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동해 산불 이재민 치과진료이동버스 “현장을 가다”

2022.03.17 11:46:24 제959호

특별기고 / 강원도치과의사회 회장 변웅래

 

● 산불 발생과 진화과정

 

2000년 동해안산불은 191시간 발생하였고, 2005년 양양산불로 낙산사 화재가 있었으며, 2019년 고성·옥계산불로 고성, 속초, 강릉, 옥계 등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특히 2022년 3월4일 11시 17분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은 213시간 동안 이어져 1986년 산불관련 기록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이자 최장기간의 산불로 기록되었다.

 

이 산불로 울진 1만8,643ha, 삼척 2,460ha, 강릉 1,900ha, 동해 2,100ha 등 총 2만923ha로 서울시 면적 41.2%, 축구장 면적(0.714ha)의 3만4,930개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번 산불로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31개소 등 총 643개소가 소실되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9일이 넘게 번졌던 산불의 경과를 간단히 알아보자.

 

3월 4일(1일차) : 울진, 삼척, 영월에서 동시 발생했다. 특히 대형산불로 발전된 울진산불은 울진군 북면 산에서 발화하였고, CCTV로 확인한 결과 처음 발화점에서 동시에 지나간 차량 4대 중에서 버려진 담뱃불이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고온건조한 기상에 산불이 울진 한울원전에 근접하고 송전선로를 태우자 원전은 가동률을 50%로 감소시켰고 10일에 100% 정상 가동했다. 또, 강원 삼척으로 번져 국가주간시설인 삼척 호산 LNG가스기지 근처로 빠르게 확산되었으나 다행히 가스기지는 방어선이 구축되었다.

 

3월 5일(2일차) : 강릉 옥계에서 60대 남성이 마을 주민들에게 자신이 무시당했다며 토치로 불을 질렀다. 불은 양간지풍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 동해시로 확산되었다. 참고로 양간지풍은 양강지풍(양양-강릉 사이 거센 바람)으로도 불리며, 겨울에 북서풍이 백두대간을 지나 동해로 부는 푄현상의 일종인 고온건조한 바람을 말하며 풍속은 소형 태풍급이다.

 

3월 8일(5일차) : 울진산불은 천년고찰 불영사 인근까지 번지고, 울진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100m에 근접하여 보호종이자 문화재복원에 쓰이는 국가의 재목 ‘아름드리 금강송’이 잿더미로 변할 위험에 처하기도 했으나, 소방대원들의 필사적인 저지선 방어로 다행히 위기를 넘겼다. 강원도 산악은 해발고도가 높고 절벽지와 급경사로 이루어져 소방대원들의 접근이 무척 어렵다. 그래서 산불 진화에는 진화헬기가 필수적인데, 야간에는 운항이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3월 13일(10일차) : 12일부터 내린 비와 산림청 항공본부 공중진화대 특수진화대원들의 적극적인 진화로 ‘응봉산’ 주불이 진화되고, 화선 대부분이 제거되면서 발화부터 213시간 지속되었던 불길이 잡혔다. 산불로 임야가 소실되면 생태계 회복에 최소 30년이 걸린다. 경북·울진 지역은 연인원 6,972명, 장비 2,599대, 강원지역 동해·강릉에 연인원 3,158명 장비 851대가 배치되었다. 울진·삼척과, 강릉·동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산불피해를 본 주택복구비 중 일부를 정부가 국비 지원하며, 이재민들에게 주거시설을 제공하고 산불현장의 잔재물 처리와 현장의 응급복구 조치를 지원한다.

 

 

● 비상대책위 구성, 치과진료와 구호물품 전달

 

 

▶ 3월 6일     박태근 치협 회장과 변웅래 강원지부장 산불대책 논의

 

▶ 3월 7일     구영 서울대치과병원장과 전용현 경북지부장, 변웅래 강원지부장 논의

                    비상대책위 구성(치협, 강원-경북지부, 서울대치과병원, 강릉원주대치과병원, 대한치과병원협회)

                    치협과 서울대치과병원 이동치과진료버스 파견, 이재민 구호물품 전달 논의

                    치과진료 중 특히, 임시틀니제작과 틀니수리에 중점을 두고 준비

                    코로나감염관리 대책 수립, 진료 의료진 구성 논의

                    동해시청, 삼척시청, 강릉시청 산불상황 파악, 동해시 기공소 섭외

 

▶ 3월 8일     이재민 구호물품 전달 논의, 진료장소와 일자 확정

                    ·장소 : 국가철도공단 망상연수원(동해시 망상동)

                    ·일시 : 3월 9~10일 치협 치과진료버스

                             3월 11~12일 서울대치과병원 진료버스

   

▶ 3월 9일     20대 대선투표일. 오후 진료시작

                    치협 현종오 대외협력이사, 정국환 국제이사, 변웅래 강원지부장 이재민진료

                    (부분틀니, 완전틀니 임시틀니 제작, 스케일링, 치주치료, 레진치료 등)

                    치협 사무처 직원 대민홍보와 접수

                    동해시장과 시청 직원 방문. MBC 방문

 

▶ 3월 10일   강릉원주대치과병원 김진우 병원장, 보존과, 보철과 전공의 이재민 진료

                    변웅래 강원지부장 진료

                    구강위생용품과 잇솔·치약, 틀니케이스 및 구강세정제 등 구호물품 2,000점 지원

                    (강원 동해시와 경북 울진군에 각각 1,000세트)

                    동해시 복지과에 1,000세트 전달 -현종오 대외협력이사, 변웅래 강원지부장

 

 

▶ 3월 11일    치협 치과진료버스 변웅래 강원지부장,

                    서울대치과병원 이동치과진료버스 구영 병원장,

                    대외협력실장 박희경 교수(구강내과), 보철과, 치주과 전공의 진료

                    대한치과병원협회 구강위생용품 1,000세트 동해시청 전달

                    치협 박태근 회장 현장 방문

                    김부겸 국무총리 현장 방문

 

 

▶ 3월 12일   서울대치과병원 이동치과진료버스 진료. 임시틀니 delivery

                    4일간의 산불피해 이재민 치과진료 마무리

 

 

강원도보다 피해가 큰 울진산불은 비가 내리면서 3월 13일, 산불 발생 213시간 만에 가까스로 진화되었다. 경북지부(회장 전용현)는 산불피해 이재민들이 수용된 덕구온천을 치과진료 장소로 결정하고, 진료일정은 3월 22~24일로 정하였다. 경북 울진 산불피해 이재민 분들과 경북지부 회원들께도 응원을 보내드린다.

 

 

● 산불피해 이재민들의 치과치료 후 소감

 

2019년 고성·속초 산불 당시, 강원도 고성 아야진과 천진초등학교에서 치협 지원으로 이동치과진료버스에서 이재민 진료와 임시틀니 제작이 이루어졌다. 당시 산불로 틀니 소실과 분실이 많아 이동버스에서 임시틀니 10케이스를 즉시 제작하였고, 속초, 강릉, 동해 분회에서 이재민들에게 약 30케이스의 틀니를 제작하였다. 급작스런 산불에 몸만 피하다 틀니를 챙기지 못해, 틀니가 불에 타버려 식사가 곤란한 ‘산불과 틀니’의 특별한 연관관계를 경험하였다.

 

2019년 산불과 틀니 경험으로, 이번 2022년 울진·동해 산불에는 임시틀니 제작을 위한 여러 준비를 했으나, 무엇보다 짧은 시간내에 제작해야 하는 기공 과정의 조율에 어려움이 무척 컸다. 또한 수련원이나 이재민 보호소가 도심이 아닌 시 외곽에 위치함으로써 기공과정의 접근이나 기공물의 전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재민 틀니제작의 최종 목표는 식사를 잘하는 것이므로, 지역사회 치과의사들의 따뜻한 관심과 임시틀니에 이어 후속적인 틀니제작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되는 경우, 보험틀니의 제작 연한기한 7년의 적용 없이, 예외적으로 틀니가 보험으로 즉시 제작 가능한 점은 환자분들에게 매우 다행한 일이다.

 

이번 산불피해 이재민들의 치과진료는 치협과 지부의 빠른 결정과 치협과 대한치과병원협회의 바통터치가 잘 되어 ‘이동치과진료버스 릴레이진료’가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은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도 대민진료에 치과의사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동해 산불에 도움을 주신 의료진과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그리고 치협 사무처 직원들의 노고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전국지부장협의회와 대구지부에서 강원지부에 성금을 보내주시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치과인 여러분께 지면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예기치 못한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분들을 보고 가슴 아팠고, 급히 산불을 피하느라 틀니를 잃어버려 식사도 못해 이재민들이 실의에 빠질까 걱정되었다. 이번 이재민 치과진료에 참여한 치과의사들이 만들어드린 임시틀니로 식사를 잘 하셔서, 산불피해 이재민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힘을 내어 하루빨리 일상에 복귀하고,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길 기원한다.

 

지난 4일간, 집과 생활터전을 모두 잃고 실의에 빠진 산불피해 이재민들과 지역주민들의 슬픔을 여러분들이 같이 나눴다. 전국의 모든 치과의사들도 같은 응원을 보내주실 것으로 생각하면서 치과진료버스에 걸린 현수막의 내용처럼 치과계가 한마음이 되기를 바란다.

 

“치과의사들은 이재민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특별기고 / 강원도치과의사회 회장 변웅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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