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치료비(수가)가 내려가면 환자는 행복할까? - 시장의 복수

2022.01.14 12:57:20 제951호

글/김민겸 발행인(서울시치과의사회장)

 

치료비(수가)가 내려가면 환자는 행복할까?

-시장의 복수

 

최저임금을 올리면 임금 노동자는 행복할까. 얼핏 그럴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 임금은 생산성의 결과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승한 최저임금만큼의 생산성을 내지 못하는 민간 일자리는 오히려 없어지게 되고, 이는 자영업의 쇠퇴와 경기불황으로 이어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수십 차례의 법 개정과 규제를 가했지만, 최근 수년간 집값은 최고치를 갱신해 왔다. 
이처럼 자유시장에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면, 대부분 정반대의 부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인데, 이를 ‘시장의 복수’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정부가 정하는 보험분야 치료비(수가)를 이에 대입해보자. 치료비가 싸지면 과연 환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얼핏 들으며 그럴 듯하지만, 치료비가 지나치게 싸면 의료인은 그 진료를 계속할 수 없다. 그 치료비로 임대료 내고, 직원 인건비 주고, 재료·기구·장비도 준비하고, 자기 생활도 해야 하는데, 이익은커녕 파산의 위협을 무릅쓰고 그 업을 계속할 수 있는 의료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혹자는 의료인의 이기심을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과연 자기 자식을 열심히 길러서 좋은 성적으로 의·치대에 합격시켜, 슈바이처 같은 삶을 살게 할까. 집에 있는 돈을 가져가서 환자를 위해 쓴다고 하면, 그걸 부모로서 환영하고 응원할 수 있을까. 그런 슈바이처가 많은 사회가 건강한 걸까, 아니면 개인의 이기심조차 자연스레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갖춘 사회가 성숙한 걸까. 

 

따라서 보험수가가 중요하다. 보험수가에 따라 해당 진료 분야 자체가 발전할 수도, 소멸할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정부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들은 의료분야에서조차 더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끌만한 포퓰리즘 정책을 선호한다. 목숨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초고가의 시설과 전문 인력을 확충하기 보다는, 대중의 관심있는 항목의 급여화 등 보다 많은 사람에게 당장 생색을 내는 걸 더 중시한다.

 

이 같은 정책의 반대급부로 흉부외과 수술이나 사지접합술 외상의학 같은 분야의 보험수가를 현실에 맞지 않게 억지로 묶어둔 결과, 그 분야의 전공의를 육성하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이제 일부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을 제외하면, 전문 인력들은 점점 고사돼 가고 있다.

 

하지만 사고나 절체절명의 응급상황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그를 위한 인프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비급여 진료비는 어떨까.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마저 억지로 무한경쟁의 레이스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비현실적인 보험수가의 모순을 억지로 받쳐온 것이 비급여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저수가 비급여임에도, 의료인들을 억지로 갈아 넣어 만든 급여-비급여 간의 기적의 균형상태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료기관별 내실은 전혀 따지지 않은 채, 그저 가격만으로 비교를 해서 함부로 ‘좋은 병원’, ‘나쁜 병원’의 라벨을 붙이려 한다. 공무원이 과일가게에 들어와서 가격만 보고 좋은 과일과 나쁜 과일 혹은 좋은 가게, 나쁜 가게 스티커를 붙인다면, 시민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소비자들을 위해 정말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박수를 보낼까?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도 비교우위인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위다. 이는 그나마 남아있는 비급여분야 자유시장의 순기능을 마비시킬 것이다. 과연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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