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원급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결산분석을 통해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 완화와 알권리 강화를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여부와 범위 등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급여 본인부담률이 2007년 13.7%에서 2013년 18.0%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등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여전히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가 줄지 않는 이유가 비급여 때문이라는 게 예산정책처의 판단이다.
현행 ‘의료법 제45조 2항(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 등)’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모든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의 항목·기준·금액 등을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3년부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의료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심평원은 150병상 이상 병원급 2,041개를 대상으로 52개 비급여 항목을 공개한 바 있으며, 지난 4월에는 공개대상을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 3,666곳으로 확대하고, 공개되는 비급여 항목도 107개로 늘렸다. 특히 심평원은 내년까지 200개 비급여 항목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재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병원급 의료기관에만 한정돼 있는데,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하기에는 의원 수가 전체 의료기관의 94%를 차지할 정도로 너무 많고, 어디까지 진료비를 공개할지를 결정하는 표준화 작업의 미비, 그리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반발 등을 우려해서다.
그럼에도 복지부와 심평원이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위한 표본조사를 올해 안으로 착수할 계획에 있고,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케어’가 발표되면서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공개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계에서는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무화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 2항에 따라 의원별로 책자나 인쇄물 등의 형태로 비급여 진료비를 환자에게 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평원에 의한 단순 비교식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환자에게 혼란만 주고,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입장이다. 더불어 일차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을 키울 수 있어, 일차의료를 강화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