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 논단] 나와 코로나

2022.01.13 11:46:46 제951호

조영진 논설위원 / 대전광역시치과의사회장

목요일이던 지난해 5월 27일 저녁 무렵, 김 실장이 파래진 얼굴로 원장실에 들어와 “원장님, 야단났어요, 월요일 오후에 임플란트 브릿지가 빠져서 다시 붙이고 갔던 아무개 환자분이 수요일에 코로나 확진이 되어서 우리 치과에 역학조사 나온대요, 어떡하죠? 방금 연락이 왔어요. 서구보건소에서 역학조사 나온다고요” 이렇게 말했다.

 

여섯 시가 되기 조금 전에 소독통을 메고 나타난 방역요원은 서구보건소에서 나왔다며 치과의 이곳저곳에 약을 뿌려댄 후 사라졌다. 곧이어 올라온 역학조사 요원들은 문제의 환자를 어디에서 진료했는지 물어봤다. 치과 구조를 살핀 후 진료공간이 모두 분리돼 환자 간의 전파는 없었을 거라고 했다. 코로나 확진 환자를 진료했던 24일은 백화점 정기휴일이라 문 연 매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진료를 했던 필자와 김 실장만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했다. 그리고는 5월 28일부터 6월 8일 오전까지 집에서 2주간의 격리를 해야 한다는 사실과 내일 거주지 관할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 하고는 사라졌다.

 

다행히도 오전 근무인 김선생과 오후 근무인 남선생은 동선이 겹치지 않았기에 남선생과 김선생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2주간의 격리생활을 시작했다. 담당 보건소에서 연락이 갈 거라는 말에 주말에 검사를 받고 SIDEX도 가지 않고 집에서 지내던 필자는 수요일이 되어도 보건소에서 연락이 없어서 중구보건소에 연락했더니 누락되었던 모양이라며 담당자 지정을 해줬다. 여전히 집밖에 나가지 말라는 이야기와 함께 재택생활에 필요할 거라며 즉석밥과 라면 같은 간편식이 담긴 상자를 보내 주었고, 토요일에 해제 전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오면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으니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참아 달라는 담당자의 확인 전화에 “네, 네”하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 상황.

 

다행히도 해제 전 검사에서 김 실장과 필자 모두 음성판정을 받아 진료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후 백신 수급 사정으로 2차 접종 백신을 아스트라제네카에서 화이자 백신으로 맞았다. 이 무렵 언론을 통해 돌파감염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정부의 권고대로 추가 접종을 받기로 직원들과 결정하고 12월 10일 오후에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당일 오후 시간이 남아서 며칠 전 서구보건소에서 전화 온대로 PCR 검사를 받고 토요일 아침에 출근하던 중 중구보건소로부터 필자가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통화 상대방인 역학조사 요원에게 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전혀 없고 추가 접종까지 다 맞았으니 정확을 기하기 위해 재검사를 받고 싶다고 얘기를 했더니 절대 재검은 없다고 12월 11일부터 21일 오전까지 재택치료를 하든가 아니면 생활치료자시설에 입소를 하라며 압박을 해댔다. 결국, 잠시 치과에 들러 직원들과 거리를 유지한 채 뒷일을 부탁하는 몇 마디를 하고는 다시 집으로 급히 귀가해 두 번째의 연금생활을 시작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보건소에서 바로 연락이 왔고, 재택치료에 필요하다는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종합 감기약과 타이레놀 같은 약을 보내왔고 매일 담당 외래병원에서 문진 전화를 해왔다. 그리고 12월 15일에야 인스턴트 음식상자가 왔고, 20일 해제 통보 연락을 받고 진료실로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한 해에 두 번이나 격리를 당했던 필자로서는 이 나라에 K-방역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가를 묻고 싶다. 문을 활짝 열어젖힌 방역체계, 재검이 허용되지 않는 정확도 100%의 검사법, 재택격리자가 누락되는 관리시스템, 그때그때 급증하는 확진자 수에 달라지는 땜질식 방역 조치, 정치적 냄새가 물씬 나는 방역 정책. 아마도 먼 훗날 미래 세대들은 “옛날 옛적 한 옛날에는 K-방역이 있었다고는 하던데…” 할지도 모르겠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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