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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연주회가 끝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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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렬 논설위원

2015년에는 서울치대 클래식기타반 오비(졸업생)회장으로서 창립40주년 기념행사 준비가 숙제로 주어졌다. 그래서 오랫동안 구상해온 졸업생과 재학생이 함께 어우러진 세대공감연주회와 기념축제를 하기로 마음먹고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부분 졸업생들은 기타를 연주한지가 오래되었던 터라 다시 기타를 치도록 독려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나부터도 기타를 다시 친다는 것에 굉장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기타반 동아리를 만든 창단멤버들의 열정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하고 적극적인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그분들의 순수열정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나의 미약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열화와도 같이 기타에 몰입했다. 합주곡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위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브람스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브람스 현악6중주곡을 합주곡으로 선정하고, 어렵게 편곡과 연습에 들어갔다. 그리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무사히 성공적으로 연주회를 마칠 수 있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장대하게 끝났다. “될까?”하는 회의감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힘을 합치고 점점 더 많은 정열과 꿈을 가지고 연주회를 만들어나갔다. 때론 학창시절의 연주회를 회상하면서 “그땐 좋았었지!”했다. 나이들면서 생기는 집중력 부족, 암기력 부족, 테크닉 부족에 모여서 함께 연습할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나 한음 한음을 소중히 가다듬고 악상을 살리는 아마추어의 열정으로 이것들을 하나씩 극복해냈다. 많은 선후배들이 모인 가운데 연주회는 무사히 끝나고 40주년 기념행사도 잘 끝났다. 많은 선후배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주회가 끝나고 난 뒤에 한동안은 허탈했다.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울 대상을 잃은 것이다. 손에 잡히는 것은 없고, 남는 것도 없는 공허함뿐이고 칭찬도 보상도 없었다. 몇 달을 열심히 준비해온 연주회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고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문득 인생도 그와 같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평생을 열심히 일해서 돈과 명예를 쌓는다 한들 어차피 인생은 공수래공수거가 아닌가? 평생을 쉼 없는 전진으로 끊임없이 일하다가 다시 되돌릴 시간이 없는 생의 끝 지점에서 이런 진실을 깨닫게 된다면 참으로 불행할 것 같다.


연주회라는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지만, 목표보다는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희로애락을 느끼고 살아있음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목표지향주의로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연주회(목표) 결과에만 집착하다보면, 더 많은 후회를 남기게 될 것이다. 우리는 더 좋은 연주를 위해서 바쁜 와중에도 모여서 연습한다. 합주곡을 완성하기 위해서 서로 연습한 것을 맞춰본다. 틀리지 않고 딱 들어맞는 순간을 즐기고, 소음과도 같은 음들이 점점 정열되고 발전하면서 아름다운 음악이 되어가는 그 과정들을 즐기면서,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면서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해가는 순간들에서 소중한 가치를 느끼는 삶의 태도가 연주회가 끝난 후의 무기력과 허탈감을 줄이는 방법일 것 같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인생을 꾸준하게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일상을 똑같은 리듬으로 변화 없이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계속 반복되는 일상을 연주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사는 것도 생활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목표(곡 완성, 독서, 운동 등)를 정하고, 열심히 준비를 하다가  내가 정한 연주회 날에 스스로 도전을 일단락하고 스스로 평가를 하고 스스로 자축파티로 정리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연주회는 씨앗과도 같다. 씨앗은 물과 태양과 흙을 받아들여서 싹을 틔우고 자라고 나뭇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고 다시 씨앗이 되어서 열정과 꿈, 낭만을 가득 담은 채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고 기약한다. 그러므로 연주회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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