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을 보내며

2021.12.17 09:37:48 제944호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44)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이제 올해도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지나온 한해를 돌아보면 코로나로 시작하여 코로나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것도 없었고 새로운 것을 시행할 수도 없었다. 그저 움츠리고 지내다 보니 얼떨결에 지나가 버린 한해였다. 모임 규제와 식사 시간 통제로 인하여 모든 모임은 불가하였다. 그저 간간이 SNS로 연락만 취하던 것도 이젠 시들해져서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모임이 태반이다. 그나마 80% 백신 접종으로 완화돼가던 규제가 오미크론 변이 유입과 확진자 수 급증으로 다시 시작될 분위기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도 작년과 별반 차이 없이 송년회를 비롯한 모든 행사를 못할 것이다. 지난 1년간 모임 없는 생활로 인해 필자뿐 아니라 모두 활동이 매우 단순화되었다.

 

통상 단순한 일상은 무료함을 동반한다. 무료함은 외로움을 낳고, 외로움은 우울을 만든다. 지금은 수행자가 아닌 이상 스스로 멘탈 관리가 필요한 때다. 멘탈 관리를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무료함을 잊을 수 있는 취미 생활을 권한다.

 

필자도 올해 새로운 취미를 하나 찾았다. 요리를 시작했다. 콩나물 삶는 것부터 시작해 이젠 김치도 배추김치를 넘어 총각, 열무 등등 다양하게 담글 수 있게 됐다. 마트에 가서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것도 취미 생활이 되었다. 싱싱하고 좋은 채소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대파를 다듬어 냉동 보관하고, 마늘과 생강을 갈아서 냉장 보관해 놓으면 마음이 뿌듯하다.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 포도씨유, 콩기름 등 다양하게 구비하고 보는 것만도 즐겁다. 소금도 굵은 소금, 꽃소금, 맛소금, 죽염, 히말라야 핑크소금 등 요리 종류에 따라 사용 방법이 다른 것을 알면 요리 재미가 더한다. 최근 후배가 김장김치와 돼지고기를 보내주어 처음으로 수육 만들기에 도전하고 나름 성공했다. 지난 1년간 요리하는 맛에 집으로 가는 길이 즐거웠다.

 

또 요리의 장점은 장비 구입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채소용과 고기용 등 다양하게 칼을 구입해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월계수잎과 피클링 스파이스 같은 향신료를 아무리 많이 구해도 외식 비용보다 싸다. 피클도 직접 만드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 여기에 요리를 담는 그릇을 사는 재미가 추가된다. 요리에 따라 그릇도 달라진다. 모양과 재질에 따라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으니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같은 샐러드 접시라도 스테인리스와 도자기 혹은 유리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

 

하나의 취미가 소소한 다른 즐거움들도 파생시켜주었다. 휴일엔 하루 세끼를 만들어 먹고 간단히 산책을 다녀오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코로나는 필자가 요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앞으로 요리사 자격증에 도전해보려는 꿈도 있다. 요리를 시작하고부터 음식을 먹을 때 예전처럼 무심코 먹지 않는다. 사용된 재료와 소금간 정도, 당도와 요리 방법 등이 보이면서 음식을 좀 더 음미하고 요리사 노력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단점은 채소나 고기 등 식재료 품질과 가격을 알다보니 주방 부주의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필자의 한해는 지나갔다. 만약 필자가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무료했을 가능성이 크고 심지어 때때로 우울감마저 느꼈을지도 모른다.

 

영국 감염병 전문가 그룹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가 감기와 같은 엔데믹으로 국민건강을 위협하지 않게 되기까지는 최소한 5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변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고 변이종의 치명성이 감소되는 순간이 끝나는 때라고 보았다. 결국 최소 2~3년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결론이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어쩌면 또 다른 취미를 개발하고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두의 문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리적으로 섬처럼 고립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결국 스스로 위로하고 위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로움에서 벗어나야 우울하지 않을 수 있다. 취미를 개발하는 도전이 필요한 때다.

 

지난 신축년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버텨온 모두에게 위로와 위안의 말을 전하고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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