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치과의사회(이하 서울지부)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에 새 당선자가 활동한지 4개월,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서울지부는 구인구직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SIDEX를 성공리에 마쳤다. 치협은 새정부 정책제안 TF를 설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1인 1개소법 서명운동, 구강보건 전담부서 설립 추진 등 적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선거는 일반 치과의사의 관심이 많은 선거였다. 직선제가 직접적인 계기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치협의 역할이 커지고 그에 따른 기대가 높아진 것이 근본적인 요인일 것이다. 과거 치협을 비롯한 의약단체는 관변단체이자 친목단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직역간 갈등, 그리고 정부와의 갈등은 각 단체의 개혁을 이끌었다. 치과계는 치과전문의제도, 불법 네트워크에 대한 대처 등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변화를 추진하는 리더십을 가지려고 노력해 왔다. 이런 활동의 결과는 이제 일반 치과의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치협이 추진하는 치과전문의제도, 보험급여 확대, 개원질서 확립 등의 문제는 의료전달체계, 의료비, 환자안전 등과 관련돼 환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선거 과정에서 여러 개혁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그만큼 커진 치협에 대한 요구인 것이다. 이제 시작인만큼, 근본적인 문제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 가지를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치협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치협 대의원이 가지고 있으나, 그 구성에서 젊은 치과의사와 20%를 넘는 여자치과의사 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함은 이미 지적된 부분이고 현 회장도 개선에 대한 공약을 내걸었다. 대의원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일반 치과의사가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장치 마련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회장의 공약이행 의지와 기존 대의원들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주인’인 일반 치과의사의 관심 역시 매우 절실하다.
두 번째, 투명성 확보와 소통의 중요성이다. 협회비뿐만 아니라 활동내용이나 논의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소통은 개혁 요구의 핵심이다. 치협 홈페이지에서 활동 내용이나 논의과정 등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중요 사안에 대한 담당자의 브리핑이나 논설도 적었다.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하며, 정해진 입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투명성 확보와 소통은 회원들의 관심을 지속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며, 본질적으로 회원이 주인이 되는 바탕이다.
마지막으로, 치과의사의 전문 직업성을 강화하는 문제이다. ‘새로운 전문 직업성’은 20세기 후반 의료와 의료인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결과다. 핵심은 환자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환자와의 동반자 관계를 갖는 것과 스스로 높은 책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전문성 향상을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기본적인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더해 상업주의에 대한 승리적 경험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치과계는 무분별한 상업주의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단지 치과의사들의 이익에서가 아니라 환자의 관점에서 상업주의 저지를 위해 강력하게 나서왔다. 이러한 상업주의 배제 정신이 우리의 전문 직업성에 포함돼야 한다. 즉 환자와의 동반자 관계의 형성,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의 담보, 상업주의 배제를 포괄하는 ‘새로운 전문 직업성’이 치과계에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자율징계권과 자율규제에 관한 논의가 풍부해지고 있다. 자율규제의 핵심은 징계권의 획득과 더불어 이러한 전문 직업성의 향상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본 서울지부나 치협 집행부의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믿음이 간다. 부디 공약한 바를 잘 이루기를 희망하며, 덧붙여 근본적인 문제에서도 할 걸음 나아가는 성과를 이루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