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 전체가 반대한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가 시행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의료인 등의 명찰표시내용 등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령안’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단 보건복지부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제도 시행에 따른 각 의료기관의 준비기간을 감안, 1개월의 계도기간을 둔다는 방침이다.
당초 의료인 명찰패용은 3월 1일 시행이었다. 제도 시행을 열흘 앞둔 지난 2월 20일 보건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대통령령에서 명찰패용의 세부사항을 명시한 고시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고, 의료기관 역시 제도 시행에 따른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제도를 한시적으로 유보했었다. 유보의 주요 이유였던 관련 고시가 최근 확정·발표됨에 따라 의료인 명찰패용은 1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두고, 다음달 11일부터 미이행 시 관련 법령에 근거한 시정명령과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명찰표시 기준을 살펴보면, 의료인이 패용해야 하는 명찰에는 치과의사, 치의과대학생,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 등으로 전문자격 내용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의료인 명찰에는 환자들이 인식하기 쉽도록 각 직능을 게재토록 했다. ‘치과의사 쫛쫛쫛’ ‘치과위생사 쫛쫛쫛’라는 식이다. 명칭을 기재해야 하는 직능은 치과의사를 비롯해 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다. 전문의의 경우 전문과목별 명칭을 함께 표시할 수 있다.
임상실습을 나온 학생일 경우에도 치과대학생, 의과대학생, 한의대학생, 치의학전문대학원생, 의학전문대학원생, 한의학전문대학원생, 간호대학생 여부를 명찰에 표기해야 한다. 다만 감염의 우려가 있는 격리병실, 무균치료실, 중환자실 등의 시설에서는 패용하지 않아도 된다. 명찰 표시방법은 의복에 부착 또는 표시, 목에 거는 방식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환자와 보호자가 명찰 표시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규격과 색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착용 적발 시에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명령 후에도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1차 30만원, 2차 45만원, 3차 7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적발과 관련 서울시청 관계자는 “명찰패용만을 위한 의료기관 단속은 시행되지 않는다. 다만 의료기관 점검 시 단속 항목에 명찰패용 여부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해, 명찰패용만을 위한 일제 단속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지부와 동문회 나서 무료 제작·배포
치과계도 제도 시행에 따라 차분히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명찰패용을 반대하는 기조는 여전하지만, 관련 제도가 시행된 이상 회원들의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전광역시치과의사회(회장 조수영·이하 대전지부)는 당초 예정됐던 3월에 맞춰 회비 완납자에 한해 무료로 명찰배포를 완료했다. 회원 치과에서 근무하는 스탭에게도 희망자에 한해 실비를 받고 명찰을 제작해줬다. 특히 명찰제작에 필요한 기계를 구입, 분실이나 파손 시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이상복·이하 서울지부)도 회원 무료배포 사업을 실시한다. 회비 3회 이상 미납자를 제외한 회원을 대상으로, 명찰을 무료로 배포한다. 서울지부는 명찰 제작을 희망하는 치과의사를 조사, 오는 24일까지 제작을 완료해 서울 25개 구회로 배송을 완료할 계획이다. 명찰을 신청한 각 치과에서 늦어도 다음달 9일까지는 모두 받아볼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서울지부는 회원 치과에서 근무하는 스탭들을 위해 연락처와 단가 등이 표시된 명찰제작 리스트도 함께 배부했다.
동문회 차원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연세치대동문회(회장 박민갑)는 3월부터 제작에 돌입, 지난 4월 동문에 대한 명찰배포를 완료했다. 연세치대동문회가 제작한 명찰은 치과의사용 1,050개, 치과 스탭용 5,000개다. 특히 연세치대동문회는 스탭의 경우 이직이 잦다는 점을 고려, 이름을 바꿔 낄 수 있도록 제작해 동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치협, 의협 등 타 직역과 공동대응 나설 것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철수·이하 치협)는 우선적으로 제도 시행에 따른 회원 피해 최소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치협 조성욱 법제이사는 “제도 시행에 따른 회원들의 피해방지가 최우선”이라며 “시도지부를 통해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쉐도우 닥터 사건으로 의료인 명찰패용 의무화가 촉발됐는데, 윤리적이지 못한 극소수 의료인의 잘못을 전체 의료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말이 되질 않는다”며 “향후 의협 등 타 직역과의 논의를 통해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