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는 촛불시위를 지켜본 한 독일외신이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았다. 독일 차이퉁지 언론사 기자는 “어떻게 하면 최고 권력의 부정과 무능을 평화적이고 규율을 지키면서 바로 잡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멀지 않은 과거에 독재를 경험한 한국에서 수준 높은 시위와 민주주의를 보여줬다. 오히려 민주주의 역사가 긴 유럽과 미국이 배워야 하겠다”라고 하면서 “한국의 광장과 거리는 의견을 나누고 표현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아고라가 되었다”라는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논평도 함께 실었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는 아고라에서 참정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자기의사를 반영시킬 수 있는 직접 민주주의는 의사결정과정에서 말솜씨가 뛰어난 소수에 의해 다수가 생각 없이 설득당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중우정치(衆愚政治 :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를 말함)가 이뤄지는 문제점이다. 심지어 플라톤 같은 철학자는 최초로 직접 민주주의를 시도한 아테네의 몰락 원인으로 중우정치를 꼽았을 정도다.
그는 폐단을 ‘첫째로 대중적 인기에 집중하고 요구에 무조건 부응하는 사회적 병리현상이라 하고, 둘째로 개인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기여도 등을 고려하지 않는 그릇된 평등관을 꼽았다. 이어 셋째는 개인이 절제와 시민적 덕목을 경시하고 무절제와 방종으로 치닫는 현상이라 하였고, 넷째는 엘리트주의를 부정하고 다중의 정치로 흘러가 중우정치의 양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는데 지금 촛불시위와 협회장 선거를 보면서 같은 걱정을 해본다.
직접 민주주의는 선출직의 권한 남용을 억제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순기능과 포퓰리즘이나 혼란 조성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올바른 민주제가 시행되지 못하고, 하나 또는 몇몇 집단이 수를 앞세워 정치를 이끌어 가는 중우정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모든 시민 각자가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과연 촛불 집회에 민의를 전달하려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그 숭고한 뜻을 왜곡시키려는 세력이나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 선동하는 무리의 목소리가 너무 강하고 빠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시위에 대한 정확한 진실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달 대학 동문회에 가서 협회장 선거에 대해 얘기하던 중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많은 회원들이 원해서 얻었다고 자부해온 소중한 협회장 직선제를 많은 회원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것도 젊은 회원들이었다.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치과계 미래와 젊은 회원을 위해 만들었다는 협회장 직선제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이처럼 모르는 사람이 많고 관심이 없다면, 반드시 직선제 선거엔 중우정치가 끼어들 여지를 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웃단체가 중우정치로 당선된 협회장을 탄핵해야 한다며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는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치협은 직선제로 가는 길을 의료단체 중 가장 신중하게 발전시켜왔다는 자부심을 가져왔다. 어렵게 아고라를 마련하고 실시하는 이번 선거가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훌륭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후보들을 철저히 검증하고, 직접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는 선동 정치, 우둔한 패거리 정치를 선별 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협회장 직선제를 갈망했고, 엘리트 집단이라 자부하고 있는 회원들의 의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