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협상(수가협상) 마지막날인 지난 31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각 유형별 공급자 단체 협상단 간 협상이 최종 기한일을 넘긴 오늘(1일) 아침까지 18시간 동안 진행됐다. 결국 2020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은 난항을 거듭한 끝에 대한의사협회를 제외한 나머지 공급자 단체는 계약을 체결했다.
18시간에 걸친 기록적인 장시간 협상
특히 지난해 공단으로부터 2.1% 인상률을 제시받아 끝내 협상결렬을 선언했던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철수) 수가협상단(단장 마경화)은 18시간 동안 9차까지 가는 협상 끝에 3.1%까지 수치 인상을 이끌어내 마침내 건강보험공단과 2020년도 환산지수 계약을 체결했다.
마지막 협상을 마치고 나온 치협 협상단장인 마경화 상근부회장은 “지난 13년간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이번처럼 길고, 어려운 협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며 “애초 공단으로부터 제시 받은 추가재정소요(밴드)는 올해년도에 비해 50% 수준이었다. 협상을 거듭 진행하면서 밴드가 아주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증가했고, 마침내 지난해보다는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오랜 시간동안 공급자단체와 가입자단체 사이에서 계약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해준 건보공단 측에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가협상은 가장 장시간 진행됐다는 진기록을 남겼다. 유형 중 총 진료비 비중이 매우 낮은 조산사 및 보건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유형 중 가장 빨리 도장을 찍은 단체는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 협상단이었다.
병협 협상단은 10차에 걸친 협상 끝에 1.7%에 도장을 찍었다. 병원의 경우 밴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병원의 환산지수가 얼마나 증가하는가는 타 유형의 협상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돼 왔다.
따라서 모든 단체가 6차까지 협상을 마치고 난 후부터 건보공단은 병협과 우선 결판을 짓겠다는 의지가 다분했다. 건보공단은 병협 협상단과 10차까지 협상을 벌이는 동안 타 단체와는 일절 접촉하지 않았고, 병협이 타결이 된 후부터 의협, 한의협, 약사회, 그리고 치협 등과 본격적인 협상을 이어갔다.
그 결과 한의협은 지난해와 동일한 인상률인 3.0%를 받아들었고, 약사회는 10차에 걸쳐 공단과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조산사와 보건기관을 제외한 유형 중 가장 높은 3.5%에 계약을 타결했다. 반면 의협은 12차에 걸친 협상에도 건보공단이 제시한 2.9% 인상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치협 협상단은 9차 협상에서 3.1% 인상에 합의했다. 치협 협상단 김수진 보험이사는 “회원들의 기대치와 치과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수치로는 크게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협상 초기단계에서 제시됐던 매우 적은 밴드가 협상을 거듭하면서 개선이 됐다"며 "건정심행을 택하는 것보다, 지난해보다 좋은 조건을 택하는 것이 회원들을 위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협상을 타결지었다”고 밝혔다.
2020년도 추가 소요재정 1조478억 원
이번 유형별 환산지수 협상결과 2020년도 평균 인상률은 2.29%이고, 추가소요재정은 1조478억 원이다.
건보공단 협상단장인 강청희 이사는 “가입자의 부담능력과 재정건전성, 진료비 증가율 등을 감안해 2019년도 평균 인상률 2.37%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고, 의협은 공단이 제시한 인상률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며 “일부 유형과 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공급자의 기대치와 가입자의 눈높이가 다른 상황에서 양면 협상을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또한 강 이사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의 차질 없는 추진과 선순환 구조의 의료제도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건보공단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심의·의결한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를 오는 5일 개최되는 건정심에 보고하고, 건정심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결렬된 의원의 환산지수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이번 달 중 결정, 이후 보건복지부장관이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 명세를 고시하게 된다.
신종학 기자/sjh@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