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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의료인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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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267)

지난 휴일 우연히 TV에서 의료소송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프로그램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진행되었다. 이야기는 산통이 시작된 한 산모가 일요일에 강남의 유명 산부인과를 찾으며 시작된다. 환자를 받은 병원에 10시간 동안 원장은 나타나지 않고 카톡으로 자신이 갈 때까지 출산을 지연시키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동안 태아의 심박수가 점점 약해지는 상황을 의사에게 전달하였는데도 의사는 다른 볼일을 보고 심지어는 커피숍에서 직원들의 커피까지 사오는 느긋함을 보였다.


 출산 후에 아이는 몇 개월을 살지 못하고 사망하였고 산모의 가족은 출산 지연에 의한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방송은 10시간 동안 병원에 오지 않은 산부인과 의사의 행적을 추적하였다. 그녀는 일요일인 그 시간에 한 종교 단체의 모임에 참석하였고 자신이 맡은 피아노 연주를 마치고서야 병원으로 온 것으로 방송되었다. 또한 환자의 차트는 분실되었고 간호일지는 조작된 것으로 방송되었다. 요즘 방송들의 과장이 심한 것을 고려하여도 다루어진 내용이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방송을 보는 동안 종교를 빙자하여 학살을 행하는 IS의 장면과 오버랩핑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잘못된 신앙생활의 끝장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떠한 종교도 사랑과 자비라는 보편적 진리를 넘어설 수는 없다. 태양이 빛을 비출 때 옳고 그름과 미추를 가리지 않고 비추는 것과 같다. 보편적 진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평등하다. 법은 악인과 선인을 가리는 테두리적인 평등성을 지니는 반면 종교는 악인과 선인을 가리지 않는 평등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가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고 구원 또한 가능하다. 다른 하나의 오류는 전문가가 지녀야할 보편적 가치에 위배된다. 의료인이라는 전문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살리는 일을 최우선적으로 하여야하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여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이고 프로이다. 자신이 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행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야 한다. 감정과 여건에 변하지 않는 기술을 행할 수 있는 자를 전문가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은 그 산부인과 의사에게서 종교적 가치가 직업적 가치 위에 존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이것은 마치 종교가 다르면 치료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유대인은 죽여도 문제없다는 히틀러의 선민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사실이라면 그녀의 행동은 종교행위가 아닌 선민사상의 행위자와 다르지 않다. 선민사상은 역사적으로 종교전쟁을 유발하였고 지금 IS의 테러를 가능하게 한다. 자신의 신앙을 위하여 타인을 살해할 수 있는 폭탄 테러를 가능케 한다. 전문가의 보편적 가치와 종교의 보편적 진리는 개인의 종교적 행위보다 고통 받는 환자와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한 행위를 추구한다. 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였다면 그것은 개인적 가치이지 결코 종교적 가치는 아니다. 이번 일은 의료인으로서 또 종교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한 사람으로서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채널을 바꾸어 뉴스를 보니 부모가 아이를 살해하고 냉장고에 넣고 생활하였다고 한다. 내용이 너무 참혹하여 드라마를 보니 자신이 살해한 친구의 오빠와 결혼식을 하는 내용이다. 10여년 만에 찾은 동생을 모른 척한다. 일요일에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다가 문득 TV가 무슨 호러물 상자로 보인다. 결국 리모컨을 던지고 고전 책을 잡았다. 어쩌면 그 의사도 위안을 얻기 위하여 필자가 고전 책을 집어 들었듯이 그렇게 종교생활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또 그녀가 그렇게 종교생활에 집착하여야만 하는 어떤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미 보여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는 그런 보여 지는 것만의 팩트까지도 감수하여야 한다. 어쩌면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독약을 마시고 예수님은 못에 박히셨을지도 모른다. 예수님의 사랑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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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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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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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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