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투병 끝에 별세한 故 김영애 씨는 영원한 배우였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과 고통이 상당히 많았고, 통증이 굉장히 컸을 텐데도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드라마 ‘월계수양복점’의 촬영을 끝까지 마쳤다고 한다. 고인의 위대하고 아름다운 마무리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와중에도 점쟁이처럼 고인의 사진만 보고도 왼쪽 부위 치아들을 신경치료했을 것이라는 추측과 그것 때문에 췌장암에 걸렸을 것이라는 황당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치과의사가 있다. “근관치료가 된 치아에 서식하는 진지발리스균은 소화기암을 일으킵니다. 앞으로 잘못된 치과치료로 더 이상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사망하는 일이 없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치과의사인 황 원장은 이런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상적인 교육으로 치과의사가 되었고, 그 배운 것을 토대로 가장 합리적인 진단과 판단이라고 생각되는 신경치료를 했던 치과의사들에게 잘못된 치과치료를 했다고 몰아붙인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대다수 치과의사는 참으로 황당하고, 억울하고, 분했을 것이다. 체어타임과 노력에 비해 수가는 그리 높지 않은 신경치료를 치과의사라는 사명감으로 힘들어도 열심히 해온 터였다.
우리보다도 의학적 안정성과 근거를 훨씬 까다롭게 적용하는 선진국에서는 신경치료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고 수가도 높다. 그런데 그 신경치료가 암을 유발한다고 하니, 어쩌란 말인가? 우리에게는 상식에 가까운 신경치료인데, 배운 것을 무시하고,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심어야 한단 말인가?
신경치료가 암을 유발한다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 내용을 사실인 양 포장하는 이면에는 힘든 신경치료보다 웬만하면 발치하고 자신이 만든 임플란트를 심어야 한다는 장삿속이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이 들 정도다. ‘타 회원의 정당한 입장을 고려함이 없이 진료에 관하여 타당성이 없는 박약한 증언을 하였을 때는 징계심의 대상이 된다’에 근거하고, 치과의사 품위손상 행위 등으로 윤리위원회에 올려서 시비를 가려야 한다.
윤리위원회는 보존학회나 근관치료학회, 치주학회 등의 의견을 청취하고, 허와 실, 진실과 거짓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부 윤리위원회에서 협회 윤리위원회로 이첩해 징계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복지부의 행정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의약단체들은 징계요청권만 있을 뿐 아직은 자율징계권이 없기 때문이다. 기다리다가 유야무야되어서 실제로 징계가 내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문에 윤리위원회를 솜방망이처럼 우습게 여기고 징계를 전혀 신경 안 쓰는 비도덕적·비윤리적인 치과의사들이 끊이지 않고 암세포처럼 번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 강력한 징계를 위해서는 자율징계권이 있어야 한다.
지난 협회장 선거에서 ‘자율징계권 확보와 윤리위원회 강화’는 모든 후보의 공통 공약이었다. 법망을 피해서 동료 치과의사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의사로서 윤리의식마저 버리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부 몰지각한 치과의사들은 윤리위원회에서 정당하게 시비를 가려야 한다.
얼마 전 의협에서도 ‘불미스런 해부실습 인증샷’ 때문에 자율징계권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협과 함께 협조해 자율징계권을 쟁취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불경기일 때는 모두가 다 예민하다. 의사의 품위를 버리고 장사꾼들과 결탁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치과의사들을 일벌백계하여 자체적인 정화운동을 벌이자.
깨끗하고 정당한 선의의 경쟁 속에서 서로를 존중해주는 멋있는 치과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