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제45조 및 의료법시행규칙 제42조2에 의해 비급여진료비용은 환자에게 고지해야 하고 제증명수수료는 게시하여야 한다. 원내에서 고지·게시하고 홈페이지가 있으면 공개해야 한다.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내용을 다시 보니 2012년 10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의 알권리 및 의료선택권 보장을 위하여 공개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공개범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배경이 되었다. 2010년 의료법시행규칙에 고지하고 게시해야 한다고 명문화한 규정만으로는 국민들이 알기 어렵고 의료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나라님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2013년 1월부터 심평원 홈페이지에 비급여진료비용을 공개하기 시작하였고, 상급종합병원 29개 항목을 시작으로 하여서 점점 그 범위와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치과대학부속치과병원을 포함하여 치과임플란트 수가가 공개되었고, 올해 9월에는 고지지침을 만들어서 치과병원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치과에서는 광중합형복합레진충전, 임플란트, 제증명수수료, 상급병실료와 더불어 이번에는 골드크라운으로 공개대상이 확대되었다. 병원급까지 확대가 되었으니 이제 치과의원급까지 공개가 되면 모든 의료기관에서는 심평원 홈페이지에 비급여수가를 게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올해 9월 서울특별시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환자권리옴부즈만’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현장방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니 ‘자발적으로 협조의사’를 제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병원에 보낸 바 있다. 심지어 병의원이 비급여진료비와 진단서 비용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위반 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하는 법이 추진되고 있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병원마다 비급여수가나 제증명수수료를 일급기밀로 분류해서 환자에게 안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알려주어도 나중에 계산을 해 보면 ‘그게 아닌데’ 하면서 병원비가 아리송하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것이다. 전화로 치료비를 문의하는 환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하나하나 수가에 대해서는 답변이 가능하지만 환자의 상태를 모르고 어떤 치료가 필요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부가적으로 더 추가되는 진료가 무엇인지 예상이 되지 않으니 두루뭉술한 치료비를 이야기하거나 “정확한 것은 내원하여 진단 후에 상의를 드리겠다”는 답변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결국 정확하게 얼마가 나올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와 왜 병원마다 치료비가 다르냐가 환자가 생각하는 혼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공개가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는 순기능만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진료비라는 것은 환자의 상태나 치료방식, 경과 등에 따라 병원별로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단순히 공산품의 가격비교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결국 병원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 같은 이름을 가진 진료같이 보여도 내용이 다를 수 있고, 각 의료행위를 어떻게 분류했느냐에 따라서도 비교가 어렵게 된다.
비급여수가는 누가 어디에 감추어둔 것이 아니다. 이런 행정이야 말로 사적영역에 대한 필요이상의 과도한 간섭에 속한다. 국민이 알아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의료를 선택하는데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맞다. 그러나 병원을 괴롭히고 하는 척 하는 정책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