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거절의 힘

URL복사

신동렬 논설위원

“이건 아니잖아!” 얼마전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한 멘트다. ‘아니요’라고 거절하는 것에 유달리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필자도 그중 한 사람이다. 기왕에 ‘이건 아니잖아’라는 거절의 유행어가 나왔으니 이것을 잘 이용한다면 부드럽게 거절하는 예스맨이 될 수도 있겠다고 혼자서 생각해본다.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 부모님, 선생님, 주위 어른들에게 순종을 강요받는다. 조금씩 눈뜨는 자아를 억제하면서 제도권의 울타리 속에 기꺼이 안주하는 아이들은 착한 아이들이다. 이들에겐 여러 가지 달콤한 포상들이 주어진다. 칭찬, 용돈, 보호막 등이 그것이다. 이른바 착한 아이 콤플렉스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보다는 착한 아이 가면을 쓰고 내면의 소리는 무시한다. 아이에게 주어지는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아이들이 하나씩 선택하고 여과해서 개개인에게 맞는 창조적 삶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생략되고, 기성세대들의 경험 울타리를 절대 불변의 막강 진리인 양 강요받는 정신적인 종속에 이르게 된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일류 학교에 입학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기르고, 집을 사는 것들이 사회통념상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생각을 강요받고 무조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잘 이수하였어도 진정한 나를 찾는 데 실패한다면 진정한 행복과는 거리가 먼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철석같이 믿었던 행복공식에 의심을 품고 혼란스럽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하나하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자. 이 작업은 주변으로부터 강요받는 나의 틀을, 가면을 거절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가족 관계나 주변 조직들과의 관계도 이제까지 형성되었던 수직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관계들을 거절하고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가족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아니고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업무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치과의사로서 지켜야 할 공공생활의 규칙은 철저히 따라야 한다.


그러나 사생활까지 따라야 할 규칙은 없는 것이다. 결혼하든, 하지 않든,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운동을 좋아하든, 음악을 좋아하든 그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나의 영역이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선별작업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사회적 도덕이나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주를 확실하게 인식하면서 길을 찾는다. 이 선택의 영역들이 모여서 나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을 창조적으로 발견하고 찾아 나가는 것이 나 자신을 지키고 진정한 행복으로 다가서는 큰 걸음이 될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이 드러나면, 그 가치에 대한 책임감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요된 체면들을 거절하면 된다. 그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서 거짓 없이 선택하면 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을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이다.


‘거절의 힘’이란 책에서 간단한 거절의 방법을 제시한다. ABC 절차로 Acknowledge(인정하기), Boundary(경계선 긋기), Close(종료하기)이다. 상대방의 말을 인정하고 공감하지만, 내 거절의 입장을 말함으로써 경계선을 긋고, 상대방이 수용하든 말든, 난 내 갈 길을 간다로 마무리되는 단순과정이지만, 부드럽게 거절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거절을 못 해서, 나에게 필요한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보험에 가입하고, 보증을 서고, 돈을 빌려주는 등 난처한 순간들을 많이 겪은 필자로서는 가슴에 와 닿는 얘기다.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에는 설득에 대한 얘기들을 잔뜩 담아 놓았지만, 그 많은 설득의 말들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거절의 방법들을 잘 정리해놓는 것도 좋을 듯싶다. 거부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나 자신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법도 배우지 못한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