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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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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26)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치과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아보험 개시일이 2개월 뒤여서 미리 치료받고 차팅을 나중에 해서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는지를 묻는 전화였다. 필자는 교정전문이라 치료가 어렵다고 밝히고 다른 치과를 가셔도 그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조언했다. 보험회사가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임과 그렇게 하지 말 것을 완곡하게 권했다. 물론 그 뒤로 연락이 없었고 필자 또한 일부러 전화해 확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은 미련이 있을 테니 여기저기 알아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문제는 보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타인 명의 진료도 있다. 외국생활을 하다 오거나 밀린 의료보험료를 내지 않은 경우에 간혹 형제나 친한 지인 명의로 진료받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 병원이나 치과에도 종종 있어 왔다. 과거에는 묵인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건강보험과 출입국관리소의 정보가 공유돼 출국한 사람이 진료를 받으면 전산에 100% 걸리게 돼 있다.

 

요즘 외국인 진료로 건강보험료 손실을 받고 있어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말도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젠 아는 사람이라서, 혹은 정에 못 이겨서라는 표현으로 용인되는 시절을 넘어섰다. 치아 치료받을 때가 되어 일부러 보험에 드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곳이 보험회사다. 어쩌면 그들의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의 그 마음을 역이용하는 곳이 보험회사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아는 사람이라서 편의를 봐주는 것을 용납할 만큼 마음이 여유로운 사회가 아니다. 김영란법은 종합병원 예약에도 의사나 관련자들이 개입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직접 진료하는 의사더라도 위급사항이 아니면 다른 환자 앞에 예약을 끼워 넣어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게 되었다. 굳이 해야 한다면 맨 마지막에 넣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 김영란법이다.

 

우리 사회는 기득권자들의 잘못된 모습으로 상처받아 사회 전반에 불신이 심어졌다. 전 법무부차관 성접대사건이나 장자연사건 등은 국민의 주목을 받는 대표적인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원한 결말 없이 끝나가면서 불신은 더욱 심화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정하게 딱 자르기 어려웠던 한국적 정서는 완전히 사라지고 있고 용납되지도 않는다. 필자의 지인이 젊은 사람이었다면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자칫 서로 불편해질 수 있는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60세가 넘은 분이다 보니 시대감이 떨어진 듯하다.

 

필자도 요즘 너무나 빠르게 변해버리는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있다. 인터넷뱅킹만 사용하다가 어느 날 은행에서 모바일뱅킹은 서류가 필요하지 않다고 권유해 모바일로 바꾼 지 2개월이 됐다. 아날로그 시대에 젊음을 보낸 필자는 아날로그에 향수가 있다. 새롭게 변하는 시대에 주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재미있고 잘나 보였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것들에 더 관심이 많다. 애플에서 만든 풍성하고 섬세한 음향의 헤드셋보다 진공관 전축에서 나오는 고즈넉한 소리가 더 정겹다.

 

최근 또 한 시대가 바뀐 느낌을 받는다. IMF 이후 리먼사태, 대통령 탄핵을 지나온 시절이 최저임금(소주성)이라는 시대적 사건을 겪으며 사회전반의 경제 구조가 변해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구조의 변화는 생각과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변화에 주도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 심리현상은 고립과 우울이다. 7개월 영아 방치 사망사건 등 요즘 이해되지 않는 사건 뒤에는 분명히 고립과 우울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약간 불법이라도 사회정서법인 정(情)으로 용납하고 감싸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이젠 철저히 고립돼 스스로 나오지 않으면 누구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 사회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승객보다 독서를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던 아날로그 시절이 그립다. 택시에서 내릴 때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기보다 현금 결제를 하고 “잔돈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던 낭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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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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