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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자중지란을 유도하는 ‘이간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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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헌 논설위원

지난달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회에서는 제2차 상대가치개편 세부추진 방안을 상정, 의결했다. 정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총 8,500억원 재원을 마련해 원가보상률 90% 수준으로 수가를 상향 조정한다는 주장이다. 재정중립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파이고정 조건은 항상 수가문제에서 의료계의 발목을 잡는 원칙이었다. 제로섬게임에서 수가인상이라는 것은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명제였으며, 보험수가 현실화라는 단어는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8,500억원이 투입되면 전체적으로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것 같은데, 설명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 검체 및 영상수가에서 5,000억원 수가를 인하해서 확보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결국 건강보험재정에서 검체 및 영상수가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3,500억원도 1,300억원은 환산지수를 낮추면서 회수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재정이 투입되므로 가입자(국민)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단순하게 산수를 해 보면 2,200억원이 순증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계산인데 이게 어떻게 8,500억원이 추가되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한지 그 재주도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다.


상대가치 개편작업 과정중에서도 우려하였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외과, 비뇨기과, 흉부혈관외과 등 외과계 쪽에서는 상대가치점수 조정은 비현실적 수가 개선을 출발점으로 개편안을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같은 수가인하가 예고되는 부분에서는 검사에 대한 수가를 인하해 외과계열의 원가보전을 시키는 방법이라는 점과 검사의 전문성과 중요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의료계 내부에서 서로에 대해서 기득권의 욕심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복지부는 의료계 내부의 자중지란을 유도하여 이간질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이런 방식의 수가개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직능단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건정책을 수립할 때는 원칙과 철학을 갖고 접근해야 하며 내부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방향이 아니다. 의협도 수술과 처치의 수가인상 당위성에 공감하면서 정부가 그 부담을 함께한다는 전제조건으로 검사관련 수가인하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가협상과 연계되는 재정투입방식이라면, 재정투입은 전무한 상태에서 수가인상분을 당겨쓰는 방식이 되는 돌려막기의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상대가치수가체계에서 원칙은 상대가치가 과대 평가돼 있는 행위는 내리고, 과소 평가돼 있는 행위는 올려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뚜렷하고 단순한 원칙이다. 상대가치는 행위별 투입자원의 상대적 크기를 의미하는 것이라서 재정과 무관하게 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정투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파이를 좀 올려주고서 행위 간 조정을 시행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국 재정의 크기는 환산지수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처음에는 올려준 것처럼 하다가 결국 환산지수 조정을 통해서 회수하겠다는 이야기는 조삼모사 같은 정책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인 것이다.


수가협상이나 상대가치조정에서도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상당히 컸다. 이번에는 전공과목별로 배분이 변경되는 새로운 룰이 나타나면서 의료계 내부에 대한 갈등을 촉발시켰다. 저수가가 문제가 돼서 원가보전을 시켜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재정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어떤 이유에서든 현재 건강보험운용상 문제가 있다는 실토가 될 수밖에 없다. 저수가건강보험이라는 비상식을, 원가는 인정해 주는 상식이 통하는 보건정책운용으로의 개선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느껴지는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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