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앞서

URL복사

김경일 논설위원

지난 90년대부터 치과계는 자율징계권을 요구해왔다. 이후 불법네트워크치과, 사무장 치과의 범람, 잦은 의료스캔들로 그 필요성이 더해졌다. 이들은 치과계를 어지럽히고, 치과의사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켰을 뿐 아니라 환자의 안전을 무시하고 불법을 저질렀다. 그 기저에는 민간 위주의 공급구조, 의료전달체계 미비, 치과의사 과잉공급 등 구조적인 요인과 더불어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담보할 리더십 부재로 인한 상업주의의 범람이 있다. 상업주의의 폐해는 치과의사와 국민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 사무장병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이러한 단속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상업주의는 의료의 모든 수준, 순간에 나타날 수 있기에 일상적으로 통제돼야 하며, 더불어 전문직업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게 했을 때만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추진은 현명한 결정이다. 치과의사로서의 전문직업성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 일정 부분 제어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고 치과계가 바라던 자율징계권을 획득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가평가제는 현재 의사협회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품위손상행위, 신체적 손상, 사무장 병원 등에 대한 조사 및 징계 요구가 주요 활동 영역이며, 기존과 다른 점은 어느 정도의 조사에 대한 강제권을 가진다는 점과 윤리위원회를 통한 징계 요청 시 요청 내용대로 행정처분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약한 수준이나마 실질적인 자율징계권이 부여된 형태이다.

그러나 ‘자율징계권을 획득하는 것’으로 자율규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상 정부에게만 있던 징계의 권한을 의사, 정확히는 의료인단체 중앙회 산하 의료윤리위원회도 일부 가진다고 해서 일반 의사들이 느끼는 변화가 얼마나 클 것이며, 애초 문제의 시작이었던 의료스캔들과 환자 안전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겠는가?
전문가평가제 및 자율징계권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 자율규제라는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 치과의사와 같은 전문직은 사회와 사회적 계약을 통해 지금과 같은 위치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계약을 지탱하는 요소 중 핵심이 자율규제이다.

자율규제는 단속하고 처벌한다는 의미보다는 스스로 통제한다는 의미가 크다. 즉, 해당 전문직 구성원에 의해 징계처분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전문직업성의 향상과 문제가 되는 구성원을 교육 및 계도하는 것, 학부 교육과 이후 지속적인 평생 교육을 통해 전문성과 그에 걸맞은 태도를 함양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치과계는 올바른 자율규제를 위한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전문가평가제 참여와 자율징계권의 획득과 같은 단기적 목표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기 전문가평가제가 제안됐을 때, 모델로 논의됐던 캐나다의 ‘Peer and Practice Assessment’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10년 단위로 임의로 대상자를 선별하며, 고령이나 진료과목 변경, 진료를 하지 않다가 다시 하는 경우 역시 평가 대상이 돼 의무기록 리뷰와 의사 인터뷰로 개선점을 찾고 필요 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하며, 일정기간 면허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해당 위원회로 회부해 징계절차를 갖기도 한다. 물론 논의도 부족하고 공감대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제도의 도입이 쉽지는 않지만, 일부 적용 가능한 부분은 적용을 검토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징계뿐 아니라 일상적 통제와 전문성의 발전을 도모하며, 사후적 조치가 아닌 예방적 조치가 가능한 시범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국외의 논의는 규제기구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국민이 전문직에 갖는 신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다. 이를 위하여 비전문직의 실효적 참여를 다각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자율규제를 발전시키는 논의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원달러 환율과 인플레이션

연고점을 경신하는 달러원 환율 원달러 환율(달러원 환율 같은 뜻이다)이 연고점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4월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이었는데, 글을 쓰고 있는 4월 9일은 장중 1,355원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천정이 뚫려있는 모양새다. 외환 당국이 방어를 하던 환율 박스권도 돌파된 상황이다. 환율이나 금리 같은 경제지표의 최신 가격을 단순히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환율 상승이나 금리 인하의 이유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그리고 올바른 해석을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적용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매크로 변화의 표면적인 이유를 겉핥기 하거나 뉴스에서 제공되는 뒷북 설명을 뒤따라가기도 바쁜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2023년 초부터 일관되게 원달러 환율 강세를 대비한 달러화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본 칼럼과 유튜브를 통해 강조해왔다. 그리고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작년 초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 원화 약세를 헤징할 수 있는 달러화 표기 자산들을 전체 총자산의 80%까지 늘려 편입했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의 리스크 헤지는 물론 추가적인 수익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