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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모친의 마지막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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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논설위원

주변 분들이 속속 돌아가신다. 올해만 해도 장인, 숙부에 이어 한 달 전 모친이 돌아가셨다. 작년에는 치문회에서 더불어 작문을 논하던 황규선, 이병태 선배님이 작고하셨다. 매달 소찬을 나누던 분들이라 허망하다. 한학에 유식한 황 의원님은 회원들 한번 오셔서 이천 쌀밥도 드시고 주인마담의 ‘소리’도 들어보라고 하셨는데 안타깝다. 그제는 대학동기 부친인 지헌택 전 협회장의 부고를 접했으며, 어제도 장마빗속을 뚫고 강화도로 고교 동기 부친 상가를 다녀왔다. 조문이 일상사가 되었으며 일주간의 유일한 외출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내 나이가 그럴 때인가 보다.

 

한 달 여전 “모친의 혈압이 잡히질 않아요” 요양원 간호사의 급한 전화를 받았다. ‘이상하네..그제 집사람과 고구마도 잘 떠먹여 드렸는데(근력이 없어 수저질이 힘드셨다)’ 서둘러 진료를 마무리하고 달려갔다. 호흡과 의식은 양호했으며 맥이 미약하지만 간단한 의사표현은 하셨다. 설사를 하셨단다. 디지털 혈압계로 확인해보니 표식이 안된다. 혈압계 고장여부를 집사람에게 체크해 보았지만 정상이었다. 암만해도 직성이 안풀려 청진기와 아날로그식 혈압계를 가져오라 했지만 그건 없단다.

 

할 수 없었다. 원장에게 전화를 했다. 상황을 설명하니 오히려 조심스럽게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고 반문한다. 한숨이 나왔다. “지금 가봐야 고령(93세)의 꼼짝 못하는 어머니에게 무얼 하겠는가? 연명치료와 온갖 검사로 시달릴 텐데. 그냥 여기서 마지막까지 모시고 싶다”고 하니 그도 동감한다. 우선 탈수가 염려되니 수액이라도 놓아달라고 했으나, 그것도 내일 전담 가정의학과 선생이 방문 간호사에게 투약오더가 내려져야 가능하단다. 내가 해보겠다니 수액이 없단다. 도리가 없어 급한 대로 소금과 설탕을 한 스푼 넣은 물을 드렸다. 몇 모금 간신히 빠셨다. 잠드신 것을 확인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 2시 반, 전화벨 소리에 화들짝 깼다. 돌아가셨다고 요양보호사가 전했다. 막상 닥치니 멍했다. 호흡은 멎었으나 온기는 남아있었다. 순간 CPR을 할까 생각했지만 아서라,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옷깃만 스쳐도 아파하던 분인데 늑골이 다 부러질까 염려되었다.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묵념하고 있는데, 하얀 가운을 입은 구급차 기사가 들어왔다. 익숙한 손짓으로 코에 손을 대보더니 들것에 옮겼다.

 

Y대 병원 응급실로 가는 중 기사는 대뜸 상조보험을 들어 놓았는지 물었다. 신협에 해놓는 게 있다고 하니, 그건 환급받고 저희 연결팀에게 받으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응급실 의사에게 말을 잘해야 사망진단서가 나온단다. 보통 경찰에 연락해서 조사 나오기 쉬우니 그냥 임종을 지켜보았다고 하란다.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더니 할 말이 없었다.

 

도착하니 응급실 여의사가 돌아가신 과정을 설명해 보란다. 몇 년 전 고관절, 척추, 어깨골절 수술입원 경력부터 나름 소상히 설명하니 자꾸 시점을 형사 취조하듯 되물었다. “내가 실은 치과의사요” 그 소리에 의사가 미안했는지 금세 마무리해 주었다. 어머니는 원대로 화장해서 현충원에 아버님과 합장해 드렸다. 이제 인생의 세 가지 큰 숙제는 끝났다. 치매로 투병중인 장모님만 남아 계신다. 은사, 선배님, 사회 저명인사들의 부음을 접하면 저절로 묵념하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그들의 음덕을 입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내 순서가 되는 것이 인생의 순리다. 부모 세대가 가시니 인생의 유한함을 부쩍 느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종명(考終命), 영화에서 보듯 가족에 둘러싸여 유언을 남기며 가는 것은 로망인 듯하다. 카톡에 이런 글이 들어왔다. 보람된 일을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되돌아 반성할 여유 있으면 행복한 것이라고. 그전에는 죽기 전에 삼걸(좀 더 베풀 걸, 참을 걸, 즐길 걸…을 꼭 후회한다는 말이 돌았다. 개업하는 동안 구강생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고, 나로 인해 돌아가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다.

 

p.s 제가 이 글을 쓴 후 영면하신 故 심경숙 원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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