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치과계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대혼란을 겪는 한 해였다. 이 어려운 시대에 균형감을 잃지 않고 중심을 찾는 치과계를 만드는 것은 오로지 치과의사들의 몫이다. 올 한해 치과계를 돌아보면서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개인적으로 반추해 본다.
내우(內憂)에 해당하는 것은 첫 번째가 소송전이다. 외환(外患)은 1인1개소법 사수문제, 영리병원 허용과 같은 일들이다. 이와 같이 치과계 내부에서 조율되지 못하고 사법적인 판단을 구하는 일들이 넘쳐났다. 선거무효소송은 처음 치른 직선제의 출산통이었고, 결국 협회장 선거와 경기지부 회장 선거가 재선거로 연결됐다. 협회장 재선거에서 김철수 후보가 재당선됐지만, 선거무효소송이 인용되기까지 직·간접적인 원인제공자에 대한 책임과 재선거를 즈음해 일어났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대한 반성은 아직 남아있다. 때문에 선거관리규정뿐만 아니라 정관 및 제규정도 꼼꼼히 살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겠다. 재선거와 소송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우리 회원의 회비다.
치협 대의원총회 결의를 무시하고 보존학회에서 통합치과전문의와 관련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의원총회 결의는 우리 스스로 전문의제의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으로 채택한 결과다. 때문에 보존학회의 일탈행위는 치과계 전체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야하고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외에도 올 한 해 적정수가에 대한 갈등이 극에 달했다. 과거에는 ‘담합’이라는 왜곡된 시선으로 국민들이 치과계를 바라봤다면, 요즘은 ‘진료비 할인, 덤핑’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도배되고 있다. 소위 투명치과 사태로 대변되는 대규모 먹튀치과는 상업화되어가는 치과계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과거 총수입의 일부에 불과했던 보험진료가 어느덧 절반을 넘어서 ‘보험이 대세’라는 말을 실감하는 한해였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보험청구액 올리기 세미나보다 보험청구 제대로 하기 세미나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급여항목에 새롭게 편입되는 진료에 대한 청구방법들과 새롭게 변하는 것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 서울행정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도 눈길을 끌었다. 비록 1심이긴 하지만 비급여충전 시 ‘GI 와동이장’을 급여로 인식했다는 판결은 치과신문에 보도되자마자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는 그간 관행적으로 청구하지 못한 보험진료에 대한 부당함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고 이에 대한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구인문제는 개원의라면 누구나 느끼는 구조적인 난제다. 게다가 요즘은 개원이 어려운 치과의사들의 구직난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최저임금 상승 등은 어려운 구인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치과 스탭을 구하는 게 아니라 모셔오기 경쟁으로 변질됐다. 신규직원 채용 시 면접을 당해야 하는 어려운 지경에 놓이다 보니 최저임금을 훌쩍 웃도는 월급에다 까다로워져만 가는 고용계약서 작성, 주5일제, 52시간, 주휴일, 연차휴가, 퇴직금과 같은 노무문제가 여기저기 불거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렸다. 지금은 동네치과 원장이 경영자가 돼야하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공부를 하는 입장이다.
내년 5월 APDC와 치협 종합학술대회, SIDEX가 공동개최된다. 성공 개최를 위해 치협과 서울지부를 포함한 전 시도지부가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 치산협이 전시회 부스비의 한시적 인상을 치과의사단체의 ‘갑질’로 규정하고 내년 SIDEX에 딴지를 걸고 있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다.
올 한해도 진료실 폭행은 끊이지 않았고, 진상환자들도 많이 늘었다. 의료를 서비스산업으로 ‘고객(환자)은 왕’이라고 표현했다. 일부 고객들의 온갖 갑질에 병의원 종사자들은 각종 감정노동에 시달렸다. 치과계도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고, 의료인 폭행방지법과 같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치과의사도 설명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고, 더불어 친절한 태도로 진료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 됐다.
앞으로는 치과의사상을 정립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치과의사로서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 우리 스스로 직업윤리를 정립하고, 격변하는 대한민국 사회변화에 맞춰 나가야 한다. 우리의 노력이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또 다시 우리사회에서 존경받는 치과의사상이 정립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