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에 대한 일선 개원가의 반감이 만만치 않다. 치과의사 인식조사 결과 63.4%가 ‘문재인케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최근 개원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문재인케어’에 대한 치과의사 인식조사(지난 8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총 11일간 본지 뉴스레터 주소록 중 치과의사만을 선별해 실시, 총 응답자 339명)를 실시했다.
‘문재인케어’를 바라보는 치과의사들의 시각은 매우 차가웠다. ‘문재인케어’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에서 응답자의 63.4%에 달하는 215명이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20.4%(59명)에 불과했다. ‘문재인케어’가 의료질과 의료기관 수입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는 질문에서도 각각 63.7%(216명)와 59.6%(202명)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치과계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 중 우려되는 부분을 묻는 질문에서는 ‘낮은 수가로 인한 의료기관의 수익성 침해’와 ‘의료행위의 자율성 침해’가 각각 37.1%와 27.0%의 비율로 1, 2위를 차지했다. 또한 보철, 교정 등 비급여 항목의 전면 급여화에 대한 의사를 물은 결과 ‘선별적 급여화(49.3%, 167명)’와 ‘반대(41.6%, 141명)’ 즉 사실상 현상유지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며,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적정수가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서는 ‘관행수가 유지’라는 답변이 73.7%(250명)를 차지,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문재인케어’에 대한 개원가의 이와 같은 부정적 반응은 보장성 강화를 수단으로 한 국가의 진료비 통제가 의료인의 자유로운 의료행위를 방해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수가로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어디까지 급여가 이뤄질 것인지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와 같은 우려와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저한 대비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하지만 치과계 보험전문가들은 개원가의 반응만큼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본지는 ‘문재인케어’에 대한 치과의사 인식조사와 더불어 치과계 보험전문가를 초빙해 향후 전망을 들어보는 특별 좌담회를 진행했다.
패널들 역시 제대로 된 수가는 받지 못하고, 진료비 통제만 당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는 했지만, 적절한 해법 모색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먼저 패널들은 ‘문재인케어’에 대한 개원가의 부정적 반응에 동감하면서도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케어’ 발표 당시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라는 표현이 사용되면서 모든 비급여가 급여화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그 거부감이 표출됐다는 것. ‘문재인케어’의 발표 전에도 중장기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행중이었던 만큼, 급작스러운 변화보다는 등재비급여를 중심으로 한 순차적인 급여 전환을 예상했다.
더불어 패널들은 보철과 교정 등 대표적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전환될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교정의 경우 내년부터 구순구개열 환자의 교정치료가 급여화되는데, 만약 교정치료가 급여화된다면 이와 같은 희귀 난치성 질환과 관련된 부분만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철의 경우는 현재 ‘보철’이라는 항목 속에 임플란트를 포함한 모든 보철치료가 포함돼 있는데, 만약 보철치료에 대한 급여화가 추진된다면 국민의 여론을 반영, 몇 개의 항목만이 급여로 전환될 것이라 예상했다.
무엇보다 패널들은 정부가 언급하고 있는 ‘적정수가’ 단어 속에서 희망을 찾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문재인케어’의 전제 조건으로 적정수가의 보장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 물론 정부에서 바라보는 적정수가와 의료인이 체감하는 적정수가 사이의 괴리는 존재하겠지만, 치과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가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저수가 현실을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일보했다는 의견이다. 또한, 정부를 상대로 임플란트, 노인틀니, 스케일링, 홈메우기 등 굵직한 항목의 수가를 만들어왔던 치과계의 경험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전망을 현실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수다. 대비는 어떤 항목을 급여화할 것인지부터 급여항목의 수가책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등재비급여를 중심으로 급여화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치과계의 유불리를 정확하게 따져 급여화할 것과 비급여에 남겨둬야 할 것을 선별해야 하고, 급여항목의 수가책정 시에도 치과계 대부분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문에 학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패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향후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치과계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정확한 근거마련이 필수인데, 그 역할을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집단인 학회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재인케어’가 향후 의료계 및 치과계에 미칠 파괴력은 전대미문의 핵폭탄급이 될 전망이다. 개원가에서 느끼는 불안감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구체화되고 증폭될 우려가 크다. 적정수가를 전제로 환영의사를 밝힌 치협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