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중파 강연 방송에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하였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한 기계적 혁명이었다. 2차 산업혁명은 에디슨이 발명한 전기의 힘을 이용한 대량생산의 시작이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였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 파워’를 통한 인공지능화라고 설명하였다. 강의를 듣는 청중들은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경기를 보면서 한 번에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명인 이세돌 9단과의 경기는 세기의 대결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5:0으로 승리를 낙관하던 이세돌은 상상을 초월하는 알파고의 능력에 참담한 패배를 3번하고서야 4번째에 승리할 수 있었다. 3번의 경기를 지켜보았던 필자도 1국의 패배를 보면서 반신반의 하였고 2번째 패배를 보면서는 소름이 돋았고 3번째 패배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이 희망을 잃었다. 4번째 이세돌의 승리는 묘한 희열을 주었지만 저변에 깔린 씁쓸함은 가시지 않았다.
옥스퍼드대학의 칼 오스본 교수가 컴퓨터의 진행속도, 현재의 각 직업군의 노동 임금, 취업에 필요한 학력 등을 기준으로 하여 702개 직업군들이 로봇으로 대체될 확률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에서 47% 정도의 직업이 20년 이내에 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99% 사라지는 직업으로는 텔레마케터, 시계수리공, 모델, 스포츠경기심판 등이 있고 아나운서도 소멸 가능성이 72%나 된다. 치과와 관련된 직업으로는 호텔병원접수담당자(리셉션니스트) 96%, 치과위생사 68%, 치과조무사 51%, 치과의사 0.4%, 구강외과의사 0.3%로 나와 있다. 확대해석해보면 20년 뒤에 치과데스크에는 김태희나 원빈 같은 미인 미남 로봇이 환자를 응대한다는 이야기이다. 과연 20년 내에 그 정도로 발달할 것인지 의문이지만 이세돌을 이기는 알파고의 능력을 보고나니 생각이 바뀐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치과 개원을 위해서 치과 유니트를 고르면서 데스크 로봇의 카탈로그를 뒤적거려야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로봇의 성능과 가격이 인건비와 상응한다면 타당성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인류는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문명이 급격하게 발달하였고 그에 따라서 편의환경 또한 급증하였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인간을 편하게 해주었지만 과연 그것이 행복을 주는가를 생각하여본다. 산업혁명이 굶주림을 없앴고 의학 발달이 수명을 연장시켜주었다. 처음 인간은 배부르고 아프지 않으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사실은 달랐다. 문명의 발달로 행복의 가치기준이 달라지면서 상대적 빈곤감은 더욱 심해졌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일을 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어떤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택시와 버스를 타는데 기사가 없다. 대학교에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사무 처리를 위해 간다. 강의를 하는 교수는 없고 컴퓨터나 홀로그램에서 뉴턴이나 아이슈타인이 나와서 만유인력의 법칙과 상대성이론을 강의를 한다.
치과에 가면 접수대에 김태희를 닮은 로봇이 상냥하고 웃는 얼굴로 내원한 이유를 묻고, 진료실에서는 로봇위생사가 로봇 유니트에 앉혀주고, 모니터로 자세히 설명해준다. 진료가 끝나면 진료비는 홍채인식에 의하여 자동으로 심평원에 등록되고 계산되어 은행에서 인출된다. 환자는 로봇과 눈 한번 맞추는 것으로 모든 계산이 끝나고 예약 잡고 돌아간다. 치과의사가 진료에만 전념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가 있다. 환자와의 라포가 형성되기 어렵다. 환자는 환자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외롭고 보람감이 떨어진다. 가장 두려운 것은 모든 분야가 로봇으로 대처되면 인간들의 외로움은 더욱 심화되고 그만큼 행복감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이세돌은 가장 힘들었던 것이 알파고의 기계적 무감정이었다고 말하였다. 인간은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받으며 행복감을 느낀다. 로봇의 박수를 받으면 과연 행복감이 상승할 수 있을까. 알파고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