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의 마지막 제안을 보존학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협상은 결렬됐다. 그러나 특위는 대화를 계속해 나가자고 다시 한 번 제안했다. 보존학회는 1년 전 통치 경과조치에 대한 헌소를 제기했다. 300시간의 교육만으로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두고, 교육의 질과 국민구강건강이 우려된다며 헌소를 제기했지만, 최종 목표는 명칭변경이었다.
‘통합’이란 단어에 내포된 의미가 보존학회를 비롯한 다른 과들이 불이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과조치는 대의원총회 의결을 통해 결정된 치과계 합의사항이다. 보존학회가 대승적 차원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서길 바란다.
최근에는 ‘의료정의와 개혁실천 전국치과의사협의회(이하 전치협)’가 출범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나섰다. 전치협은 진료권 침해 등 정부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고, 1인1개소법을 사수하며 불법과대광고, 위임진료, 과잉진료 등 개원질서를 교란시키는 모든 세력을 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치과의사 정원 조절 문제와 구인구직난 해결 등 7가지에 이르는 치과계 각종 사안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정책 제시에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치협의 출범식은 치과계를 걱정하는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7가지 행동강령 중 일부는 치과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잘 나열했지만, 일부는 치협을 중심으로 한 치과계 조직을 흩어놓으려는 속내가 의심돼 걱정이 들기도 한다. 전치협은 궁극적으로 치과계 대동단결이 목표가 되어야지 또 다른 치과계 분열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여하튼 이날 출범식에 초청된 치협 헌소대응특별위원회 정철민 위원장은 명칭 변경과 사수 등 현안을 떠나 11번째 전문의가 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3,000여명의 동료, 후배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보존학회에 마음을 열고 다시 논의 장으로 나서주길 요청했다.
반면, 통합치과학회 윤현중 회장은 치협 헌소대응특위가 제안한 또 한 번의 대화재개 요청을 보존학회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치협이 주장한 보존학회 인준 취소와 헌법소원 주동자 윤리위원회 회부 등 강력한 제재요청이 전치협이 아닌 지부장협의회나 대의원총회 등 보다 공인된 치과계 조직 및 의결기구에서 나왔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치협이 주장하는 강력한 대처에는 어느 정도 동감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전문의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경과조치와 신설과인 통합치의학과 전문의가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말 많고 탈도 많았던 과거의 전문의제도로 다시 돌아가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협상과 대화를 고수했던 치협 헌소대응특위의 기다림도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치과계를 위해서, 통합치의학과 전문의를 위해서, 무엇보다 노력하는 회원들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치과계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언제까지 치과계 내부에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반목과 질시의 싸움만하고 있을 것인가. 그보다는 차라리 각 전문분야(특히 보존)의 고유영역에 대한 사수와 진료수가에 대한 비전을 연구하는 것이 백배 낫다. 모든 과의 고유영역을 서로 존중하면서 자신의 분야에 자존감을 가질 때 치과계는 상생할 수 있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