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심하지 않은 안면비대칭으로 양악수술을 상담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예전이라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요즘 젊은 층은 마치 옥의 티를 보듯이 약간의 안면비대칭도 용납하기 어려운듯하다.
20대 여성이 돌출입과 안면비대칭으로 내원했다. 안면비대칭이 심하지 않아서 발치하고 교정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필자의 생각을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환자 본인이 비대칭이 심하다고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 생각을 수정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물었다. 안면비대칭으로 내원하는 환자 100명 중에서 본인은 심한 상태로 몇 등이나 될 것 같냐고 질문했다. 100명 중이라면 20등 정도는 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필자는 “이 정도면 상담 오는 환자 100명 중에 90등 정도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직접보다는 간접적으로 이해시키려고 했다. 미국 배우 톰크루즈 얼굴을 구글에서 찾아 보여 주면서 그보다 심하지 않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10년 전이라면 이 정도는 양악수술에 대한 이야기 없이 그냥 교정만으로 입을 넣는 대화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이 끝날 무렵 어머니로부터 “선생님 자식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필자는 “저는 키가 170㎝가 안되지만 사는 데 전혀 지장도 없었고, 단 한 번도 창피하게 느낀 적 없고, 키높이 깔창을 신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굽이 높으면 불편해서 굽이 낮은 구두를 찾아서 신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은 180㎝가 되기 이전에 키가 안 클까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180㎝가 넘었는데도 가끔은 키높이 신발을 신고 나가기도 합니다. 요즘은 키크기 수술도 적지 않게 하는 시대입니다. 지금 20대는 저희가 살던 시대와 달라서 부모 세대 생각으로 이해하시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해달라고 하는 대로 해줍니다”라고 답변했고 어머니는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 왜 요즘 젊은 세대는 외모에 대한 집착이 강할까를 알려면 우선 20대의 성향을 알아야 한다. 우선 글씨를 읽기보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이해하는 것에 익숙해 생각보다 시각적 정보에 더 의존하다. 요즘 20대는 몸짱이 많다. 필자세대가 외모보다 내면의 지식이나 사상으로 사람을 평가했다면 지금은 일단 비주얼로 평가한다. 우선 외모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다음은 다양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어려서부터 1등이라는 순위로 평가하는 경쟁교육 사회를 살다 보니 10등 이하에 대한 인식이 없어졌다. 등수 밖은 그냥 루저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1등 사고가 다양성을 배제하고 결국 외모도 연예인과 강남미인이라는 기준을 두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루저라는 생각이 만들어졌다. 몸도 TV에 등장하는 연예인 초콜릿복근이 아니면 루저라 생각하지만, 몸을 가꾸는 것이 생업인 연예인만큼 보통사람이 시간을 투자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은연중에 1등 만능 교육이 20대 무의식 속에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하고 학벌도 좋고 스펙도 좋은 사람을 정상이라 생각하게 만들었다.
20대들이 필요 이상으로 외모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는 것도 부모가 주입한 1등이 만들어낸 강박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보이지 않는 지식과 교양보다 일단 보이는 비주얼을 높이 사는 시대로 변했다. 독서량이나 지식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시절에서, 살을 얼마나 빼고, 근육이 얼마나 증가하고, 얼마나 젊어 보이는가가 중요한 세상으로 바뀌었다. 형이상학에서 형이하학 사회로 전환되었다. 사람을 평가하는 데 내면을 읽기 위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던 시절에 반해 일단 외모로 평가하면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요즘 데이트폭력이 증가하는 이유도 짧은 시간에 깊은 관계가 만들어지다 보니, 차후에 내면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필자와 전혀 다른 환경 속에 살고있는 20대들에게 충고를 하기는 어렵지만, 외모만큼 내면도 중요하고 때로는 빠름보다 느림에 깊이가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