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2017년도 보건의료인 면허신고 및 보수교육’ 업무지침에 의료인의 직업 윤리의식 함양을 위해 의료윤리와 의료법령 교과목을 보수교육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모든 의료인은 면허를 신고할 때마다 이 과목에 대해 2시간 이상 이수했음을 입증해야 하고 보수교육을 주관하는 각 직능단체도 교육계획 수립 시 해당 교과목을 포함시켜야 한다.
생각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전시 행정이고 의료행위의 본질에서 벗어난 잡일 증가 중의 하나일 뿐이다. 윤리(倫理)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물론 작금의 의료계에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그것을 막아보려는 행정적인 차원에서의 행동이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이것은 행정부의 잘못을 의료인에게 떠넘기려는 일환일 뿐이다. 환자에게 성추행을 하는 의사, 일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한 의사 등의 반윤리적이고 비윤리적인 의사의 등장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의사의 수가 증가되고 관리하는 메커니즘이 약해지면서 이같은 사고의 발생은 예측됐다. 의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되었고, 의전원과 치전원의 등장으로 의료인 간의 동료의식이 약화되며 스스로 관리되던 메커니즘이 붕괴되었다. 여기에 의사를 지원하는 동기가 좀 더 순수할 수 있는 고등학생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대학원생으로 변하였다. 게다가 교육비의 상승은 이런 비윤리적인 의료인의 등장을 좀 더 가속화 시킨듯하다.
이 제도의 무의미성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의사들은 극히 일부이다. 그리고 그들은 원천적인 윤리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2시간 교육으로 그들의 삶과 생각을 바꿀 수 없다. 반면 대다수 의료인은 품위와 윤리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이런 2시간의 교육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이미 의료윤리가 그들 삶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아무런 의미 없이 의료인을 구속하는 일환일 뿐이다. 이것은 윤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의 생각에서 만들어진 무지의 소치이다.
윤리(倫理)란, 동양 철학의 기본적인 행동지침이다. 윤(倫)은 무리ㆍ또래ㆍ질서 등을 의미하고, 리(理)는 이치ㆍ이법 또는 도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윤리는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지켜야 할 이치 또는 도리이다. 물리학이 사물의 이치라면 윤리는 인간의 이치이다. 따라서 이것은 어려서부터 지속적인 교육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교적 관점에서 하늘(天)에 뜻을 천명(天命)이라 하며 이것을 따르며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경(敬)이다. 경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수행이다. 그 수행에 따라 천명이 인간의 내면으로 자라난 것이 성(性)이다. 즉 천명이 인간에 내려온 것이 성(性)이다. 이 내면의 성(性)이 외부로 향하는 것이 덕(德)이고, 덕의 행동이 윤리이다. 윤리의 대표로 오륜[부자유친(父子有親)·군신유의(君臣有義)·부부유별(夫婦有別)·장유유서(長幼有序)·붕우유신(朋友有信)]이 있고 그 마음 자세가 오상(五常)[친(親)ㆍ의(義)ㆍ별(別)ㆍ서(序)ㆍ신(信)]이다. 따라서 윤리는 어려서부터 만들어진 성품에 의한 것이지 결코 일순적인 교육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비윤리적인 의료인의 문제는 두 가지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윤리의식이 있는 사람이 의료인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전문대학원보다는 고등학생에서 선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단기적으로는 비윤리적인 의료인의 철저한 배출이다. 환자에 대한 성범죄자는 의료인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의료인의 수적인 증가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람의 포함 가능성을 높였다. 따라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 행정부의 멍청한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의료인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자정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2시간의 윤리교육이라는 멍청한 제도가 사라지는 날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