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전문의 제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 (下)

2012.08.27 10:57:47 제507호

“합리적인 전문의제도 개선책이 국민 신뢰 회복하는 길”

전문의제도의 개선 방향을 두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는 좀 더 이상적인 방법으로 전문의라는 명칭에 걸맞은 임상 지식과 치료 능력을 갖춘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전문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단순한 지식만을 평가하는 필기시험만 볼 것이 아니라 전문의다운 진료를 할 능력이 있는지 치료한 증례를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임상시험의 도입은 치과계 전체로 보았을 때에도 큰 이점이 있다. 모든 재화의 구입 과정에서 소비자는 재화의 ‘가치’와 ‘가격’을 비교해보고 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을 때 구입을 결정하게 되는데, 치과계에서는 지금까지 ‘진료의 가치’에 대한 평가기준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했고 이로 말미암아 ‘기능교두가 대합치와 절반도 접촉하지 않는 교정치료’나 ‘한 악에 14개씩 심는 임플란트’ 혹은 ‘급속교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12전치에 올세라믹’과 같은 환자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저질 진료가 일부 네트워크를 통해 낮은 가격을 무기로 판매되고 있다.

 

임상시험의 도입은 더 높은 수준의 진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줌으로써 전문의들은 물론이고 비전문의들의 진료 목표 설정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며, 또한 환자들을 저수가로 유인하여 저질 진료로 건강을 해치는 일부 네트워크에 대항하는 수단을 제공해줄 것이다. 또한 임상시험을 정기적으로 다시 치러 전문의 자격을 갱신하도록 의무화한다면 전문의로서 합당한 양질의 진료를 계속 시행하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이 방법은 두 가지 난제가 있는데, 치주과와 보존과 전문의들이 전문과목만 진료해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수가를 정상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점과 시험을 만들고 시행해야 하는 각 학회에서 ‘가르쳐서 내보낸’ 제자들이 전문의 자격취득에 실패함으로써 겪게 될 어려움을 걱정하여 이러한 제도를 반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졸업생 대비 38%정도 배출되고 있는 전문의들을 ‘전문과목만 진료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현행 법규는 의과, 한의과와의 형평성이나 치과의사 면허가 갖는 법적 의미 등을 생각할 때 무력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모든 치과진료가 가능한 38%의 전문의들이 계속 배출된다고 가정하고, 임상시험을 통한 소수전문의제도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일반치과전문의(가칭)’를 도입해 기존의 전문의 이외에 새로운 전문과목을 하나 늘리고 이를 통해 전문의 과정의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길어지는 교육 기간과 늘어나는 비용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전문의가 배출되고 5년 동안 전문의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비보험분야 진료비용이 늘어났을까? 임플란트나 교정, 레진, 미백 등 비급여 진료비는 지난 5년 사이에 급격하게 떨어져 오히려 적절한 수준의 진료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보험급여가 되는 분야의 진료비의 경우 이미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보험수가가 현재 제공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생각된다. 어떤 안을 택하는 경우에도 경과규정-기존의 전공의 수련자들에게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제도-은 시행돼야 한다. 1998년 헌법재판소 판결문 일부를 읽어보길 바란다.

 

“청구인들은 전공의수련과정을 사실상 마치고도 치과전문의자격시험의 실시를 위한 제도가 미비한 탓에 치과전문의자격을 획득할 수 없었고…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이미 사실상 전공의 수련과정을 두고 있는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지정하고 그 수료자나 치과의사로서 실무에 일정기간 종사한 자로서 소정의 연수를 마친 자에게 응시자격을 주는 등 ‘경과조치’를 둬야 한다.”

 

치과계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전문의제도를 실시하게 되었는데, 어렵고 복잡한 헌법소원이라는 과정을 거쳐 피해의 구제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던 청구인들이 전문의 자격을 계속 취득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이들이 전체 치과의사 중 소수라는 이유로 경과규정을 시행해주시지 않는다면 새로 배출된 해당 과목의 전문의 후배들과의 경쟁 과정을 통해 이들은 정신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소아치과나 교정과는 전문의도 아니면서 전문과목만 진료하는 것이 진료거부라며 고발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우며, 구강외과는 성형외과와의 경쟁에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뿐 아니라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응급실 진료를 할 수 없는 위치가 된다. 희생을 강요하게 된다면 이 과정에서 납득할만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경우 격렬하게 반발할 것은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분쟁이 계속되면 치과계가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게 될까 두렵다. 불합리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최소화 되도록 좋은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정민호 원장(아너스치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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