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치과인은 어떤 선거제도를 선택해야 할까?

2013.03.15 10:41:47 제534호

유동기 동작구치과의사회 부회장

헤겔은 ‘역사철학강의’에서 이성(누스)은 세계를 지배하고 세계역사도 이성적으로 진행하고 세계사를 이루는 실체는 동물과 구별되는 정신세계(사상)와 그 발전 과정이고 인간의 모든 행위는 자유를 위한 수단이고 오로지 자유를 원하고 얻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불경의 핵심 경전인 반야심경에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 하여 정신(心)과 물질적 현상의 연관관계를 밝힌 것과 동의(同意)라 할 수 있다.

 

전설적인 경제학자인 슘펨터가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역설한 것처럼 자본주의의 마지막 단계인 대기업의 이윤 독식 현상을 끝으로 자본주의 종말과 공존시대의 요구가 거세지는 시대이다. 아시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 부도덕성으로 인해 심장부인 월가(Wall Street)에서 금융스캔들, 시위대 등 부작용들이 점점 드세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과 같은 중진국은 승자독식의 현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지난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민의 소득은 줄고 대기업의 이윤만 증가함으로써 중산층의 붕괴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최근에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직능 단체들인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직선제 바람이 몰아쳤다. 이 돌풍의 원인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다수의 개인 면허권자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하고 전망이 어두운 경제상황에서 기존 대의원제도하에서는 더 이상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구비례로 뽑는 선거인단제를, 독일은 지역구 인물 본위 투표와 주별 정당 명부 투표라는 2기표 방식의 ‘인물화된 비례대표제’를, 한국과 일본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병행하고 있다. 물론 선거제도는 각 나라의 현실적인 실정과 국민적인 요구에 맞추어 지속해서 변했다. 치과계도 선거제도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과연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헤겔이 설파했듯이 치과인의 생각이 반영되고 그 정신이 이 시대의 흐름과 잘 어울리는 선거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우선 현 치협의 선거제도를 살펴보면 3만여명의 회원 중 대의원은 200여명으로 150명당 1명으로 민의를 반영하기에는 너무 적은 수이다. 또 대의원 다수의 연령대가 높고 일부 지부에는 만년 대의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젊은 세대 및 다수 회원의 의사를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로 인해 탈협회화는 가속되고 치과개원의협회라는 단체가 나오는 명분이 됐다.

 

치협 정관제개정위원회에서는 800~1,000명 사이의 선거인단 확대안을 제시하였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2001년부터 직선제를 하다가 투표율이 저조해지면서 다시 선거인단제로 전환하였으나 제도상 2번의 선거를 치러야 하는 번거로움과 전국의 선거인단이 모여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직선제로 회귀한 측면도 강하다.

 

게다가 3.25 간선제에서 특정세력이 선거인단을 선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직선제로의 열망이 더욱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바람은 변협에서도 그동안 대형로펌에서 독식한 회장직에 비로펌출신이 당선되었고, 서울변호사협회(전체 변호사협회의 70%)도 30대 변호사가 당선되는 대변혁이 일어났다. 사회전반적으로 변화에 대한 갈망을 엿볼 수 있다.

 

세대가 공존할 수 있고 각 개인에게 부여된 헌법적인 권한인 투표권을 전 회원들에게 다시 돌려줌으로써 인류 역사발전 과정상 군주에서 개개인에게 자유를 표현할 수 있는 제도인 직선제에 대한 갈망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독일의 전자투표제에 대한 위헌결정(2009)과 네덜란드 전자투표제의 조작에 대한 보도(2006), 지난해 미국 ‘슈퍼화요일’에 해커들의 투표자 명부조작 가능성 대두 등 문제로 볼 때 전자투표(E-voting)를 통한 직선제보다는 대한약사회나 부재자투표방식에서 검증된 우편투표방식이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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