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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필 교수의 NLP 심리상담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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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언어

몇 년 전부터 특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부쩍 많이 받았다. 그 특별한 대상은 다름 아닌 팀장과 주변의 동료들로부터의 평점이 3년간 최저점수를 받은 사람들이다. 이유야 어떠하던 간에 당사자로서는 억울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그 평점에 대하여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육장면이나 분위기가 다른 대상자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조심스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안쓰러운 마음도 있고 또한 교육 후에 일상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든다. 그러던 중 한 교육생으로부터 자신의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심리상담을 받았으면 하는 요청을 받았었다. 지금은 많이 호전이 되었고 그리고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교육장면이 아닌 일대일 심리상담 장면에서의 흥분되고 한편으로는 무기력한 첫 모습은 아직도 선하다(심리상담 언급에 대한 부분은 내담자의 동의하에 기재함).

 

자신의 현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의 능력을 시기하는 사람들의 모략이라고 생각하였다. 미국 유학을 다녀오고 박사학위도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이 필자와 상담하는 동안 보여준 모습은 참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다식(多識) 그 자체였다. 자신의 전공분야는 물론이고 음악, 문학,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알고 있는 지식이 넘쳐났다. 본인은 이러한 자신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평점을 받았으니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고 현실적 상황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고 불면증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심리상담을 하면서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 왜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평가가 좋지 않은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전문적 용어였다. 전문적 용어의 사용이 자신의 전문성을 높인다고 생각하고 모든 설명을 전문적 용어로 표현하였다. 심리상담을 하는 동안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습관처럼 표현하는 전문적 용어에 대하여 직면하게 해 주었다. 팀원들은 그리고 주변의 동료들은 이러한 표현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또한 자신을 잘난 체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서 관계가 점점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 결국은 자기중심의 사고방식이 지금의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었다.

 

병원의 경우도 비슷한 것 같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결국 환자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앞으로의 의료경쟁, 병원경쟁의 체제 속에서는 더욱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환자와의 돈독한 관계를 위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술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부분을 얼마만큼 환자들의 수준에 맞게 설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 늘 접해왔었고 공부하였던 의료에 관련된 부분을 환자들이 이해할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고 또한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환자의 수준을 무시하게 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병원이라는 곳은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 환자의 상황을 함께 공감하고 치료해나가는 교감의 공간이다. 더 이상 전문적인 의료용어가 그 병원의 전문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병원의 전문성은 어려운 병원용어를 사용하는 곳이 아니라 병원의 전문적 의술이 환자의 아픈 마음과 교감을 이루어내는 관계의 예술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의 관계는 말(言)에서 시작된다.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사용하는 용어와 말투가 비슷해진다. 표준말을 쓰는 사람과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이 연애를 하면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 중에 하나가 상대방의 말투와 용어를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는 것이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이상한 표준말을 그리고 반대로 표준말을 쓰는 사람은 어색한 사투리를 쓴다. 그것은 굳이 상대방을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사고와 교감하려는 무의식적 태도인 것이다.

 

즉, ‘I like you, Because you are like me!’인 것이다.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수준을 맞추어야 한다. NLP에서는 이러한 것을 ‘Speaking other's Language’라고 한다. 똑똑한 것과 지식이 많은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지식이 많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그냥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똑똑하다는 것은 그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지식이 많다는 것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것이고 똑똑하다는 것은 상대방을 고려하는 상황적인 것을 말한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을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환자들이 호소하는 그들만의 언어에 전문적인 의술을 접목하는 관계예술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글_ 손정필 교수(평택대학교 교수 / 한국서비스문화학 회장 / 관계심리연구소 대표)
jpsh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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