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쇼닥터가 치과계의 문제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세계의사협회에서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하였다. 의협은 방송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후두부에 혈류량이 5배 증가하여 발모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의사와 방송에서 “유산균으로 혈당을 조절하면 불임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유산균 제품을 만들어 홈쇼핑에서 판매한 산부인과 의사를 방통위에 회부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모 치과의사가 한 방송에서 “치아가 각기 다른 근육과 장기들로 연관되어, 치아에 이상이 있으면 그와 연결된 부위에도 영향을 주어서, 치아의 문제를 바로 잡으면 전신적인 질환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이 치과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학문적으로 황당한 이론이 전개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치과의사 스스로가 객관적인 검증과 무관하게 신봉하는 경우이다. 즉 자신이 믿는 논리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논하지 않고 일종의 종교적인 믿음으로 신봉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방송의 문제이다. 요즘 방송은 의료에 대한 계몽적인 요소나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는 최대한 자극적인 내용을 경쟁적으로 요구한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작가가 자극적인 내용을 쓰고 거기에 부합한 의사를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뒤에는 일명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는 PD의 구미에 맞는 편집이 있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의 의사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 방송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거기에 상업적인 요소가 개입된다.
몇 년 전인가 필자에게 모 방송 기획사라면서 전화가 왔다. 예쁜 얼굴로 바꾸어주는 방송을 기획하는데 동참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유사한 일들을 몇 번 경험하여 조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예를 들어 모 방송사는 인터뷰 형태로 1분 방송하는데 350만원이다. 물론 촬영은 무료인데 밥값과 부가세가 든다고 말한다. 모 월간저널은 표지에 얼굴을 내는 조건으로 500부 이상을 구매하라고 한다. 그 방송기획사는 1회 출연으로 300만원씩 20회분인 6,000만원을 내라고 하였다. 몇 명이나 출연하느냐고 물으니 의사·치과의사 합쳐서 대략 10명을 기획한다고 하였다. 10명이면 6억이다. 방송기획사는 출연을 원하는 의사들에게서 일체의 모든 비용을 떠맡기려는 의도가 보였다. 그래서 정중히 거절하였던 기억이 있다.
방송에 의료인이 등장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다만 과거와 요즘이 바뀐 것이 있다면 예전에는 대학 교수들이 주로 출연을 하였다면 요즘은 일반의가 더 많다. 이것은 정통적인 학설보다는 개인적인 사견이 더 자극적이고 또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방송도 자신들의 도덕성을 유지하면서 생존하기 어려운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하였다. 정통적이고 정설의 이야기는 식상하여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 없다. 극단적인 내용 혹은 비상식적인 내용, 자극적인 내용을 필요로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항상 한국을 무시하는 방송을 일삼는 일본의 모 방송이다. 그 방송은 한국비하 발언뿐만 아니라 토크쇼에 나오는 여성 출연자도 수영복만 입힌다. 내담자의 음담패설은 기본이다. 상업방송의 끝장판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쇼닥터는 그런 행태로 치달아가는 방송들의 생존경쟁에 순진한 의사들이 이용을 당하거나 아니면 상업적인 의사들이 동승하는 경우이다. 도덕성과 진실성을 지녀야할 업종마저도 모두 무한 생존경쟁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방송에게 본질을 지켜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지금 치과계가 당면한 도덕성과 진실성의 문제에서 본질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나 동일한 문제이다. 어려운 일다. 이미 방송이나 치과계나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지나왔다. 본질을 외면할 때에 파멸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자정작용이 나타나는 것이 이치이다.
한국방송은 이제 막 경쟁이 시작됐다. 스스로 변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출연하는 자의 자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출연자는 쇼닥터라는 불쌍한 희생자가 될지, 아니면 구강전도사가 될지를 냉정히 생각하여야 한다. 창밖에 내리는 겨울비에 커피향이 더욱 감미로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