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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치과 치료의 심미와 기능, 분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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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의료인문학교실 김준혁 박사(치과의사)

 

조선 후기의 문신으로 ‘일표이서’, 즉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의 저자인 다산 정약용은 71세에 한시 ‘노인일쾌사(老人一快事)’를 지었다.


제목처럼 노인이 된 그에겐 여전히 즐거운 일이 있다는 뜻이다. 군더더기였던 머리털이 빠져서 좋고 눈이 어두워글을 읽을 필요도 없으며, 귀를 먹었으니 시비 다툼을 듣지 않아서 좋다는 그의 노년 긍정론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 중에 치아가 없어서 좋다고 말하는 부분은 치과 의료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치아가 없어서 편안하다고 말하는 건 다산의 호방함일까? 그는 이가 다 빠지고 난 다음 느끼는 편안함에 관해 읊고 있다. 이제는 치통 때문에 밤을 지새울 일이 없으니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 대신 잇몸’을 실천하는 그는 이 없이도 웬만한 것은 다 먹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이 없음에 당당한 그도 여전히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 무치악이 된 그는 씹는 모습을 부끄럽게 여긴다. 이를 노년기의 미적 추구라고 느낄 사람을 없을 것이다. 이가 없어도 저작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심미적 부끄러움은 피할 방법이 없다.


프랑스 혁명이 낳은 불세출의 영웅 나폴레옹은 조제핀을 아내로 맞는다. 조제핀은 설탕수수 재배 농장을 경영하던 가문의 딸이었기에 어릴 적부터 설탕을 쉽게 접했고, 그 덕분에 치아 상태가 별로였다고 한다. 귀족이었던 첫 남편을 프랑스 혁명에서 잃고 자신 또한 투옥되었던 조제핀은 공포정치를 주도하던 로베스피에르가 실각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나폴레옹을 사로잡은 조제핀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남성에게 매혹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가 활용했던 전략 중 하나는 손수건이었다.

 

손수건은 이미 패션 액세서리로 활용되고 있었다. 동시대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루이 16세에게 액세서리로 활용하기에 손수건은 너무 크다고 불평했고, 이에 루이 16세가 현재 사용되는 크기로 손수건을 만들라는 규칙을 정했다는 소문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당시 손수건은 코를 푸는 용도로 활용하는 개인 정비용품이었다. 조제핀은 웃을 때 자신의 못난 이를 보이지 않기 위해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는 용도로 활용했다. 정해진 방식을 뛰어넘어 도구를 활용하는 파격을 보인 셈인데, 그래야 할 만큼 그에겐 절실한 문제였던 셈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치아는 외모와 관련하여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성형수술이 발달하기 전, 치아관리와 처치는 유일한 ‘심미치료’였다. 고대에도 이미 치아에 보석을 박아 넣거나 날카롭게 갈아내는 등의 ‘치아성형’을 했다는 증거가 유골에 남아 있다. 심미적으로 치아를 처치하는 일은 치아 치료만큼,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치의학의 발전은 통증의 해결과 심미적 만족을 모두 좇으며 이뤄져 왔다. 치아를 뽑기만 하는 발치사와 치과의사를 구분하는 것은 치아를 살려 기능과 심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느냐였다. 비록 그 성공률은 높지 않았으나 일찍부터 치아는 이식의 대상이었으며, 신체 결손을 보충한다는 의미에서의 보철은 치의학에서 그 지위를 굳건히 유지해 왔다.

 

18세기 등장한 포셀린 의치가 당시 프랑스 패션을 선도했던 건 우연이 아니다. 이 모두 기능과 심미를 모두 추구했던 치의학의 역사를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역사를 잊어버리고, 성형외과술 발전 이후의 의학적 구분을 치의학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필수적인 치료적 처치와 선택적인 심미적 처치라는 이분법 말이다. 게다가 의료윤리는 이런 구분이 확립된 다음에야 생겼기 때문에, 심미적인 처치는 전적으로 환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고 전문가적 의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 여기곤 한다.


예컨대 의료윤리적 이슈에 관해 중요한 보고서를 발표해 온 헤이스팅스센터 보고서는 1996년 성형수술을 “의학적 지식을 수용할 만한 비의학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성형은 엄밀한 의미에서 의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구분을 치의학에도 그대로 끌고 들어온 어떤 학자는 “못생긴 것은 의학적 적응증이 아니며, 그것은 치통, 치은염, 구강암과 같은 방식으로 필수적인 의학적 치료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식 치료를 위해 ‘못생긴’ 수복물이나 보철물을 구강에 넣는 것이 허용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치의학의 역사와 그 특징을 생각하지 않은 채 의학에서 나온 생각을 그대로 치의학에 적용하면서 나타나는 착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능 회복 및 개선이나 병적 요소의 치료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미용 목적으로 치아에 손을 대는 처치들이 있다. 이런 치료는 의학에서 성형수술의 발전이 제기한 이슈, 이를테면 광고, 이상적인 외모에 대한 집착, 안전성 등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이 영역에선 의학적 소비자주의에서 파생되는 의사결정, 소송 등 문제가 점차 중요하게 다뤄진다. 관건은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매체가 부당한 신체 이미지를 제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환자와 의사가 함께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을 내릴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서라도, 치의학은 언제나 심미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으며 여기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왔다. 문제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의학에서 형성된 고정관념이 그대로 치의학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심미성을 고려하여 치료 결정을 권하는 치과의사를 돈만 밝힌다고 매도한다.
 

치과의사들이 미적인 요구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사회는 불필요한 곳에 들이는 노력인 것처럼 바라보고 비난한다. 병적 요소의 처치에만 집중하면 되는 의사와는 달리, 치과의사는 심미적인 부분 또한 중요하게 다뤄야 하며 이것은 치의학의 핵심 구성 요소다. 따라서 의학에 적용되는 치료와 심미의 이분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예전 학부 시절, 어느 교수님은 치의학이 예술과 과학의 교점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다시 떠올린다. 좋은 치과적 처치는 병을 치료하고 기능을 회복함과 동시에, 심미적인 만족도 부여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치과 치료비용의 수직 상승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최근 만연해 있는 치과계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에 대해 응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되리라고 생각한다.


치과계를 향한 비난의 다수가 ‘치과는 비싸다’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그 말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비용보다 치과에서 청구하는 비용이 더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생각에 대해 이제 치과가 응답할 시간이 된 것은 아닐까? 치의학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아 온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한 사람의 치과의사가 된다는 것은 이 모두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명확히 밝힐 때라는 얘기다. 비용이 비싸다는 비난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손기술이 좋고, 그러다 보니 치과의사도 다른 나라에 비해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고 서로의 기술을 비교하는 자리가 없으므로 어느 쪽이 뛰어나다고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나라의 2016년 기준 국민 1인당 치과 외래진료 횟수는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다. 여러 사정으로 몇 해 전부터 핸드피스를 놓고 펜을 잡은 필자지만 소아치과 전문의로 일하는 동안 선후배 치과의사들이 임상에서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습을 봐 왔다. 이젠 우리의 노력을 바탕으로, 수행하는 역할이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런 대화가 우리에게 자신감을, 그에 기반을 둔 새로운 윤리를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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