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치과전문의제도 개선방안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와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2일 치과의사회관에서 ‘치과전문의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공청회는 그간 보건복지부가 주도한 치과전문의제도개선위원회(이하 개선위)에서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마련된 개선안을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보건복지부 양윤선 과장의 기조발표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전속지도 전문의 △기수련자 △외국인 수련자 등 각 직역에 대해 경과조치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전과 동일하다.
보건복지부의 개선안은 올해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전속지도 전문의를 경력에 따라 구분하고, 그 경력 정도에 따라 자격인정 및 전문의시험 응시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과조치를 준다는 계획이다. 기수련자 역시 위헌 판결이 난 외국 수련자와 함께 경과조치를 시행하기로 돼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동안 미수련자를 위한 신설전문과목으로 논의됐던 AGD가 ‘AGD를 포함한 전문과목 신설’이라는 문구로 표현되며 과거에 비해 힘을 잃었고, 신설전문과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경과조치는 전문과목 신설 시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2년 늦게 시작한다는 것을 두고 보건복지부 안에 미수련자에 대한 대책만 쏙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으나, 개선위 내부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미수련자가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국민의 편의를 고려할 수 있는 신설전문과목을 만들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의견은 확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AGD만으로는 미수련자가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칫 의과의 가정의학과와 비슷한 처지가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공청회에서 공개된 미수련자에 대한 방안이 연구용역을 시행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은 개선위 내부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또한 이날 공청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 등 치과전문의제도를 둘러싼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소수전문의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했다. 경기도치과의사회 전성원 정책연구이사는 어쩔 수 없이 개선해야 하는 전속지도전문의와 외국 수련자에 대한 제한만 풀어주고 소수전문의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회 전양호 회장은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단계별 전공의 정원 감축을 통해 소수전문의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치과의사의 75.6%에 해당함에도 경과조치에 포함되지 못한 미수련자, 당사자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공청회에 미수련자를 대표해 패널로 참석한 조영탁 원장(서울가우디움치과)은 다수 전문과목 확대를 통한 치과전문의제도 개선을 주장하며, 의미 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설문조사는 서울시치과의사회 회원 4,6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이중 1,151명이 참여했다. 기수련자의 경과조치를 전제로 기존 전문과목 이외의 새로운 과목을 신설, 미수련자에게 치과전문의자격시험 응시기회 부여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63.77%에 해당하는 734명이 찬성을, 30.41%에 해당하는 350명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모르겠다 97명, 5.82%).
또 기존 10개의 전문과목에 추가로 1~5개의 전문과목을 신설할 경우 필요한 전문과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복수응답)에서는 △임플란트 전문의 48.0% △AGD 41.91% △심미치과 전문의 38.26% △노년치과 전문의 31.39% △근관치료 전문의 28.61% △가정치과 전문의 24% △기타 10.78%(장애인치과, 노년장애인치과, 턱관절교합전문의, 스포츠치의학전문의)로 조사됐다.
치과계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날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김상희 건강정책국장은 △2016년 12월로 종료되는 전속지도 전문의의 한시적 자격인정 △표방한 전문과목 이외의 진료를 제한한 의료법 77조 3항의 위헌 판결 △외국 수련자에 대한 전문의시험 자격시험 응시를 제한한 치과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18조 1항의 위헌 판결 등 치과전문의제를 둘러싼 환경변화와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제도개선을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국회의원의 질타 등을 언급하며 치과계의 합의를 촉구했다.
특히 김상희 건강정책국장은 “원래는 공청회 개최 후 그 의견을 바탕으로 12월 말이나 1월에 입법예고를 할 계획이었으나, 내부 의견 수렴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는 치과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당초 예정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상희 건강정책국장이 언급한 치과계 내부 의견 수렴의 기회가 오는 30일로 다가왔다. 이번 임시대의원총회는 치과계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치과계의 발전을 위해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일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