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강복지정책연구원(원장 이규식·이하 건정연)이 문재인케어의 핵심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에 대해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건정연 이규식 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고 명예교수)은 최근 건정연이 발행하는 이슈페이퍼를 통해 건강보험제도 새로운 틀을 제안했다.
이규식 원장은 “비급여를 전부 없애겠다는 정책은 실현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보험재정 문제에 부딪히거나 보험수가를 놓고 의료계와 심각한 갈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기본 틀에서부터 사회보장 제도의 원리와 다르기 때문에 기본 틀을 바꾸지 않고는 어떤 정부가 집권해도 보장성을 유럽 국가들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건강보험 시장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건강보험 의료시장을 의료이용자(일반 국민)와 의료공급자(의료기관)가 형성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 일반 국민은 건강보험의료의 구매자가 될 수 없고, 구매자는 보험자(건보공단)며, 일반 국민은 구매자가 구매해 놓은 서비스를 이용만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의료이용을 시장수요에 맡길 게 아니라 ‘필요도’를 토대로 의료를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원장은 “필요도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공급자의 위계적인 조직화와 계획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급자 조직의 위계화는 물론 의료계획 마저도 없어 보장성 강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수가협상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길은 구매자(보험자)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수가협상에 소비자 대표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 구매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비록 재정은 전국 단위로 통합돼도 일반 국민을 대신해 서비스를 구매할 구매자를 다수로 만들고, 국민들에게 구매자를 선택할 기회를 허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거버넌스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학 기자 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