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 “이 정도 쯤이야” 방심은 금물

2023.11.13 10:19:43 VOL.177/2023가을겨울호

적절한 치료 위해 정확한 원인 찾아야
글 / 고경민 안과전문의

안구건조증은 눈물을 잘 생성하지 못하거나, 눈물이 빨리 증발하면서 발생하는 만성 질환입니다.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14%에서 33%까지도 안구건조증이 있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으로, 최근 그 유병률은 더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인은 다양하나 노화로 인한 눈물 분비 감소가 가장 흔하고,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장시간 집중해서 보면 눈의 깜빡임이 줄어들면서 눈물 증발이 많이 되어 건조함을 느끼게 됩니다. 미세먼지, 황사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나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 히터에 노출되는 것 등에 의해 눈물의 증발이 증가하고 눈꺼풀에 염증이 생겨 안구건조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침과 눈물 분비가 감소하는 쇼그렌 증후군 등의 류마티스 질환, 당뇨병, 갑상선 질환, 폐경기 여성에서 여성호르몬의 감소 등 건강상태에 따라서도 안구건조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 항우울제, 이뇨제, 지사제, 수면제, 피임약 등 특정 약물들에 의해 눈물 생성이 감소될 수 있으며, 눈꺼풀의 말림이나 염증 및 눈물샘의 손상으로 인해 눈물의 양과 질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자극성이 있는 염색약이나 화장품, 세면용품의 사용 및 장기간의 콘택트렌즈 착용 등 생활 습관도 눈을 건조하게 하며, 라식/라섹 등의 시력교정술 후 각막에 분포하는 신경의 손상으로 회복 기간 동안 일시적인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와 심한 긴장, 수면 부족도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킵니다.

 

눈의 표면은 눈물막으로 덮여 있으며, 눈물막은 안구 표면과 눈꺼풀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유해한 자극을 희석시키며 항균 작용 및 각막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기도 합니다. 눈물층을 구성하는 성분으로는 크게 수분과 기름이 있습니다. 눈물샘에서 만들어진 물 성분의 눈물이 안쪽의 수성층을 형성하며, 바깥의 지방층은 눈꺼풀에 있는 기름샘인 마이봄샘에서 생성됩니다(그림 1).

 

 

이 중 어느 한 층에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전반적인 눈물막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수성층이 부족해서 안구건조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35%, 지방층 부족으로 생기는 경우가 60%, 원인 불명이 5%이나,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수성층이 부족한 사람의 90%에서 지방층의 부족 역시 동반되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눈물 중 어느 성분이 부족한지를 먼저 인지하고 그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류마티스 질환이나 갑상선 기능저하, 여성호르몬 감소, 여러 약물들에 의해서 점액-수성층이 약해질 수 있으며, 노화와 염증, 폐쇄 등으로 인하여 마이봄샘의 배출에 장애가 생길 경우(그림 2,3) 지방층이 부족해지면 수성층이 쉽게 증발하여 안구건조증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충혈, 가려움, 타는 듯한 화끈거림, 찌르는 듯한 느낌, 뻑뻑함, 모래가 들어간 듯한 느낌, 침침함, 피로감, 두통 등 다양한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은 가벼워 보이지만, 중증의 안구건조증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각막을 포함한 안구 표면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가고 영구적인 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안구건조증은 관련된 증상과 여러 가지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진단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통해 눈물막의 안정성과 눈꺼풀의 염증, 마이봄샘의 기능 장애, 동반된 각막과 결막의 병변을 알아보고, 눈물막의 수성층과 관련하여 눈꺼풀에 종이를 끼워 눈물의 분비량을 확인하는 쉬르머 검사를 추가로 해볼 수 있습니다.

 

안구건조증의 완치는 어려우나, 증상을 호전시키고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기 위한 여러 가지 치료법 중 본인의 눈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됩니다.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은 인공 눈물 점안입니다. 인공 눈물을 통해 자연적으로 생성된 눈물의 양을 보충하며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눈물의 생성을 촉진하거나 염증을 줄이는 기능을 가진 점안 약제들이 처방되기도 합니다. 수면 시 눈꺼풀이 잘 감기지 않는 경우 안연고의 사용을 통해 눈물의 증발을 막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니터나 스마트폰 등 화면을 오랫동안 응시해야 하는 경우 일정 시간마다 휴식을 취하고,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평상시 가습기 사용을 통해 주변 습도를 높게 유지하며 에어컨 및 선풍기, 히터 등의 바람을 얼굴에 직접적으로 쐬지 않는 생활 습관이 안구건조증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안경이나 선글라스 착용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줄여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세안 시 눈 주변을 꼼꼼히 닦고 따뜻한 수건과 눈꺼풀 전용 세정제를 사용하여 눈꺼풀 위생을 관리해줌으로써 눈꺼풀의 염증을 예방하여 눈물막의 기름층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장시간 콘택트렌즈의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충분한 수분 섭취가 도움이 됩니다.

 

약물 사용에도 호전이 없을 경우 눈물이 배출되는 눈물점을 막아서 눈물을 보존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콜라겐 성분으로 일시적인 폐쇄 또는 실리콘 성분으로 영구적인 폐쇄를 유도하는 눈물점 마개 삽입술 및 전기 소작에 의한 눈물점 폐쇄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는 IPL(intense pulsed light, 펄스광선치료)의 경우 강한 펄스 형태의 광선을 눈꺼풀 피부에 조사하여 열을 발생시켜서 마이봄샘의 굳어 있는 기름을 녹여 잘 분비되도록 하고, 동시에 마이봄샘 주변의 확장된 혈관들을 수축시켜 눈꺼풀의 염증을 치료하며 눈꺼풀 주변에 서식하는 세균과 모낭충 등을 감소시키는 살균 효과도 있습니다.

 

안구건조증 치료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인공 눈물의 경우 여러 가지 성분으로 제조되고 있는데,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과 카복시메틸셀룰로스(carboxymethyl cellulose) 등 성분이 눈물막이 오래 유지되도록 돕고 안구건조증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성분은 히알루론산이며, 여러 교과서와 학회 지침들에서 안구건조증의 치료에 일관되게 권고되고 있습니다.

 

2023년도 의약품 급여재평가가 진행 중인 가운데 평가 성분 중 시장규모가 가장 큰 히알루론산 점안액의 급여 범위 축소 여부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히알루론산 점안액의 급여 범위가 축소되면 상대적으로 약가가 비싼 디쿠아포솔 성분이나, 안구 표면 염증을 완화시키는 사이클로스포린 성분, 점액의 분비를 돕는 레바미피드 성분 등으로 구성된 약물들이 대체약으로 처방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안구건조증 환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년층 환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전체 의료비 지출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글 / 고경민 안과전문의(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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