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