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의료법 위반 시 행정처분

2022.06.23 11:13:48 제973호

치과의사 하태헌·이정은 변호사의 법률칼럼-12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이정은 변호사입니다. 이번호에서는 이른바 ‘본인부담금 할인’이 문제된 사안에서, 가벼운 벌금형이 선고되더라도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의해 자격정지 2개월 처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비롯해, 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관계법령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의료법 제88조 제1호), 자격정지 2개월에 처해질 수 있게 됩니다(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0호).

 

이러한 자격정지처분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7호 ‘관련 서류를 위조ㆍ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에 따른 자격정지처분의 경우에는 7년)이 지나면 하지 못합니다. 다만, 그 사유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해당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날까지의 기간은 위 시효 기간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 사실관계
피고인은 치과의사로서, 치과의원에 내원한 환자 5명을 상대로 스케일링 등의 진료를 하며 국민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총액 8만6,900원 중 6만1,900원을 할인해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주는 방식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유인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법원은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하였고, 피고인은 더 이상 이를 다투지 않고 그대로 납부하였습니다. 

 

여기서 ‘약식명령’이란  

약식명령은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하는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서 서면으로만 심리한 후 벌금, 과료 또는 몰수형을 과하는 명령입니다(형사소송법 제448조). 검사 또는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으며(형사소송법 제453조), 약식명령은 정식재판의 청구기간이 경과하거나 그 청구의 취하 또는 청구기각의 결정이 확정한 때에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57조).

 

그런데 보건복지부장관은 그로부터 약 3년 후, 위 범죄사실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 그 밖에 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치과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처분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치과의사는 직원의 실수로 본인부담금 할인이 이뤄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자격정지처분을 받게 된 것은 행정청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는 점을 행정소송을 통해 다투고자 하였습니다. 

 

■ 관련 법리 
위 사안과 관련된 기본적인 법리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행정소송의 수소법원이 관련 형사재판의 사실 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재판에서 인정한 사실은 당해 행정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해당 행정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춰 관련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두40016 판결).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행위의 내용과 당해 처분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 침해의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고, 당해 처분의 적법 여부는 위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므로, 위 처분기준에 적합하다 하여 곧바로 당해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위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아니하거나 위 처분기준에 따른 제재적 행정처분이 그 처분사유가 된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춰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 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등 참조).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 즉 행정소송의 수소법원이 관련 형사재판의 사실 인정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확정된 관련 형사재판에서 인정한 사실은 당해 행정소송에서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해당 행정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춰 관련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보면서(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6두40016 판결), 치과의사인 원고(=행정소송의 원고이자, 형사사건에서의 피고인)가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청구를 하지 않아 벌금형이 그대로 확정된 이상, 확정된 약식명령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원고가 본인부담금 할인의 의료법 위반행위를 하였고, 이에 대한 고의도 있었음을 전제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하여 가하는 제재이므로 위반자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과될 수 있는 바(대법원 2003. 9. 2. 선고 2002두517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에게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리고 국민 건강의 보호·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의료법 위반행위를 엄격히 규제하여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큰 점, 본인부담금 할인을 통한 환자유인 행위는 과잉 진료로 이어져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의료기관들의 과당 경쟁을 불러와 의료시장의 질서를 해할 수 있는 행위인 점,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집행기간 중에도 대진의를 고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종전과 다름없이 치과의원을 운영할 수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에 대한 처분은 의료법령에서 정한 처분기준에 부합하고, 그 처분기준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내려진 자격정지처분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 시사점
통상적으로 벌금형은 형사적으로 이루어지는 제재 중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라고 생각하여, 다소 사실관계와 다르더라도 그냥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벌금을 내기만 하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때, 일회용 의료기기(한 번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되거나 한 번의 의료행위에서 한 환자에게 사용하여야 하는 의료기기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기를 의미)를 한 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하였을 때, 허위진단서 또는 허위진료기록부를 작성하였을 때,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의료기사의 업무를 하게 하거나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 범위를 벗어나게 한 때, 관련 서류를 위조ㆍ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때, 그 밖에 의료법 또는 의료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때 등의 경우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격정지처분은 그 사유가 발생한 날 혹은 그 사유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46조에 따른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그 재판이 확정된 날로부터 5년(내지 7년)까지도 이뤄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벌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행정적 제재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만 합니다. 

 

따라서 정식 재판을 청구하여 다투는 일이 번거롭다고 생각하여, 실제 사실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쉽게 혐의를 인정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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