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보건복지부의 구강보건 전담부서가 구강생활건강과로 통합, 실질적으로 구강보건 전담부서가 폐지된 후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지역 및 소득수준 등 사회양극화가 여전히 심해지면서 구강건강 불평등 또한 현저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같은 사회양극화로 인한 구강건강 불평등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지부 구강보건전담부서의 신설이 더욱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72회 구강보건의 날이었던 지난 9일 국회에서는 국민구강보건 향상을 위한 매우 의미있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양승조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이 주최하고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철수)가 주관한 ‘대국민 구강보건 향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바로 그것.
이날 토론회는 정세환 교수(강릉원주치대 예방치과학교실)의 ‘구강건강정책관 설치 필요성 및 정책발전 방향’ 주제발표에 이어 치과계 유관단체 및 복지부 관계자가 나선 패널토의 순으로 진행됐다.
정세환 교수는 구강보건 전담부서 폐지 후 10년간 구강보건 구조의 악화 및 정부의 기능 축소를 강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구강질환이 국민 의료비에 점차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며, 소득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른 구강건강 불평등 지수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을 강조했다. 따라서 국민구강건강 향상을 위해 국가 주도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이는 구강보건정책관 신설 및 운영과 같은 정부의 리더십이 작용돼야 해결될 수 있다는 것.
정세환 교수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구강질환 부담의 심화, 사회양극화에 따른 구강건강 불평등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보자면, 치과의료 체계가 매우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콘트롤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체 치과의료비는 약 2조원이고, 2010년에는 6조원 그리고 지난 2014년에는 9조원에 달했다. 이중 환자 본인부담 비율은 70~80%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OECD 국가의 평균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50%임에 비해 우리나라는 80%에 육박한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점이다.
정세환 교수는 “14년간 치과의료비는 5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치과계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자본논리가 강력하게 주입된 의료영리화가 두드러진 것이고,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비정상적인 치과의료비의 증가는 지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정상적인 치과의료 체계는 치과 예방 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로 스케일링 이용률을 보면 최저는 5% 이하이고, 서울 강남은 40%에 달할 정도다. 이외에도 선진 치과의료서비스가 100년 이상 축적된 서구 선진국들의 구강보건 행정조직은 대부분 ‘과’ 단위의 중앙조직과 지방정부가 역할을 분담하는 반면, 40~50년 정도의 압축 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와 비슷한 여건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은 ‘국’ 단위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구강보건 관련 정책 초기에는 국가가 집중적으로 주도하고, 점차 지방정부로 그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정 교수의 주제발표 후에는 치협 이성근 치무이사를 비롯해 배은정 공보이사(대한치과기공사협회), 김은재 법제이사(대한치과위생사협회), 박용덕 부회장(대한구강보건협회) 등이 패널로 나서 구강보건 전담부서 신설에 대한 당위성을 피력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임영실 사무관이 참여해 구강보건사업 계획 및 전담부서 설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임 사무관은 “국내 치의학 및 치과산업의 성장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의료가 전체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R&D 투자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치의학 분야에 대한 연구투자를 늘리고 이를 잘 조절하고 운영할 수 있는 콘트롤 타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강보건전담부서 신설에 대해서는 “의과와 한의과의 경우 보건의료정책실, 한의학정책관이 설치돼 있지만, 치과의 경우 독립된 부서가 없다”며 “조직 신설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부서 신설은 복지부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치과계도 지속적인 관심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양승조 의원은 “치과계의 다양한 의견, 많은 자료를 통해 구강보건 전담부서의 설치에 크게 공감한다”며 “다만 타 직역에서도 전담부서 설치를 요구하는 등 구강보건 전담부서 설치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구강보건 전담부서 신설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