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의 주역인 ‘비선실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연일 터져 나오고, 이들이 거쳐 간 사회 곳곳은 법과 원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무법천지처럼 보인다. 과거 서부영화(西部映畵)에서나 볼 수 있었던 권총을 차고 말을 타고 다니는 악당들의 횡포가 지금 이 시대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정치, 경제, 교육에 이어 의료계까지 그 파장이 일파만파다. 박근혜 대통령도 진료를 받았던 차움병원이 최씨 자매를 통해 대리처방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나타난 의료법 위반 정도는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차움병원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차병원그룹은 박 대통령과 최씨 가족과의 관계 때문인지 사업이 날로 번창해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것이 단순한 의료법 위반이나 도덕적 해이에 그치지 않고 의료영리화의 더러운 냄새를 풍기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병원그룹은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제대혈 보관사업을 하는 차바이오텍을 중심으로 각종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제대혈은행, 제약산업, 백신연구, 화장품, 기능식품, 해외병원 개발 투자 운영, 의료기관 시설관리 및 전산개발, 벤처케피탈 투자업 등에 진출해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은 ‘차병원그룹은 의료영리화 정책의 수혜자’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들이 누린 특혜를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차병원그룹은 2016년 5월, 7년 동안 중단됐던 줄기세포 연구의 조건부 승인을 받는가 하면, 복지부로부터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192억원의 국고를 지원받았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차병원그룹이라고도 했다. 정부의 ‘연구중심병원’ 사업의 수혜자이기도 하고, 의료산업 펀드인 ‘글로벌헬스케어 펀드’도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가 특혜를 받았다. 이 뿐 아니라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를 통한 의료영리화 정책과 차병원그룹의 밀접한 관계가 사실로 밝혀졌다.
초호화 건강검진 센터와 각종 노화방지 클리닉 등을 갖춘 차움병원은 VIP 회원권이 1억7,000만원이고 연회비가 45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검진 프로그램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넘나들고 ‘회춘주사’로 알려져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줄기세포 치료만 회당 1,000만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극소수 부유층을 위한 초호화 병원의 이익을 위해 정부 정책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던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의료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의료영리화의 본질이 지극히 사적인 이해관계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보건의료 산업화가 국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을 위한 언어적 포장에 불과했다.
세월을 거꾸로 사는 듯 주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과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시들어가는 국민들의 모습 사이에서 의료영리화의 섬뜩한 미래가 보인다.
의료 영리화의 폐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해왔던 치과의사들의 어처구니없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의료영리화 뒤에 숨어 있던 진정한 적이 무엇인지 직시할 수 있게 됐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보건 의료인 단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한 선봉장격인 1인1개소법 사수를 위해 헌법재판소와 국민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매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