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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300회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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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 (300)

이 글이 300회이다. 일주일에 한 편씩, 벌써 6년하고 4개월을 썼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 김 기자와 대략 3개월 정도 쓰기로 한 것이 어느덧 6년이 되었다. 결코 짧지 않는 시간이었으나 필자 역시 어떻게 6년이란 기간을 글을 썼는지 의아하다. 가끔 강연회에서 몇몇 분으로부터 오래기간 글을 어떻게 쓰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치과계에 참 많은 일들이 있나봐요”라고 대답하곤 했다.


사실 어디 치과계에만 일이 있었는가. 치과계보다 넓은 사회에 얼마나 많은 경악할 만한 일들이 발생하였는가. 심지어 며칠 전에 발생한 6세 여아 학대 치사사건은 그동안 발생한 모든 사건의 종합판이었다. 6년간 300회의 글을 쓴 것은 필자의 능력보다는 급격히 변하는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슬픈 일들이 더 많아진 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몸부림이거나 분노이거나 사회포기의 표출일 수도 있다. 사회에 부적응한 1차 피해자들이 자신보다 약한 이들에게 다시 가해자로 둔갑하여 2차 피해자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를 심리학적으로 보면 최종 희생자가 사회에서 가장 힘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이 대상이 된다. 사이코패스처럼 범죄를 즐기는 유형도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한나 아랜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인 경우가 많다. 악마의 옆모습은 그냥 우리 주변의 흔한 평범한 얼굴이고 사실 그들이었다.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우리 모두의 모습이 극단적으로 표출되어 나타난 것이다.


한 번은 강연회에서 요즘 “경기가 나쁘죠?”라고 질문을 하자 어떤 선배님께서 “지난 20년간 경기가 좋다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고, 해마다 점점 더 나쁘다는 말만 들었다”고 답변하셨다. 지난 20년간은 그 누구 할 것이 없이 마음 편하게 지내오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예외는 항상 있으니 몇몇은 행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중상자가 1명 발생하면 동일한 경험을 하였던 경상자는 29명이 있었고, 부상은 아니지만 경미한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300명이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역으로 작용시키면 300명이 불행하면 29명은 평범하고 1명은 행복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인구의 20%가 전체 돈의 80%를 지니고 80%의 인구가 나머지 20%의 돈을 나눠가진다는 8:2의 법칙과도 유사한 맥락을 지닌다.


이 법칙은 사회윤리적인 면에서 보면 불공정하다. 하지만 지금 미국대선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같은 먹이사슬 피라미드 구조의 최종 소비자들은 그냥 당연한 자연계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분석하면 미국은 전 세계의 최종 소비자이고 그 속에서도 자신은 더욱 최종 소비자이니 자신에게 편승하면 그 혜택을 같이 누리게 해주겠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그는 1:29:300에서 1이고, 그 1들의 모임 속에서 또 1이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300이고, 그 300 속에서 또 300인 경우가 많다. 우리사회에서 29에만 해당해도 다행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1:29:300에 속한 사람들과 또 그 속에서 다시 1:29:300으로 나누어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불공평하다.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그들은 우리의 평범한 이웃의 옆모습으로 단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은 오류일 수 있다. 트럼프는 1중의 1이고 6세 유아학대치사사건의 양부모는 300중의 300일수도 있다. 6세 여아를 3일 동안 테이프로 묶어서 베란다에 방치한 그들이 사이코패스인 절대악인지 아니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 악의 평범성인지 필자도 알 수 없다. 다만 악의 평범성이라면 그들 또한 사회의 또 다른 슬픈 피해자이다.


글을 쓸 때 두 가지를 생각한다. 누군가에는 위로와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과 누군가가 필자의 글로 인하여 상처받지 않는 것이다. 300회 글을 쓰며 귀한 지면을 허락해준 치과신문과 용기와 격려를 주는 독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300회를 한결같이 좋은 원고로

치과신문과 함께 하는

최용현 원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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