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만추의 마포강변

URL복사

손창인의 사람 사는 이야기

우리는 서울의 한강변을 차로 드라이브를 하며 지나치고 있다. 때문에 한강변의 아름다움이 어느 정도인지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물고기가 물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새들이 공기의 필요성을 알지 못하듯, 우리도 그렇게 일상을 한강 주변에서 보낸다. 외국 여행객들이 한강변을 얼마나 극찬하는지 들어보면 알 것이다. 역사와 전설, 환경과 미학이 존재하는 한강은 어느 곳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명소이다. 가을이 한창인 이때에 우리는 그동안 잊었던 한강변을 따라 그곳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달리기로 계획했다.

 

잠수대교 북단 한강변에서 창릉천까지 왕복하는 코스다. 각자 집에서 잠수대교까지 오는 거리를 생각하면 60~80㎞의 짧지 않은 거리가 된다. 우리가 달리는 코스는 주로 마포지역 한강변을 경유할 것이다. 행주산성, 창릉천이 있는 서울의 서쪽 끝까지 가는 여정이다. 마포는 서울의 중서부 한강 연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안산에서 갈라진 와우산 구릉산맥과 노고산 구릉산맥, 용산의 구릉산맥이 한강으로 뻗어 세산맥 연안에 호수처럼 발달한 서호, 마호, 용호가 있었다. 이 3호를 ‘삼개(三浦 : 3개의 포구)’라 불렀고 지금의 마포를 ‘마포항’으로 불러 지금의 ‘마포’라는 명칭이 유래됐다고 볼 수 있다. 마포에는 베를 짜는데 쓰이는 삼(麻)이 많이 생산돼‘마포(麻浦)’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있다. 마포는 조선 전기부터 수상교통의 요지로서 광나루, 양화진과 더불어 한강하류의 중요한 수상물류의 거점이었다.

 

삼남지방에서 오는 세곡선은 남해, 서해를 거쳐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이포구에서 하역해 마포, 용산, 서강 등의 창고에 보관했다고 한다. 또한 마포는 전국 농산물 집산지였으며 수백 척의 어영상선으로 붐벼 포구문화가 번성한 곳이다. 필자는 한국전쟁으로 이북에서 피난 내려와 부산 등지에 살다가 이곳에서 호적을 부여받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때만 하더라도 1950년대라 삼개나루에는 황포돛배가 즐비했고, 생선과 소금, 새우젓 가게가 마포 종점(그 당시 전차 종점)에 즐비하게 늘어서 새우젓 냄새가 진동하는 동네였다. 포구문화의 발달로 마포는 강변풍경이 아름다워 전국의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는 정감 넘치는 고장이었으나 한강 개발로 이제는 현대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강변문화가 발전했다.

 

마포나루(토정동, 마포동 일대), 서강나루(상수동, 하수동 일대), 양화나루(절두산 서쪽 부근)가 있는데 워낙 절경이다. 옛날에는 마포8경이라 일컬어왔다. 우리는 지난 5일 마포강변코스를 라이딩하기 위해 오전 9시 잠수교 북단 쉼터에 모였다. 단풍시즌에서 조락(凋落)의 가을로 접어드는 이때 서울 도심의 한강변에서 가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창릉천 입구와 행주산성, 난지공원 월드컵공원 등 만추의 내음이 물씬 나는 곳으로 코스를 정했다. 잠수교 북단 쉼터에는 싸늘한 날씨에 바람만 세차게 부는데 떨어진 낙엽이 뒹구는 쉼터에는 사람은 별로 없고 우리 7명만이 오늘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한남대교 밑을 출발하자마자 이촌한강공원이 나타난다. 이촌동은 한강대교 북측 한강변 좌우에 위치하고 조선시대 말까지 모래벌판이어서 여름 장마철 홍수를 피해 옮겨 살아 마을을 떠난다는 의미의 ‘이촌동(利忖洞)’으로 불리다가 한자가 변하여 이촌(二忖)동이 됐다. 이촌동은 예로부터‘새남터’로 불렀고, 새남터는 한강의 모래사장으로 풀과 나무를 의미하는 새나무터에서 유래했다. 이촌한강공원에는 레포츠시설이 잘 조성돼 축구하는 사람, 가족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 나들이객이 한강변을 누비고 있었다. 강변나무는 이제 나목이 되어 우리를 맞이했다.구르는 낙엽은 이제 가을이 끝나가고 있음을 얘기하고, 강변 선상위락시설에는 연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사랑을 얘기하며 앉아있었다.

 

새남터라 표시된 이촌공원을 지난다. 이곳은 조선초기 군사연무장으로 죄인을 처형했던 곳이다. 사육신과 남이장군이 이곳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또 이곳에는 천주교 순교성지 새남터 기념 성당이 있어 가슴을 여미게 한다. 1846년 김대건 신부도 여기서 순교했다고 한다. 한강철교, 한강대교를 지나면 원효대교에 이른다. 원효대교를 지나면 마포대교가 있다. 이곳은 지금의 용산구와 마포의 경계인데 옛날 마포나루가 있었던 곳이다. 무수한 배들에서 생선과 새우젓이 뭍으로 올라왔다. 이 강변언덕에 마포종점이 있었다.

 

서강대교를 지나면 한국 천주교 순교 사적지인 절두산(切頭山)이 보인다. 이 절두산은 한강변의 절벽에 자리하고 있어 일몰 때 강변, 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절두산은 한강변 최고의 절경으로 용두봉, 잠두봉이라 불렀다. 겸재정선이 묘사한 산수화의 극치를 보일 만큼 절경이라 하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절경의 장소에서 천주교신자 1만여명의 참수된 피가 강물을 붉게 물들였다고 한다. 숲이 우거진 절벽 끝에는 천주교 성지 기념관이 우뚝서 그때를 기억나게 해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얼마 가지 않아 양화대교에 닿으면 강 건너 선유도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본래 선유도는 선유봉이라는 작은 봉우리의 섬이었는데 양화대교 건설로 선유봉은 사라졌다. 선유도는 서울 서남부 수돗물을 공급했던 선유정수장이 있었으나 폐쇄되고 공원이 됐다. 지금은 선유도공원이라는 명소가 됐다. 멀리 성산대교가 보인다. 옛수로 교통과 방어기지 역할을 했던 양화진 부근에 망원 한강함상공원을 조성 중이었다.

 

성산대교를 지나 가양대교까지는 난지한강공원이 우리를 맞는다. 난지공원 억새들이 우거진 길을 따라 우리는 방화대교를 지나 행주산성이 바라다보이는 창릉천 입구에서 난지공원의 둘레길로 올라섰다. 난지도는 15년간 버려졌던 쓰레기장으로 높이가 98m의 언덕이었다. 2002년 월드컵대회를 즈음해 이곳에 평화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생태환경공원이 조성됐다. 노을공원 둘레길을 돌아 난지천공원에 이르면 오색단풍이 그림같이 우리를 그 속으로 몰아넣는다.

 

우리는 난지공원을 가로질러 박정희기념관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를 경제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그의 기념관 뜰에는 그가 사용했던 고색창연한 벤츠 승용차가 전시돼 있었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인근의 문화비축기지에 들러보고 마포수산시장에 들려 늦은 점심을 했다. 방안을 꽉 채운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쪽구석 빈자리를 비집고 앉았다. 김이나는 우럭매운탕은 우리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자산배분 투자 잘하고 계신가요?

총 2회에 걸쳐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시기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의 자산 가격 전망과 자산배분 리밸런싱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그동안 칼럼에서 다뤄온 자산배분 투자 방식을 기본으로 각 자산의 최근 전망을 조합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현금의 비중을 조절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자산배분 칼럼을 시작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직장을 다니며 본업에 집중하면서 패시브 투자를 병행해도 변동성이 낮은 채로 높은 확률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배분 방법을 다뤄왔다. 양적완화의 유동성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시대에서 투자의 당위성과 그중에서 자산배분해 투자하면 얻게 되는 장점에 대해 언급하며 칼럼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자산배분으로 투자성과를 낼 수 있는 기초 원리와 지식에 대해 다뤄왔으며, 그중 필자가 하고 있는 주기적 자산배분에서 핵심 기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연준의 금리사이클과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소개했다. 이후 ETF의 기본 원리와 투자방법을 소개하고, 자산배분 시 위험자산 주식, 안전자산 채권, 대체자산 금을 ETF를 활용해 투자하는 기초적인 투자논리와 방법에 대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