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단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은 소강상태이지만 내일부터 장마전선이 북상한다는 소식이 반갑다.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과거 농업시대라면 심각한 문제가 나타날 정도의 가뭄이다. 그나마 지금 우리나라가 농업의존도가 적은 산업 국가이고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 대부분이 수입물이거나 대체 가능해 심각한 기근을 맞이하지 않는 것이다.
옛날이었다면 대기근으로 민란이 발생할 정도인 상황이다. 과거 기록을 보면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2,000년 동안 304회의 가뭄 피해가 있었다. 그중에 서로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의 극심한 경우가 23회, 대기근이 82회였다. 이 정도면 대기근 이상이 100회 이상이었고 20년에 한번은 심각한 대기근이 발생한 것이다. 가뭄은 대략 6년에 한번 발생하는 편이다. 조선시대에는 강수량측경기의 측우기와 하천의 수량을 측정하는 수표가 발명되고 소류지, 보, 제언 등의 수리시설이 발달되었다. 이렇듯 가뭄은 한반도에 항상 같이하는 단어였다.
가뭄에 대해 조사를 해보면 슬픈 기록들을 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우기인 7월에 강우가 없어 풀과 나무는 말라죽었다. 백성들은 기근에 시달려 서로 잡아먹었다. 기근으로 백성들이 자녀들을 팔아서 먹고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1259년 고종 46년에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거나 관리들도 굶주려 죽은 사람이 많다’는 기록이 있다. 그나마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최대의 피해를 피하기는 했으나 평균 5년에 한번은 가뭄이었다. 그것도 한번이면 좋지만 2~3년 이상씩 연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6년 연속된 경우도 2번이나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와 같은 가뭄을 한반도가 겪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북쪽에 형성된 강한 고기압이 머무르면 남쪽의 수증기를 많이 포함한 해양성기단이 접근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기압이 오래 머물면 가뭄이 드는 아주 간단한 이유이고 그 경계에 한반도가 위치한 것뿐이다. 그런데 2,000년부터는 겨울철부터 중국 북부내륙지역에 강한 고기압이 자주 발생하는 추세여서 동아시아 지역이 고온건조한 상태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이미 학계에서는 2015년 대가뭄을 예측하였다. 그나마 2년 늦게 온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거기에 농민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그나마 우리 사회가 농업의존도가 낮은 것을 위로삼아 본다.
역사적으로 인류에 물은 생명줄이었다. 모든 인류문명의 기원은 강가였다. 그리고 문명이 망한 것도 물(가뭄)이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마야문명, 이집트문명, 인더스문명 등이 가뭄으로 멸망하였다. 가뭄이 문명을 파괴하는 데에는 3가지 역할이 있다. 직접적으로 식수의 부족이다. 다음은 농업생산량 부족에 따른 기근이다. 세 번째는 기근에 따른 심리적 황폐함에 따른 조직의 와해이다. 특히 연속되는 가뭄은 치명적이었다. 최종적으로 희망이 소멸되며 문명도 같이 소멸되었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뭄은 2,000년 전부터 생활과 정신을 지배하였다. 열대나 한대지역과 같이 기후 변화가 적은 지역과 달리 대륙성 고기압의 경계에 있었기 때문에 풍요와 빈곤이 복불복처럼 한해 한해의 운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로 인해 자연을 경배하는 고유한 특성이 오랜 세월을 통해 생겼다. 그중 하나로 모든 신을 수용하였다. 우리 민족은 종교의 수용이 매우 빠르다. 또 종교 간의 갈등이 매우 적다. 가뭄은 민심이 천심이라는 천지인 사상과 사람이 하늘이라는 인내천 사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복불복 가뭄은 우리에게 정신세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강하고 질긴 자연 동화적인 정신세계가 있다. 그리고 극적인 순간에는 나타났다. 현대 사회는 구글 신에게 밀려 종교가 쇠퇴하고 흉악 범죄가 증가하는 등으로 극심한 정신적 가뭄을 겪고 있다. 이때 우리의 정신문명이 현대사회의 정신적 가뭄에 단비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