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치과생활] 홈 가드닝 "꽃길을 걷다"

2022.08.08 15:38:36 2022SS

글/사진_조유나(치과의사)

 

‘플렌테리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재택근무도 많아진 요즈음, 집안을 편안하고 개인의 취향에 맞추어 멋지게 고치고, 유행에 따라 공기정화 겸 식물을 키우는 집들이 많아지며, 식물로 인테리어를 하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플랜테리어'란 단어는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이지만, 예전 드라마나 몇십 년 전의 영화를 보더라도, 집에서 난의 잎이나 작은 화초의 잎을 닦아주며 대화를 하는 장면들도 많은 것을 보면,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그리 최근의 일도 아닌 듯하다.

 

필자만 해도 그렇다. 어릴 적, 집에 온갖 화초를 키우고 마당에도 수시로 연못을 팠다 메웠다 하시며 가드닝에 조예가 있으셨던 아버지께서 멀리 출장이라도 가시면, 저녁마다 전화로 난에 물은 줬는지를 체크하셨다. 집 밖 마당에는 그 시절 시골집들이 그렇듯, 보라색 화사한 등나무가 마당 가득 그늘을 만들어, 봄이면 등나무 꽃향기에 취한 벌에 쏘여 퉁퉁 붓기가 일상이었고, 석류나무와 대추나무, 작은 벚나무 등 사시사철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화단이 있었고, 집안에 작은 테라스에는 아버지의 수많은 난과 분재들이 가득했다. 어느 날은 아버지께서 애지중지하시던 분재에 작은 애기사과가 달린 걸 보고, 너무나 먹음직스럽고 탐스럽게 생긴 그 자그마한 사과를 언니와 둘이 몰래 따먹고는 신나게 몽둥이찜질을 당했던 일도 있었다. 쉰 살이 된 언니는 아직도 아빠가 자식보다 애기사과를 더 예뻐했다며 서운한 마음을 말할 정도다.

 

언제나 일상처럼 옆에 있었던 식물들은, 있어도 있는지 모르고 없어도 없는지 모르는 존재가 되어, 바쁜 제 삶 속에 존재감 없이 살기도 죽기도 했다. 그러다 나의 마음속에 식물이라는 뚜렷한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작한 시기는 힘든 수련 기간이었다. 인턴이 되고, 새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하루 5~6시간을 제외한 나의 모든 생활이 병원에서 이뤄지며, 담당교수님 섹터 창가에 작은 허브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식물과의 밀당이 시작되었다. 힘들고 바쁜 와중에도 간간이 애플민트에 코끝을 대고 잎사귀를 살살 만져주면 향긋한 풀내음이 올라오며, 잠시나마 병원을 떠나 한적한 숲길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 듯한 마음의 휴가를 주곤 했다. 물론 그 시절 허브와의 싸움은 밀당보다는 자연발생설을 맹신하고 싶을 정도로 진딧물에게 일방적인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제법 노련한 식집사가 되어, 다른 꽃님이나 식집사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자칭 식물고수가 되었다.

 

노련한 식집사가 되기까지,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수상자처럼 감사의 말을 전하자면…

“이미 죽은 나의 식물들에게 이 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죽어갈 식물들에게 미리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 식물을 키우기란 경험과 노력, 그리고 끊임없는 관심일 뿐, 타고난 재능이란 없는 것 같다. 또 사랑 없이 저절로 잘 크는 만능작물도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근처 카페나 레스토랑, 여느 잡화를 파는 매장을 가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몬스테라나 여인초 등의 실내식물들을 보면 잡지에 나오는 집처럼 소파 옆에 놔두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병원에 선물로 들어온 돈나무나 고무나무들이 시들시들한 것을 보면 인터넷이나 마트 등에서 식물영양제를 사다가 꽂아보고는 했을 것이다. 해보고는 싶은데, 잘해주고는 싶은데, 뭘 어찌 해주는 것이 좋은지 모르는 초보 식집사분들을 위해 요즘 유행하는 식물들과 식물 키우기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식물의 종류를 나누자면 무슨 목, 무슨 과 이런 전문적인 부분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전공자가 아닌 취미 식집사로서, 키우는 장소에 따라 간략히 분류해 보겠다. 키우는 장소로 식물을 나누어 설명드리는 이유는, 식물을 키우는 8할 이상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닌 자연이 하는 것이 식물 키우기이고, 그 좋은 환경을 찾아주고 맞춰주는 것이 식집사의 일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접하고 키우는 식물들을 크게 세 분류로 나눠보면, 첫 번째는 집 밖의 야외 정원에서 키우는 침엽수나 활엽수, 월동이 가능한 꽃나무들과 장미, 수국, 야생화 등이 있으며, 두 번째는 집안의 실내습도에서 키우는 월동이 안 되는 허브류와 제라늄, 사랑초, 꽃나무, 여러 관엽식물이 있고, 세 번째는 높은 습도와 적정한 온도에서 키우는 것이 추천되어 전용 온실이 필요한 안스리움, 필로덴드론, 베고니아 등의 관엽식물들이 있다.

 

물론 이러한 환경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다소 맞지 않는 환경에서도 정성으로 부족한 환경을 커버하며 키울 수 있고, 그렇게 키우고 계신 분들도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맞지 않는 환경에서 정성으로만 채우면, 식물이 잘 자라기 쉽지 않아 식집사에게 좌절감과 포기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경험이 많은 분들만 그렇게 키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 번째 분류의 야외에서 키우는 식물들은 테라스나, 정원이 있는 집에서만 가능하므로, 대부분의 집에서는 키우기 쉽지 않다. 꽃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꽃님(꽃을 좋아하고, 꽃을 위주로 키우며 블로그나 카페, 인스타 등의 SNS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서로를 ‘꽃님’이란 호칭을 사용한다)들은 꽃이 아름다워 관상 가치가 높은 수국과 장미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런 종류의 화초를 집안에서 키우기란 매우 힘들다. 수국의 꽃은 봄이나 길어도 초여름까지만 볼 수 있으므로 꽃이 없는 계절에도 계속 관리하기란 공간적인 어려움이 있다. 장미의 경우도 온갖 병충해에 취약하여 농약 없이는 키우기 힘든 화목류이다 보니 집안에서는 장미를 키우기 힘들어, 대부분의 꽃님들은 한두 해 키우다가 포기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식집사(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고양이 집사라고 부르듯, 식물을 키우는 사람은 식물의 온갖 시중을 들어야 하므로 식집사라고 부른다)들은 집안에서 키울 수 있는 두 번째 종류의 식물을 주로 키우게 된다.

 

집안에서 키우며 그 아름다움을 사계절 유지해주는 대표적인 식물로는 제라늄이 있다. 동네 화원에서 파는 제라늄의 경우 개량종으로 병에 잘 견디고,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기 때문에 길거리에 꽃을 내놓고 키우는 가게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제라늄들은 소위 ‘국민제라’라고 불릴 정도로 보급형 제라늄이다.

 

제라늄 애호가들은 이러한 국민제라보다는 유럽제라늄을 수입해 와서 보급된 종류들과, 제라늄끼리 교배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고 각기 원하는 이름을 붙여 재배하는 k제라늄, 러시아에서 만들어낸 러시아제라늄들을 주로 키운다. 필자 또한 주 종목이 제라늄이기도 하다. K제라늄은 k푸드, k방역 같이 한국형 제라늄이란 뜻으로, 유럽제라늄과 구분 짓기 위해 제라늄 애호가들이 붙인 이름이다. 보다 더 예쁜 색상과 화려한 꽃을 만들어내기 위해, 예쁜 제라늄끼리 수정을 시켜 발아, 파종 후 재대로 된 꽃을 보기까지 1~2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만들어낸 품종 중 예쁜 꽃이 나오면, 원하는 이름을 붙여주고 친한 꽃님들에게 나눠주거나 분양을 하여 보급시킨다. 제라늄은 파종으로는 똑같은 모양의 품종을 유지할 수 없고, 줄기를 잘라 흙이나 지피 등에 심어 뿌리를 받아 개체수를 늘리는 삽목의 방식으로만 똑같은 품종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k제라늄은 20만원에서 1만원까지 유행의 정도나 보급된 정도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어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집안 베란다정원을 가꾸는 많은 식집사들이 제라늄을 키우며 아름다운 꽃을 1년 내내 감상하기도 하고, 수익도 얻을 수 있는 좋은 재테크수단으로 여기기도 한다.

 

K제라 이외에도 식테크(식물 제테크)에 쓰이는 제라늄으로는 팬시 제라늄이 있는데, 잎의 색이 초록이나 연두색의 한가지 색이 아니고 흰색, 노란색, 분홍색, 붉은색, 보라색 등 여러 무늬가 있어, 꽃 없이 잎만으로도 충분한 관상 가치가 있는 제라늄을 팬시제라늄이라고 부르며, 팬시제라늄은 유럽의 영국이나,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만들어져 수입된 품종이다. 이러한 팬시는 잎의 화려한 정도나 보급된 정도에 따라 300만원 넘게 거래되기도 한다. 제라늄은 예쁘면 예쁠수록 번식하기 어렵고, 쉽게 죽기 때문에 가치가 잘 떨어지지 않아, 국내 많이 보급되지 않은 품종의 제라늄을 수입하기 위한 구매대행도 많이 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제라늄 이외에도, 베란다에서 잘 크며 많이 키우는 식물로는 사랑초나 튤립 등의 구근식물, 사철 푸르른 율마, 작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칼라디움, 베고니아, 다육식물, 온갖 초화류들이 있다. 다만 모든 식물은 환기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베란다를 확장해 거실이 된 환경에서는 잘 크지 못하고, 확장하지 않은 베란다에서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하고, 서큘레이터나 선풍기 등으로 환기를 도와주어야 곰팡이병, 응애 등의 병충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해가 잘 들지 않는 서향이나 북향 베란다에서는 해를 대신할 식물등 없이는 식물이 잘 크지 못한다.

같은 베란다에서 키우더라도, 식물마다 물주는 시기와 키우는 환경, 조심해야 할 병충해, 시비할 영양소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많은 식물을 키우는 베란다 정원을 가꾸는 경우에는 세심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

 

꽃보다는 잎의 색과 모양을 관상하는 식물을 관엽식물이라고 부르는데, 이중 몬스테라나 고무나무, 야자수 등 크기가 큰 관엽식물의 경우 대부분 너무 강한 직광보다는 간접광을 좋아하기 때문에 베란다에서도 잘 자라지만, 실내에서도 무난히 자란다. 그러나 실내라 해도 해가 스쳐 가는 정도의 광량은 필요하므로, 심하게 어두운 자리나 환기가 안 되는 환경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광량과 환기뿐 아니라, 식물에게는 흙의 영양소 또한 중요하므로 적절한 분갈이와 시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초보 가드너들이 하는 실수가 이런 관엽식물들을 인테리어의 소재로만 여겨, 해가 없는 자리에 둔다거나 적절한 분갈이를 해주지 않고 가끔 물만 주고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시들 힘이 없게 되는데, 원인을 알지 못하는 식집사들은 물을 너무 안 줬나 하는 생각에 물을 과하게 급작스럽게 많이 주기도 하고, 부랴부랴 영양제를 주기도 한다. 이미 영양분이 부족한 환경에서 뿌리가 말라버린 식물들의 경우, 갑자기 물을 많이 주게 되면 물을 흡수하지 못하므로 축축한 흙 안에서 뿌리가 썩어 식물이 죽거나, 급작스런 과영양에 삼투압 현상으로 뿌리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와 말라죽기도 한다.

 

혹시라도 집이나 병원에 말라가고 있는 식물이 있다면, 해는 잘 들어오는 곳인지, 환기는 잘되고 있는지, 온도는 적당한지 먼저 확인해 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관엽식물은 아열대나 열대지방이 원산지이기 때문에 추운 환경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므로 에어컨 바로 밑에 있다거나, 추운 날 출입구 바로 앞에 있다면 이 역시도 식물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다. 이런 환경들을 체크해 보고 좋은 자리로 옮겨줄 수 있다면, 옮긴 후 물과 영양을 과하지 않게 주며 서서히 회복시켜주는 것이 좋다. 만약 좋은 자리로 옮길 수 없는 경우라면, 근처 화원에서 새 흙으로 분갈이 후 어느 정도 요양을 시켜준 후 다시 데려오면 죽지 않고 지낼 수는 있다.

 

세 번째로 온실에서 키우는 관엽식물은 근래 젊은 식집사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 이런 식물들을 거래하는 사이트도 많고, 키우는 애호가들의 카페나 밴드,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활동도 활발하다. 안스리움이나 필로덴드론 등의 식물들은 열대식물이기 때문에 높은 습도와 높은 온도를 좋아하고, 심지어 100%에 가까운 습도에서 번식이 잘되기 때문에 베란다나 실내에서 키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애호가들은 온실에서 키우게 된다. 작은 아크릴 온실에서 시작해 온실용 유리가구에 식물등과 서큘레이터, 가습기와 온습도기 등을 설치해 키우는 분들이 많고, 부업이나 사업으로 대량 재배하는 사람들은 방이나 집안 전체를 온실화하여 키우기도 하고,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기도 한다.

 

 

 

이러한 안스리움이나 필로덴드론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는 추세이고, 특히 같은 종의 식물이라도 잎의 색이 다양해서 관상 가치가 높은 바리에가타(variegata=variegated leaf)들은 싸게는 십만 원 단위에서, 비싼 품종들은 몇 천 만 원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안스리움과 필로덴드론 등의 열대식물은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직수입하기도 하고, 유럽시장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수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업에 영향을 주는 병충해가 같이 묻어 수입된 개체가 검역과정에서 발견되면 그 품종 자체의 수입이 중단되기도 하고, 중단된 품종이 2년여의 전문적인 검사과정을 통해 수입중단이 풀리면 갑자기 많은 개체가 시장에 풀리기도 한다. 또한 대량수입을 하는 업체나 개인이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수입하면 급작스럽게 가격이 다운되기도 하고, 비싸게 들였다가도 번식이 잘되는 품종은 몇 달 만에 저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번식은 식물마다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새순이 나오는 마디를 잘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뿌리를 받고 새잎을 받는 순화과정을 밟는다. 요즘은 조직배양묘라고 하여 조직배양이 가능한 시설에서 대량으로 레어템이 재배되어 시장에 보급되기도 하므로, 급작스럽게 가격이 무너지기도 한다.

 

식물시장의 상황이 이렇게 변화가 많다 보니, 식물을 재태크의 수단으로만 보고 진입하는 분들은 대부분 오래 못 견디고 결국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은 돈보다는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관심과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애플민트에서 시작된 나의 가드닝은 왜 진딧물이 생겼는지, 어떻게 치료할지,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각기 다른 식물들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키우는 것이 좋을지 식물들과 대화하고, 공부하고, 실험해보고, 결국은 이사 가는 집마다 베란다나 테라스가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야외 테라스가 반드시 있는 집으로만 이사를 가게 되었다. 집을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이 식물이 된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식물 사랑은 식물이 저에게 있어 삶의 활력소요 상처를 치유해주는 마데카솔이기 때문이다. 식물의 새잎이 날 때, 새 뿌리가 날 때, 그리고 너무나 예쁜 꽃을 피우는 파종이가 탄생하여 저의 이름을 딴 이름을 붙여주었을 때 저는 어느 때보다도 큰 만족감을 느낀다. 식물은 제가 해주는 그대로, 많이 주면 많이 주는 대로, 적게 주면 적게 주는 대로 받는다. 물론 힘들어하기도 하고 죽기도 하지만, 제가 기울이는 관심과 사랑에 뿌리와 잎과 꽃으로 화답한다.

 

치과의사들은 환자 한 명 한 명을 치료할 때마다 어떤 치료법이 좋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잠도 못 자고 치료결과가 좋기를 기도하기도 한다. 환자들이 “감사합니다”, “원장님 덕분에 잘먹고 있어요”라는 감사 인사를 할 때, 예측한 치료결과가 나오고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올 때,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환자들은 진심을 다해도 알아주지 않을 때도 많고, 최선을 다해도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결과를 보장하지 못한 채 과정 과정에 열심을 다할 뿐이다.

 

그러나 식물은 식집사가 해준 과정 과정에 따라 모두 좋은 결과로 보여주고, 얼마나 공부하고 노력한 지에 따라 비례한 결과를 나타낸다. 심지어 물을 주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시들해지고 죽어가더라도 절대로 컴플레인으로 힘들게 하지도 않으며, 추운 겨울 제 몸이 우선이라 환기를 적게 해준다고 바로 화를 내지도 않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진료에 지치고, 병원 경영에 힘들고, 노고에 비해 사회적으로도 좋은 시선을 못 받으며, 이게 치과의사라는 직업이려니 혼자 묵묵히 견디는 치과의사들에게, 식물을 최고의 치료제이며 마음을 다독여주는 최고의 환자이다.

 

필자는 식물들을 키우며, 다른 식집사들과의 교류도 많아졌고, 어려운 식집사나 사회약자들을 도와주는 수단과 서로를 위로해주는 선물이 되기도 했으며, 식물들을 키우며 얻은 수익이 제법 되기도 했다. 물론 치과의사로 느끼는 힘든 부분을 이겨내고, 사회생활을 하며 생겼던 상처들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고, 스스로 느끼는 자부심 또한 높아졌다.

 

눈을 들어 주변을 보면 우리 주위에 한 번의 시선, 한 번의 터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어여쁜 식물들이 있다. 큰 포부나 대단한 각오가 아니더라도, 단 5분만 시간을 내어 우리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어주는 식물들에게 말을 걸어 보시면 언제가 꽃길을 걷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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