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냉정과 열정 사이(Calmi Cuori Appassionati)

URL복사

권 훈 논설위원

치과 개원의로 살다보면 때론 아오이처럼 냉정한 모습이, 때로는 준세이와 같은 열정적 액션이 필요하다. 치과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시기 적절히 오가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냉정해야 할 상황에 뜨거운 열정을 보이면 피곤의 연속에 빠져들고, 열정을 다해야 할 때 냉정하게 바라만 본다면 빈곤의 나날을 보낸다. 지난 15년 동안 개원 생활에서 터득한 필자의 깨달음이다. 열정으로 가득했던 개원 초기 흥행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처럼” 냉정한 마음으로 영화도 보고 원작도 읽었다.


아오이와 준세이의 사랑에 많은 아픔과 시련이 있었지만 결국 극복하며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었던 것처럼 치과개원 생활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영화 속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애절하고 감미로운 첼로 선율과 피렌체 이곳저곳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당장이라도 이탈리아행 항공기에 탑승하고 싶은 열정을 솟구치게 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이 열정을 주로 이기는 편이라 바로 실행은 못한다. 하지만 버킷 리스트에 ‘피렌체 여행하기’를 추가함으로써 다소나마 위안을 삼는다.


영화에서 준세이는 오래된 회화를 복원하는 ‘고화복원사’다. 굉장히 생소하게 들리지만 고화복원사는 죽어가는 그림을 되살려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게 하는 직업이다. 다시 말하면 상실된 치아 기능을 회복시키라는 명을 받은 치과의사의 일상과 고화복원은 예술적 관점에서 일맥상통하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한 발 한 발 천천히 내디딘 많은 예술가들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것 같다. 동네치과 원장에게 무슨 거창한 역사이고 예술 타령이냐고 할지 모른다. ‘사람은 자신이 마음속에 생각하는 그대로 존재한다(잠언 23장 7절)’라는 말씀은 단지 사람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레토릭(Rhetoric)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는 피렌체 메디치가의 지원을 받으며 예술품들을 복원했던 경력이 있다. 노인 조각상을 제작중인 미켈란젤로에게 로렌초 메디치는 이런 말을 한다. “여보게! 미켈란젤로 노인의 치아는 보통 몇 개는 빠져 있다네.” 로렌초의 한 마디에 깨달음을 얻은 그는 영락없는 노인의 얼굴을 가진 조각상을 만들게 되었다. 로렌초의 진심어린 격려가 미켈란젤로의 열정을 이끌어 내었고, 그는 결국 르네상스 예술의 거장으로 성장하였다. 이 사례를 보면 치과든 집이든 간에 잘했을 때는 칭찬하고, 못했을 때는 꾸중이 아닌 격려를 하는 것이 꼰대가 되지 않는 지름길이다.


좀 더 냉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의 인생을 들여다보자. 유년시절 양친의 사망으로 고아가 된 카라바조는 거리의 화가로 활동하며 궁핍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중 추기경 델 몬테의 후원을 받으며 화가로서 찬사를 받기 시작하였다. 그의 인생에 따뜻한 볕이 들자 카라바조는 방탕하며 안하무인의 삶을 살다 열병에 걸려 39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는 동서양이 따로 없는 불변의 법칙인 듯하다.


사실적 묘사와 생동감 있는 화면을 특징으로 하는 바로크 회화의 창시자 카라바조의 걸작 중 하나인 ‘Tooth Puller(1609년)’는 피렌체 피티 궁전(Palazzo Pitti) 내 팔라티나 미술관(Palatine Gallery)에 전시되어 있다. 구글링을 통해서라도 한 번 감상해보기를 추천한다. 마치 환자의 비명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고통스러운 환자의 모습이 애처롭다. 반면 치과의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굳게 다문 입술과 발치 겸자를 꽉 쥐고 있는 손을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을 보노라면 자꾸만 냉정 속에 열정을 숨기고 있었던 아오이가 오버랩된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접하게 된 후, 필자는 이탈리아에서 치과의사학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는데 열정이 샘솟고 있는 중인데 그 일부분을 논단에 소개하였다. 그 나라, 그 지역의 역사를 알게 된 후 나중에 그곳에 여행을 가면 동네 골목길도 다르게 보인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라 진리다. 그래서인지 올 10월에 개봉하는 이탈리아 피렌체 골목 구석구석까지 구경시켜줄 영화 ‘인페르노’가 손꼽아 기다려진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자산배분 투자 잘하고 계신가요?

총 2회에 걸쳐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시기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의 자산 가격 전망과 자산배분 리밸런싱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그동안 칼럼에서 다뤄온 자산배분 투자 방식을 기본으로 각 자산의 최근 전망을 조합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현금의 비중을 조절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자산배분 칼럼을 시작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직장을 다니며 본업에 집중하면서 패시브 투자를 병행해도 변동성이 낮은 채로 높은 확률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배분 방법을 다뤄왔다. 양적완화의 유동성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시대에서 투자의 당위성과 그중에서 자산배분해 투자하면 얻게 되는 장점에 대해 언급하며 칼럼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자산배분으로 투자성과를 낼 수 있는 기초 원리와 지식에 대해 다뤄왔으며, 그중 필자가 하고 있는 주기적 자산배분에서 핵심 기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연준의 금리사이클과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소개했다. 이후 ETF의 기본 원리와 투자방법을 소개하고, 자산배분 시 위험자산 주식, 안전자산 채권, 대체자산 금을 ETF를 활용해 투자하는 기초적인 투자논리와 방법에 대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