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안면미용 보톡스 시술은 적격하며, 합법적인 진료다”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최남섭·이하 치협)와 ‘치과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범치과계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종열·이하 비대위)가 지난 5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안면부위 미용보톡스 시술과 관련한 치과계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특히 지난달 15일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이하 의협)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격의 날을 세웠다. 장외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치협 최남섭 회장은 “홍보자료라는 이름으로 대법원에서 심리중인 사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해 국민과 대법원의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의협의 주장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면서 “치협은 국민건강권과 진료선택권 수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귀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악·안면’은 치과영역, 의사보다 전문적
치협은 “‘안면’은 학문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치과의사의 진료영역”이라면서 “사각턱 치료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치료목적의 보톡스시술을 안전하게 시행해오고 있으며, 의료사고 또한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앞서 주장한 ‘치과의사가 안면미용 보톡스를 시술하면 안되는 10가지 이유’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의협은 대법원 공개변론 때는 물론 지난달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도 외국의 구강악안면외과의사들은 의사면허와 치과의사면허를 동시에 가짐으로써 그 역할이 가능한 것이고, 그 교육과정이나 면허범위에도 국내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치과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는 물론 구강악안면외과, 구강내과학 등 치의학에 대해 무지한 데서 출발한 오류라는 것이 치과계의 주장이다. 치협 박영채 홍보이사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본과 1~2학년 때 일반 의대생처럼 인체 전반을 배우고, 그후 2년간 얼굴부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면서 “안면부 보톡스 시술 시 치과의사가 의사에 비해 위해성이 증가한다는 어떠한 통계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강악안면외과 영역의 역사적 접근 자체가 다른 외국 일부 사례를 들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신질환-응급대처 부족? 치의학에 대한 이해부족
의협의 주장대로 치과의사들이 과연 전신에 대한 이해, 응급처치 부족으로 위해성이 높은가에 대한 반박도 일목요연하게 전달됐다.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 서봉직 회장은 “1972년 처음 만들어진 구강내과학은 치의학과 의학의 가교역할을 하는 학문이다. 치아를 치료하는 치과의사가 아니라 치아와 구강안면의 통증을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치만 하더라도 국소마취, 사전 약제 사용, 사후 환자 관리, 상담에 대한 부분을 일련의 의료행위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신질환에 대한 평가 및 대책이 없다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 치과진료”라고 강조했다.
특히 보톡스의 경우 이미 치과에서 턱관절 장애, 구강악안면 통증 등에 치료목적으로 더 많은 용량을 주입하는 시술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저작력이 약화되는 일부 부작용은 있을 수 있으나 이 또한 3개월이면 복원되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최영준 위원은 “의협은 보툴리눔독소라는 표현으로 위험한 약물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톡스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고 단기간에 회복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국민건강정보포털에서도 ‘실제 임상에서는 전신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명시돼 있는 것을 마치 치과의사는 사용할 수 없는 독극물처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의료인으로서 자성, 화합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치협 이지나 부회장은 “의과의 주장은 ‘턱’을 아래턱으로 한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광대뼈뿐 아니라 상악골 자체는 저작을 하면 모든 스트레스가 상악을 통해 얼굴 전체로 간다. 씹고 삼키고 말하고 호흡하는 것 모두 구강의 역할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섭 부회장 또한 “의협은 왜곡된 주장으로 국민을 혼돈시키고 있는데 전문가집단은 전문가집단답게 서로 협력하고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종열 비대위원장은 전문의료인으로서의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종열 위원장은 “신체의 그 어느 부위도 독립적일 수 없으며 인접장기, 인접부위를 다루는 의료인 간 소통이 필요하다. 의사들이 치과영역을 너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에 오늘날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의사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또한 “술자들의 이해관계나 권리주장보다는 환자들이 보다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와 치과의사가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길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치과의사 영역 명확히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치과의사의 안면미용 보톡스 문제는 실상 치과의사 시술로 부작용이 발생했다든가 환자들의 불만이 노출돼 불거진 것이 아니다. 지난 2011년 10월 경 일부 의사단체에서 조직적으로 치과에서의 보톡스, 필러, 레이저 시술에 대해 조사하고 고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이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100만원 벌금을 내는 것도 부당하다는 주장이 불거지면서 법정소송까지 넘어온 것이다. 엄밀히 환자의 입장에서, 또는 의학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우려됐기 때문이 아니라 의사들의 이권 챙기기가 먼저 작용한 문제라는 것이 핵심이다.
치료목적의 보톡스는 가능하고 미용목적의 보톡스는 불가능하다는 주장 또한 어불성설이다. 치료와 미용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는 현 세태에서 더 많은 양이 주입되는 치료목적의 시술은 가능하고, 미용시술을 위해 소량을 주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지 치과의사라서 안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치과의사는 구강, 즉 입 속에만 갇혀야 한다는 의사들의 논리가 치과의사들의 불쾌감을 높이는 이유다.
지난 5월 19일 대법원 공개변론을 통해 전국민적 관심을 모은 이번 소송은 아직 진행형이다. 공개변론 후 보강자료 제출을 통해 양측의 물밑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으며 장외전 또한 치열한 상태다. 치과계는 이번 판결이 악안면영역을 더욱 명확히 천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희 기자 news001@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